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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산업단지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울산산업단지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역대급 인플레이션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미국의 고금리 정책이 글로벌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고환율·고금리·고물가까지 겹친 대내외적 악재 속에 울산지역 주력산업의 전망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 울산의 3대 주력산업 중 자동차와 조선해양은 환율 상승의 혜택을 누리게 된 반면, 정유를 제외한 석유화학은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란 전문가 진단이다.

울산연구원 혁신성장연구실 김문연 박사는 23일 발간한 울산경제사회브리프에서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위기와 고환율로 인한 한국의 외환 불안 상황을 분석하고, 지역 주력산업의 명암에 대해선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브리프에선 대외적 경제 상황에 대해 '짙은 어둠이 내리다'라는 표현으로 위기를 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4조 6,000억 달러의 국채를 사들이는 양적 완화가 소비와 투자를 늘릴 수는 있었으나 인플레이션 상승에 악영향을 끼쳤고, 최근 잇단 금리 인상이 세계 각국의 금리와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리프에선 이어 한국도 이 여파로 환율 상승과 함께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고 했다. 

때문에 외환 위기에 몰릴 가능성에 대한 전망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고, 내년 경제성장률은 최저 0%대 전망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25년 전 IMF 외환위기 때 대기업 부도와 은행 도산 등이 이어졌으나 최근 국내 경제상황은 그 때보다는 나은 편이라면서도 총 1,869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자동차-2·3차 협력업체 애로해소 필요
브리프에선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 발(發) 채권시장 혼란과 관련, 정부가 긴급 조성한 50조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로 시장이 안정화됐지만, 정치권의 단 한 번의 실수가 금융시장과 한국 경제를 위기로 내몰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울산시에 대해선 한국은행 울산본부와 협력 체제를 한 번 더 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김 박사는 최근의 국내외 경제 상황을 이 같이 정리한 뒤 울산의 주력업종인 자동차와 조선이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처럼 한국 경제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겠느냐고 물음을 던진 뒤 '큰 기대감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그는 고환율이 수입 원자재 가격과 수출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지만, 자동차와 조선은 수출액과 영업 이익이 증가하는 긍정적 효과가 큰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는 한국 등 일부 국가만 고환율이었고 1달러에 2,000원대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고환율이고 조선 산업의 비중도 작아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자동차·조선의 경기는 좋겠지만, 원자재가가 높아 과거 외환위기 수준의 호황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조선-그린플랜트 경쟁력 확보 지원
업종별 업황 전망을 보면, 자동차의 경우 환율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중·단기적으로 현대차의 수익성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이 시기에 '전기차 생태계'를 견고히 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울산시에는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에 협조하면서 기업 규제 철폐에 총력을 기울이고, 인력난을 겪고 있는 2, 3차 협력업체의 애로를 해소하는 데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조선해양은 세계 경제위기 우려가 있는 향후 1~2년 동안 환율 상승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플랜트에 강점이 있는 한국조선해양이 '그린플랜트(탄소제로, 풍력, 수소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 석유화학-이차전지·정밀화학 전환
반면 석유화학에 대해선 고유가와 중국 경제의 침체로 울산 3대 주력산업 중 가장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이차전지, 정밀화학 등으로의 구조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차세대 주력산업인 이차전지 산업생태계 구축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면서 최고 치솟고 있는 금리 상승에 대해서는 "고금리 타격이 심한 영세·한계 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보전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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