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수, 'Don't look', 2019, 혼합매체, 70×30㎝.
김수, 'Don't look', 2019, 혼합매체, 70×30㎝.

현대미술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 '맥락(CONTEXT)'을 읽을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 예술 향유 능력은 노력에 의해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의 향유를 위해서 교육과 체험이 중요한 이유이다. 

시각예술 작품 향유의 첫 번째 단계는 감성적 수용이다. 두 번째 단계는 규칙(조화, 비례 등)에 대한 이해이며, 세 번째 단계는 지식(정보, 스토리 등) 습득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맥락을 읽는 능력이다. 현대미술 작품을 깊이 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선천적 감성을 기초로, 시각적 규칙에 대한 이해와 미술사적 지식을 쌓은 후 동시대 사회와 문화에 대한 맥락을 읽는, 약간의 능동적 투자가 필요하다. 이렇게 습득된 '작품을 읽는 눈'은 '양도 불가능'의 자산이 된다.

앞서 말한 현대미술 작품 향유의 단계에 따라 울산시립미술관 포트폴리오 리뷰 선정작가 전시 《대면대면 2021》에 참여했던 김수 작가의 작품 <Don't look>을 대상으로 '맥락 읽기'를 해보자.  

이진철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담당
이진철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담당

먼저, 작품 <Don't look>의 외형은 테두리 없는 두 개의 거울이 벽에 걸려 있는 형태이다. 한쪽 거울에는 여왕의 머리를 장식하는 티아라 왕관이, 그리고 다른 쪽에는 작은 원형 거울이 덧붙여져 있다. 티아라 왕관은 일반인들의 머리 높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거울 앞에 선 사람들은 잠시 동안 여왕이나 공주가 되어보는 놀이를 즐겨본다. 하지만 우리는 두 개의 거울이 단순히 놀이의 경험을 제공하는 장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이 거울들이 전시 공간에 전시되어 있고, 사용자의 모습을 비추는 것 이상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사적인 지식이 있다면 이 거울이 작가의 의도에 따라 설치된 하나의 '오브제'이며, 더 나아가 작가의 의도에 따라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관객 참여형 작품'임을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작품의 완성에 동참하면서 두 개의 거울이 '인간의 욕망을 투영시키는 작품'이라는 '맥락'을 읽어낸 관람객이라면 그 거울들이 '결핍의 오브제'임을 이해하게 된다. 이처럼, 예술작품을 통해 우리 자신에 대한 통찰에 이르는 지적 경험은 높은 수준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 준다.    

김수 작가는 부산대학교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하고 2014년 이후 7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부산현대미술관의 기획전시 《EMOTION IN MOTION》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21년 울산시립미술관 신진작가 포트폴리오 리뷰 작가로 선정됐고 울산시립미술관 개관전시 《대면대면 2021》에 참여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