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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는 철새/ 박영식 지음
빨래하는 철새/ 박영식 지음

구름 공장

우리 동네 건너편엔
구름 공장이 많아요
커다란 탱크 속에
꿈과 사랑 마구 쏟아부어
꽃구름 새털구름 양떼구름
갖고 싶은 구름은 다 만들어 내어요

큰 대포 같은 굴뚝을 통해
시골 할머니께도
뭉실뭉실 띄워 보내고
지붕 위를 바라보는 아이들
마음속으로 흘려보내고
교실 유리창 너머엔
깨끗하고 새하얀 목화솜을
펼쳐 널지요

그 공장에 다니는
우리 아빠
자랑스러워요

슬도

안개가 피어나는 작은 바닷가
사나운 뱃길이 잠잠해지길
거문고 연주하는 전설의 섬
그곳은 아름다운 슬도 랍니다

방어진 앞바다 성끝마을 저쪽
구멍 난 바위가 악기가 되고
달려온 파도가 연주자가 되는
슬도라는 무인도에 가보셨나요

숨구멍 슝슝 뚫린 멋진 슬도에
파도가 드나들며 내는 소리는
물질하는 해녀의 가쁜 숨비소리
아기고래 부르는 엄마 목소리

바람이 거세게 몰아쳐 오면
쐬쐬쐬 휘움휘움 음악소리에
고래 떼 달려와 노는 그곳은
이름도 무척 예쁜 슬도랍니다

 

박해경 아동문학가
박해경 아동문학가

박영식 시인의 동시집 '빨래하는 철새'입니다.


 시인은 하나뿐인 우리별 푸른 지구를 위해 서로 미워하지 않고 이 세상 사람들이 저 고운 일곱 빛깔 아름다운 사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이 동시집을 발간했다고 합니다. 이 시대가 초음속으로 달려가는 탓도 있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동심에 상처받은 나머지 너무도 빨리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걱정했습니다. 아이가 아이답고 어른이 어른다운 선택을 할 때 유리별 푸른 지구가 건강해진다고 시인의 말을 적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구름 공장, 슬도 두 편의 동시 속에도 희망 가득한 울산 아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박영식 시인이 평소에도 얼마나 울산을 아끼고 사랑하는지를 동시집 '빨래하는 철새'를 읽어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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