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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석 울들병원장·의학박사·신경외과 전문의
장호석 울들병원장·의학박사·신경외과 전문의

날씨가 쌀쌀해지는 11월과 12월 사이는 김장의 달이다. 과거에는 김장을 대규모로 하는 집도 많았지만 요즘은 핵가족화 되면서 김장을 하는 집이 줄었다. 그러나 밥상에 김치가 빠질 수 없는 한국인들에게는 매년 돌아오는 가을의 큰 행사 중 하나가 김장이다. 그러다 보니 해마다 김장철에는 허리와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일시적으로 증가한다. 그 이유는 김장을 하는 층이 대부분 40대 이상의 주부들이고, 김장은 준비부터 김치를 담그는 그 모든 것이 육체적으로 고된 노동이기 때문이다.

많은 양의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버무리기에는 실내보다 실외가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대다수의 주부들은 실외에서 김장하기를 택하게 되는데, 쌀쌀해진 날씨는 관절에 큰 부담을 준다. 낮은 기온에서는 관절이 경직되기 때문이다. 또한 김장을 할 때는 바닥에 앉아 양념을 버무리는 작업을 오래 진행한다. 바닥에 앉는 자세는 서 있는 자세보다 허리에 압력을 2~3배 달하는 압력이 허리에 전달된다. 

척추는 딱딱한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 탄력성 좋은 디스크가 삽입되어 있는 구조다. 중년 이후 디스크는 내부의 수분이 감소하면서 탄력성이 떨어지는 퇴행성 변화가 진행된다. 이러한 퇴행성 디스크는 같은 자세를 오래 취하거나 허리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게 되면 손상을 입어 통증이 발생한다. 또한 상체를 앞으로 구부리면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가 뒤쪽으로 튀어나와 허리신경을 압박한다. 허리신경이 압박받으면 허리 통증뿐만 아니라 다리 저림 증상까지 나타난다. 

무릎 통증은 보통 연골이 닳으면서 생긴다. 인체의 대표적인 관절인 무릎은 딱딱한 허벅지 뼈와 정강이뼈 끝에 탄력성 있는 연골이 붙어있는 구조인데, 이 연골은 나이가 들수록 닳아 없어진다. 연골이 일정한 두께 이하로 닳으면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무릎을 접어 바닥에 앉는 자세는 위아래 연골이 모두 심하게 압박을 받는 데다 혈액순환까지 잘되지 않아 통증이 심해지는 악영향을 미친다. 이미 퇴행성관절염으로 병원 치료를 한 번이라도 받은 사람은 연골의 손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김장 시 허리와 무릎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음을 꼭 숙지하자. 무거운 김장재료는 혼자 옮기지 말고 반드시 두 명 이상이 함께 옮기도록 하고, 부득이하게 혼자 옮겨야 한다면 조금씩 나눠 여러 번에 걸쳐 옮긴다. 양념을 버무릴 때는 김장재료를 식탁이나 주방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허리를 곧게 펼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부득이 바닥에 앉아서 작업해야 한다면 다리의 위치를 10분 간격으로 바꿔주고 자주 일어나 목을 돌리거나 허리를 뒤로 젖히는 등의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다. 바닥에 있는 무거운 짐은 서 있는 자세에서 허리만 굽혀 들어 올리면 허리에 무리가 가게 된다. 무릎을 굽히고 앉는 자세에서 최대한 짐을 허리 가까이 밀착시켜 천천히 다리 힘으로 밀고 밀어난다. 또한 김장하는 하루 이틀 정도는 허리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김장 후 허리나 무릎이 묵직하고 뻐근하다면 근육과 인대에 일시적인 피로감이 주원인이므로 충분한 휴식과 따뜻한 온찜질을 하면 신속하게 회복된다. 

그러나 허리나 무릎이 움직일 때마다 뜨끔거리거나 찌릿한 통증이 있다면 근육이나 인대에 살짝 손상이 온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는 것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김장 후 통증이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척추관절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김장 이전부터 있었던 허리나 무릎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면 병변 부위가 더욱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의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척추관절에 관한 영상 검사는 대표적으로 X-ray, CT, MRI가 있다. 척추관절 전문의는 환자의 증상을 확인하고 적절한 영상 검사를 시행한다. X-ray 검사는 뼈의 손상 여부와 관절의 간격을 확인하고, CT 검사는 뼈의 미세 골절이나 신경 통로의 협착 정도 등을 확인한다. MRI 검사는 뼈보다 디스크, 연골, 근육, 인대, 신경 등의 병변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 검사를 통하여 통증 부위의 병변이 확인되면 그에 적절한 치료를 시행한다. 병변의 손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치료, 주사치료, 물리치료 등의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대부분 증상이 호전된다. 

이번 김장철에는 척추관절 통증 예방법을 직접 실천해 건강한 겨울나기를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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