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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위치한 달음산(撻陰山). 동해에서 솟아오르는 새벽 햇빛을 제일 먼저 맞는 기장군 제1경의 명산으로 꼽는 곳이다.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위치한 달음산(撻陰山). 동해에서 솟아오르는 새벽 햇빛을 제일 먼저 맞는 기장군 제1경의 명산으로 꼽는 곳이다. 사진은 올해 봄 전경.

 

멈추어라! 순간이여,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약혼한 여자처럼 아름답고 순결한 자연을 보려거든, 어느 봄날 이곳을 와 보시라! 피 맺힌 마음의 상처를 달래려거든 어느 늦가을 다시 한번 이곳으로 와 보시라!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가 쓴 '골짜기의 백합'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달음산(撻陰山)은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있다. 산과 바다의 경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발자크가 쓴 골짜기의 백합에 나오는 한 대목을 연상하게 할 만큼 동해에서 솟아오르는 새벽 햇빛을 제일 먼저 맞는 기장군 제1경의 명산으로 꼽는 곳이다. 또한 기암괴석이 수려하여 마치 전국의 산 모양을 축소라도 해 놓은 듯하며, 봄이면 진달래가 아름답고, 가을이면 만산홍엽을 이루는 단풍으로 이름난 곳이다. 아기자기한 바위봉은 안개가 바람과 섞여 날아오르는 날이면 마치 신선이 살고 있을 듯한 느낌이 들게 할 정도로 그 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산아래에서 바라본 달음산 풍경. 기암괴석이 수려하다.
산아래에서 바라본 달음산 풍경. 기암괴석이 수려하다.

 


# 충청도에서 역학 공부하던 선비가 찾은 길지

달음산 정상인 봉우리를 취봉(鷲峰)이라고 하는데, 취봉은 3개의 바위로 형성돼 있어 일명 무제(無際)바위(넓고 멀어서 끝이 없는 바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달음산을 두고 오른쪽에 있는 바위 봉을 옥녀봉(玉女峯), 왼쪽 바위를 물래봉(勿來峯)이라고 하는데, 하늘나라의 옥녀와 물래(勿來)라는 젊은 선비 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아주 오랜 옛날, 충청도에서 역학(力學)을 공부하던 물래라는 젊은 선비가 살고 있었다. 그는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였으나 경지에는 도달할 수가 없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어느 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잠깐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긴 수염에 흰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나타나 말을 건네기를 “이곳에서 자네가 아무리 열심히 학업에 매진한다 해도 자네가 공부하는 학문의 경지에는 도달할 수가 없을 걸세"라며 넓고 끝이 없는 바위봉우리에 자신을 데려다 놓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이상한 꿈을 꾼 선비는 이튿날 노인이 데려다준 곳을 찾아 길을 떠나기로 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꿈속에서 본 바위봉을 찾아다녔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아! 부질없는 짓을 하는구나! 꿈속에서 본 그곳을 어떻게 찾을 수가 있단 말인가? 선비는 자기가 찾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몇 달을 허송세월하며 보냈던 지난 일들이 후회가 되기 시작했고, 몸도 마음도 지쳤다. 영남 동해안 일대를 헤매던 선비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일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저녁놀이 붉게 물들어가는 산 아래 주막에서 하루를 묵기로 하고 일찍 잠이 들었다. 그런데 잠결에 지난번 꿈속에서 보았던 노인이 지팡이로 산꼭대기를 가리키며 '저곳이 지난번 내가 자네에게 가르쳐준 무제(無際)바위 일세'라며 알려주곤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달음산 정상 옥녀봉.
달음산 옥녀봉.

 

#옥황상제의 딸 옥녀와 젊은 선비의 만남

자신이 묵고 있는 주막 뒤 산봉우리가 그동안 수개월 동안 전국을 헤매며 애타게 찾고 있던 곳임을 안 선비는 이른 새벽, 단숨에 무제바위에 올랐다. 그곳은 분명 꿈속에서 노인이 데려다준 곳이 틀림없었다. 이곳이 영남 제일 명당임을 단번에 알게 되었다. 선비는 경치가 좋은 매남산(521.7m) 제석천에 산막을 치고 역학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낮에는 공부와 밭일을 하고, 달 밝은 밤에는 개울가 옆 반석 위에 앉아 퉁소로 세상사를 탄식하는 슬픈 곡을 불렀다.달 밝은 밤이면 어김없이 인간 세상에서 하늘로 울려 퍼지는 퉁소 소리는 너무나 구슬펐다. 퉁소 소리를 듣던 하늘나라 옥황상제의 딸 옥녀는 퉁소 소리에 반해 옥황상제의 허락도 받지 아니하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제석천 옆에 이르렀다. 지그시 눈을 감고 끊어질 듯, 이어지며, 세상사 모든 것을 탄식이라도 하듯, 마치 옥구슬이 굴러가는듯한 곡조를 감상했다.

 마침 선비가 개울가 바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아리따운 처녀를 발견하곤, 하늘나라에서 내려온 옥녀임을 알고 운을 떼었다.“천상의 옥녀가 제석천에 있으니 물고기가 떼지어 인사를 하고. 꽃들도 일제히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으며 그대를 반기니, 만약 옥황상제의 노여움이 없다면 그대와 함께 이 밤을 즐겁게 보내고 싶소"그러자 옥녀 또한 화답한다. “인간 세상이 어지럽다하기로 소니, 세상사 모두를 탄식이라도 하듯 내 마음 모두를 앗아간 퉁소 소리에 어찌 선비님을 만나지 않으리오" 그날 밤 옥녀와 선비는 사랑을 나누게 되었고,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어 산막에 살게 되었다. 두 사람은 날 좋은 날이면 매남바위(소학대)와 취봉을 오가며 사랑을 속삭이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정상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경관.
정상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경관.

 


# 선비와 옥녀 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그러던 어느 날, 선비가 들일을 나간 사이 옥황상제가 딸을 찾게 되었으나 보이지 않자 인간세계를 내려다보게 되었다. 옥녀가 산막에서 고생을 하면서 살고 있는 모습을 본 옥황상제는 노발대발하여 사자(使者)를 시켜 즉시 옥녀를 하늘나라로 올라오라는 엄명을 내렸다. 하는 수 없이 옥녀는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말았다. 들일을 마치고 산막에 들어온 선비는 옥녀가 없어진 것을 알고난 뒤, 곳곳을 찾아봤지만, 그녀의 흔적조차 발견할 수가 없었다. 몇 날 며칠을 두고 옥녀가 다시 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제석천 바위에서 지극정성 기도를 올렸으나 옥녀의 소식은 알 길이 없었다. 옥녀의 그리움에 지친 선비는 애타게 옥녀를 부르며 나날을 보냈다. 이것이 나에게 이승에서의 운명이라면 이승을 하직하고, 저승에 가면 옥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수십 척 낭떠러지 매남바위(소학대)위에서 몸을 던졌다. 이러한 사실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하늘나라로 올라간 옥녀는 선비에 대한 그리움은 날이 갈수록 더해져 갔다. 식음을 전폐하고 날이 갈수록 야위어 갔다. 옥황상제는 그런 옥녀를 찾아와 자초지종 이야기를 들은 뒤 인간 세상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허락하였다. 인간 세상으로 다시 내려온 옥녀는 선비가 사는 산막으로 찾아 갔지만 선비는 보이지 않았다. 선비가 보이지 않자 매남바위에 올라 주변을 살펴보니 짚신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선비가 그리워 옥녀가 이곳에 왔을 때 이미 죽은 선비는 학으로 변해 옥녀 주변을 맴돌며 떠나지 않았다. 옥황상제는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에 감동해 학과 옥녀를 하늘로 불려 올렸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진희영 산악인
진희영 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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