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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차 민선 8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두겸 울산시장이 악수하고 있다. 울산신문 자료사진
지난 7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차 민선 8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두겸 울산시장이 악수하고 있다. 울산신문 자료사진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의 민선 8기 최대 공약인 '개발제한구역 전면 해제'가 정부의 기본 방침이란 요지부동의 암벽을 만났다.

도심 허리를 가로지르는 그린벨트를 풀지 않으면 울산의 균형발전은 어렵다는 현실론을 앞세운 김 시장의 1호 공약에 대해 민선 8기 출범 직후엔 정부나 울산시 모두 적극성을 띠면서 당장 내일이라도 전향적인 발표가 나올 듯이 기대감을 모았다.

실제로 폭염이 맹위를 떨치던 지난 8월 초 김 시장이 여름휴가 중임에도 개발제한구역 사무를 쥔 국토교통부 담당실장과 과장이 울산에 직접 내려와 현장을 확인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김 시장도 취임 직후 열린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울산의 그린벨트를 풀어달라고 요청한데 이어 국회 방문과 국토부 1차관 면담을 통해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요구하는 등 광폭 행보를 펼쳤다. 

여기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올 하반기 첫 국회 국토교통위에 출석해 비수도권의 균형발전을 위해 그린벨트를 포한한 산업입지 지원에 적극 임하자는 공감대가 정부에 형성돼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개발제한구역을 둘러싼 정부의 립 서비스는 여기까지였다.

민선 8기 출범 100일을 앞둔 시점에서 국토부 실무자들이 '원칙론'을 앞세운 사실상 개발제한구역 전면 해제 불가론을 일관되게 제기하고 있다. 

특히 김 시장의 공약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역 국회의원들이 국회 대정부 질문과 국토부 관계자 면담을 통해 △울산 개발제한구역 전면 해제 △환경평가 기준 완화 △연담화 기준 완화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 확대 지자체 이양을 지속 제기하고 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원론적인 수사뿐이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대한 국토부의 원칙론은 지난 19일 이채익 국회 행정안전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밝힌 문성요 국토부 도시계획실장의 답변에서 명확하게 읽힌다.

문 실장은 '울산의 개발제한구역은 도시 중심부를 가로지르고 있어 도시공간구조를 단절시키고 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이 의원의 지적에 대해 "개발제한구역 제도의 취지가 있기 때문에 전면 해제는 어려운 상황이며, 관리 또한 광역적 차원에서 국가가 총괄관리 해야하므로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현행 환경평가등급 기준을 유지하되 환경가치를 유지하면서 해제할 수 있는 방안과 하나의 도시생활권으로서 활용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은 연담화의 예외를 두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문 실장은 지난 23일 울산지역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관련한 권명호 의원과의 면담에서도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2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 총리는 이채익 위원장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입장을 물은데 대해 "환경평가 기준 완화와 해제 권한 지자체 이관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지역현안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는 문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문 실장과 한 총리의 말을 종합하면 '개발제한구역 전면 해제 불가'와 '산업용지 등 지역현안 사업과 연계한 해제는 가능'하다는 것으로 요약되는데, 기존의 입장에서 한걸음도 바뀌지 않았다.

바꿔 말하면 전면 해제가 안 되므로, 개발제한구역 부지가 필요한 사업을 갖고 오면 단일 사안에 대해 해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울산시 내에서는 국토부의 이러한 입장 정리는 민선 8기 출범 시점에 이미 예견됐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공통 사안인 개발제한구역 문제를 두고, 울산만의 특수성을 고려해 전면 해제해 달라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약한 만큼 국토부에선 필요한 부분을 가져오라고 할 것이란 이야기다.

처음부터 무리한 공약이었던 셈인데, 지금이라도 단계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시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어렵사리 대표 공약으로 세운 취지가 있는 만큼 '전면 해제' 관철을 위한 법제도 개선에 주력하는 방안과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한 '부분 해제' 또는 '단계적 해제'로 우회하는 방안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선 전면 해제를 고수할 경우, 관련법 개정을 위한 지역 국회의원과의 공조 강화와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와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차원의 대응이 거론된다.

반면, 후자로 갈 경우 울산의 발전과 직결된 안목과 재산권 제약에 따른 주민 불편이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시민 이익을 챙기는 측면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역정치권에선 출구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로부터 그린벨트 전면 해제 불가를 재차 확인한 상황에서 시장 공약을 내세운 반복된 대정부 요구가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개발제한구역 전면 해제 공약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하지만 김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신도시를 조성하고 기업을 유치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인구 유출 문제 해결까지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취임 100일을 앞둔 시점에서 사실상의 공약 후퇴를 뜻하는 출구 전략을 동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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