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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을이면 태화강으로 돌아오는 귀한 손님 연어가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 2,000년 태화강에 어린연어 방류를 시작한 뒤 2003년 첫 회귀연어가 목격된 이래 올해로 20년째를 맞는데, 9~10년 전 2,000마리에 육박하던 회귀연어 개체수가 최근 100마리대로 급감했다.

 문제는 회귀연어의 개체수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10년 가까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체계적인 조사·연구를 통한 근본적인 처방이나 대책 없이 어린연어 방류에만 골몰할 경우 머지않아 태화강에서 연어가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나온다.

 5일 태화강생태관에 따르면, 올해 모천(母川)인 태화강으로 돌아온 연어는 지난 10월 23일 첫 포획된 이후 지난달 말까지 모두 165마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36마리에 비해 29마리가 많지만, 지난 2000년 885마리에 비해서는 5.4배나 적은 수치다.

 물론 최근 3년간의 개체수 비교라 변동 폭이 클 수밖에 없는데, 기간을 20년간으로 늘리면 삼각형 그래프를 그리는 태화강 연어 회귀의 현황과 실태는 더 명확해진다.
 연도별 회귀연어 개체수를 보면, 눈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진 2003년부터 2008년까지는 모두 307마리가 관찰됐고, 포획조사로 전환한 2009년부터 개체수는 가파르게 늘어난다.
 2009년 614마리에서 2010년 716마리로 늘었다가 2011년 271마리로 줄어든 뒤 2012년 592마리에 이어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1,788마리와 1,827마리로 정점을 찍는다.

 하지만 회귀연어 풍년은 두 해로 그치고, 2015년 578마리로 주저앉은 뒤 2016년에는 불과 123마리로 사상 최악의 흉작을 맞는다.
 이후 2017년 143마리, 2018년 269마리, 2019년 162마리로 저조하다 2000년 885마리로 깜짝 상승하지만, 이듬해 다시 떨어져 지난해 136마리에 이어 올해 165마리로 2년 연속 바닥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0년간의 태화강 회귀연어 통계에서 발견되는 특징은 연어 첫 회귀시기가 빠를수록 개체수도 많아진다는 점이다. 반대로 회귀시기가 늦어지는 해는 영락없이 개체수가 떨어진다는 등식이 성립된다.

 실제로 20년래 최고 개체수를 기록한 2013과 2014년의 첫 회귀시기는 10월 15일로 같고, 최근 5년간 회귀연어가 가장 많았던 2000년에는 10월 7일 첫 회귀연어가 잡혔다.  

   반면, 회귀 개체수가 가장 적었던 2016년과 2017년엔 5일에서 20일이나 늦은 10월 20일과 27일이었으며, 2년 연속 100마리대인 지난해와 올해는 10월 28일과 23일 각각 첫 회귀연어가 포획됐다.
 이러한 현상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첫 회귀시기의 기록이 남아 있는 2012년 이후 올해까지 11년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단 '조기대량(早期大量) 만기소량(晩期少量)'으로 정리되는 연어 회귀시기와 개체수 변화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 태화강을 '연어의 강'으로 되돌리는 우선 과제가 될 듯 싶다.
 다른 특이점은 매년 봄 태화강에 방류하는 어린연어 수량과 회귀연어 수가 비례하지 않아 두 가지 사안의 인과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통상적으로 태화강에서 방류한 어린연어는 동해와 북해도 수역을 거쳐 베링해와 북태평양에서 2~4년간 성장한 후 산란을 위해 돌아온다.
 따라서 가장 많은 개체수를 기록한 2013년과 2014년의 회귀연어는 2010년과 2011년 방류한 개체들인데, 두 해 방류량은 각각 50만 마리였다.

태화강의 연어. ⓒ울산신문 자료사진

 

 반면 20년래 회귀 연어가 가장 적었던 2016년과 2017년에 돌아온 연어가 방류된 2013년 35만, 2014년 87만, 2015년 87만 마리가 방류됐고, 지난해와 올해 회귀한 연어는 2016년과 2017년산인데, 당시 67만 마리와 57만7,000마리가 방류됐다.

 결론적으로 어린연어 방류량과 회귀연어 개체수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하천 수질이나 바다 여건, 기후 등 외적요인이 연어 회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셈이다.
 일각에선 기후변화에 따른 바닷물 온도 상승 등의 영향이 있겠지만 태화강 중·상류의 하수종말처리장에서 하루 8만t씩 쏟아내는 따뜻한 방류수가 태화강 온난화를 부추긴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차가운 물에 사는 한류성 어종인 연어가 따뜻한 태화강으로의 회귀를 포기한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인데, 태화강 자연하천수의 DNA를 기억하고 있는 연어가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낮선 수질에 놀랐을 수도 있다는 추론은 흘려들을 일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태화강생태관 관계자는 "현재의 태화강 자연 조건은 연어가 돌아오기에는 예전보다 나빠진 것이 사실이다"며 "직강 공사와 산책로, 자전거길을 개설하면서 강변의 키 높은 버드나무나 미류나무, 왕버들 등을 없애버린 것도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울주군 범서읍 선바위에 위치한 태화강생태관은 매년 회귀연어 포획에서 채란, 어린연어 생산에 이어 방류까지 연어 사업을 전담하는 기관이다.
 생태관은 매년 10월부터 11월 말까지 범서읍 구영교 아래 설치하는 어망을 통해 회귀연어 전량 포획·채란해 어린연어를 생산하고 있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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