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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은 중구 여권가족등록계장
이창은 중구 여권가족등록계장

내 것이지만 남들이 더 많이 사용하는 것, 바로 이름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서 살펴볼 수 있듯 이름은 나를 존재하게 하는 동시에 본질을 담아내는 소중한 가치다. 오늘은 이렇게 귀한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여권가족등록계에서는 아이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하고 교합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출생 신고서를 보다 보면 가끔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신고서에 적힌 아이 이름에 글이 아니라 그림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획수가 많고 복잡한 한자는 쓰기도 읽기도 쉽지 않다.

 특히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평생 동안 아이와 함께하는 이름인데 어려워서 제대로 쓰기조차 힘들다면 이보다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을까.

 이에 어려운 한자 이름 대신 쉽고 아름다우면서도 의미 있는 한글 이름을 지어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 본다.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인 울산 중구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한글 사랑을 확산하기 위해 '아름다운 한글 이름 짓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어 어떤 발음이라도 쓰고 부르기 쉽다.

 한자 이름은 인명용 한자 8,319자 내에서 작명을 해야 하지만 한글 이름은 이러한 제한이 없다.

 게다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낱말, 어휘 등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부모가 함께 머리를 맞대 아이에게 한글 이름을 지어준다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막상 작명을 하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글 이름을 짓는 여러 가지 방법을 소개해 보려 한다. 

 우선 보람, 바른처럼 표준 글말에서 가져와 짓는 방법이 있다.

 다보미(다봄이), 아라(알아) 등 입말에서 따오는 것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 가슬(가을), 날애(날개), 바울(방울)처럼 방언 또는 가람(강), 미리내(은하수), 수비(쉽게)처럼 옛말에서 가져올 수도 있다.

 낱말 앞, 낱말 앞뒤, 낱말의 일부분만 따와서 짓는 방식도 있다.

 예를 들면 소예(소담스럽고 예쁘다), 새아(새롭고 아름답게), 해리(해처럼 빛나리), 다예(다 예쁜), 라별(빛나라 별아)처럼 말이다.

 강버들, 이루리, 금방울, 유쾌한 고은별 같은 이름처럼 성과 어울리게 이름을 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가을-가진, 나루-나린, 마리-마루 등 형제, 자매 사이 돌림자를 쓰는 방법도 있다. 

 한글 이름을 짓기 위한 몇 가지 예시를 들어봤는데, 중구청 단장골 도서관에 비치된 한글 이름 사전에는 더욱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으니 관심 있다면 찾아보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다.
 요즘 전 세계가 한류열풍으로 뜨겁다.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오징어게임, 기생충, 미나리 등 다양한 한국 문화에 세계인이 열광하고 있다.

 이 열기는 한국어 배우기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과 한국어를 제1,2 외국어로 채택한 국가 및 학교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세종대왕은 백성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했고, 주시경 선생은 이를 한글로 발전시켰다.

 이어서 외솔 최현배 선생이 한글을 체계화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이 만들어졌다.

 한글은 그 독창성과 과학성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완벽한 문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렇게 한글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정작 한국에서는 한글을 등한시하고 옛날부터 사용해왔다는 이유로 한자 문화에 젖어 있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우리 후손들에게 소중한 한글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일상 속에서 한글 사용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출생을 기념해 아름답고 뜻깊은 한글 이름을 선물해 부모의 아이에 대한 사랑과 함께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전해 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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