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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아가라폭포2. ⓒ이상원
나이아가라폭포 불꽃. ⓒ이상원
부산불꽃축제2. ⓒ이상원
세계불꽃축제1. ⓒ이상원
부산불꽃축제3. ⓒ이상원
세계불꽃축제2. ⓒ이상원
부산불꽃축제5. ⓒ이상원
세계불꽃축제3. ⓒ이상원
부산불꽃축제6. ⓒ이상원
세계불꽃축제4. ⓒ이상원
부산불꽃축제7. ⓒ이상원
세계불꽃축제5. ⓒ이상원
직경 63cm 초대형 불꽃(일명 대통령불꽃)1. ⓒ이상원
직경63cm 초대형 불꽃(일명 '대통령 불꽃'). ⓒ이상원

2005년 APEC정상회의 기념행사의 하나로 시작된 부산불꽃축제가 올해로 17회를 맞아 70여만 명이 모인 가운데 지난 12월 17일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광안리해수욕장과 광안대교의 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불꽃쇼는 해를 거듭할수록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부산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2년간 개최되지 않다가 11월 5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이태원 사고 애도기간이라 연기되었다가 올해는 겨울축제로 탄생했다.
 
그 불꽃 사진을 찍기 위해 길을 나섰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최적의 장소를 찾는 것은 필수이다. 특히 불꽃 촬영을 위해서는 더욱 장소가 중요하다. 덜 복잡하면서도 불꽃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미리 밤 늦게까지 답사를 한 끝에 광안대교가 보이는 금련산 청소년수련원 위쪽 산 중턱을 정했다. 행사 당일 오전 11시 반에 도착하니 전국에서 모여든 사진가들의 삼각대가 이미 100여 개가 세워져 있었다. 그 시간에 그 장소가 그러했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는 어디든 가득 모였을 것이다. 그야말로 불꽃 사진을 위한 사진가들의 ‘대동단결’이었다. 밤 7시부터 고작 45분 정도 펼쳐지는 불꽃 사진을 찍기 위해 그렇게 긴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 밤까지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도 각양각색이었다.
 
난 삼각대를 세워놓고 위쪽 길가에 세워둔 차 안에서 컵라면과 김밥으로 배를 채우고, 주변 산책도 하고 책도 읽으며 오랜만에 망중한을 즐겼다. 사진을 찍겠다는 미련을 버린다면 적당한 장소에 느긋하게 가서 축제를 마음껏 즐기고, 불꽃의 환상적인 장면들을 마음 속 추억의 공간에 저장해 두는 것도 좋으련만…
 
’불꽃 사진이란 게 찍기 어려워 노력에 비해 사진은 만족스럽지 않을 게 뻔한데 지금 무슨 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도 했다. 사진과의 인연이 시작된 옛날의 사건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1979년 대학교 3학년 때 겨울에 친구 하나와 11박 12일의 전국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단순한 카메라 하나를 빌려 찍은 사진에 매료되어 최고의 카메라를 사기로 작정을 했다. 그리고 그 무모한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입시 자격시험이었던 예비고사에 낙방한 서울 구로동의 금은방 아들의 집에 들어가 1년 간 숙식을 함께 하며 과외를 했다. 그리고 매달 받은 돈을 알뜰히 모아 마침내 당시 최고급 기종이었던 니콘 카메라(Nikon F2AS)를 샀다. 그 카메라를 손에 쥐었던 날의 환희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지금도 그 카메라는 나의 보물로 고이 간직하고 있다. 가격은 53만원, 당시 서울의 사립대학 1년치 등록금이었다. 그 돈으로 한 학기 등록금이라도 내가 보탰다면 힘들게 농사지어 등록금과 하숙비를 보내준 우리 부모에게 한 번은 확실하게 효도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난 철없이 부모 몰래 그 비싼 카메라를 사는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나의 사진 여정은 시작되었다. 그때 과외를 했던 친구는 예비고사는 물론이고, 중앙대 안성분교 무역학과에 합격을 했으니 또 하나의 성공 신화가 이루어졌다.
 
32년 간 치열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주말이면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메고 산야를 누볐고, 야인이 된 지금도 사진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주인 잘못 만난 내 몸은 여전히 혹사당하고 있어 미안하다. 그러나 누가 거금을 주고 하라고 시키면 하겠는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 걸 어쩌리…!
 
밤 7시에 긴장감 속에 광안리해수욕장 앞 바지선에서 불꽃이 쏘아 올려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불꽃축제가 시작되었다. 먼저 해외(중국 SUNNY사) 초청 불꽃, 이어서 ㈜한화의 멀티 불꽃쇼가 펼쳐졌다. 겨울 바다의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은 참으로 화려하고 찬란했다. 불꽃이 터지고 나서 들리는 폭음 만큼이나 수많은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요란했다. 카메라 성능에 더해 각자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시간이었다. 감탄과 함께 여기저기서 탄식도 터져 나왔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공 유치를 기원하는 땡큐 커튼-콜 불꽃쇼를 마지막으로 모든 게 끝났다.

불꽃놀이에 쓰이는 연화(煙火), 즉 폭죽은 계속 진화하고 있고, 모양도 가지가지,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광안대교를 활용한 국내 최장 ‘나이아가라폭포 불꽃’, 부산불꽃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대통령 불꽃’이라고 불리는 초대형 불꽃이 올해도 장관을 연출했다. 직경 25인치(63cm) 짜리로 500m를 솟구쳐 400m 크기의 불꽃을 만들어내는 이 폭죽 한 발의 가격은 6년 전 3,500만원이었다고 하니 지금은 그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불꽃축제는 한겨울에 열린데다 이태원 사고를 계기로 지자체와 소방당국, 경찰 등과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사고예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게 눈에 띄었고, 별다른 사고 없이 행사가 마무리 되어 다행이었다. 큰 사고를 교훈으로 안전한 세상으로 한걸음 더 다아가고 있었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서 촬영을 끝내고 삼각대를 접을 때는 불꽃축제를 하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고 집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의 선택 또한 옳았다는 걸 느끼곤 한다.
 
불꽃 사진을 찍는 요령은 우선 삼각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카메라를 삼각대에 설치하고 감도(ISO)는 100, 조리개(F값)는 8, 셔터는 B(벌브), 초점은 미리 맞추고 수동(M) 모드로 세팅을 해둔다.
메모리 카드와 배터리는 여유 있게 하고, 렌즈는 상황에 맞게 사용하고 가까이에서 찍을 땐 광각렌즈가 유리하다. 셔터는 손으로 누르기보다는 케이블 릴리즈를 사용하는 게 흔들림도 방지하고 편리하다. 불꽃을 담는 방법은 불꽃이 쏘아져 오를 때 셔터를 누르고 불꽃이 터지는 걸 담고, 검정색 우드락 등으로 렌즈를 가렸다가 다른 불꽃이 쏘아 올려지면 가렸던 걸 치워서 다시 담고…그렇게 몇 개를 담고 나서 셔터를 끊으면 여러 모양의 불꽃을 담을 수 있다. 한번에 3초 정도 노출을 주기도 한다. 여러 개의 불꽃을 모두 담으려고 셔터를 계속 누르고 있으면 불꽃이 겹쳐 하얗게 되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불꽃을 찍지만 장노출이 필요한 상황이라 흔들려 실패를 하기 마련이다. 굳이 스마트폰으로 불꽃을 찍으려면 역시 삼각대에 고정해서 흔들리지 않게 하고  기능을 최대한 살려 촬영해야 한다.
 
12월의 밤, 바닷가 바람은 매섭고, 영하의 추위는 발의 감각을 무디게 한다. 그러나 불꽃을 보기 위해 추위를 견디며 수많은 인파 속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기다린 사람들은 보상을 받게 된다. 밤하늘을 가르며 솟아 올라 순식간에 명멸하는 화려한 불꽃을 보고, 펑펑 터지는 폭음을 들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시름을 날려 보낸다. 여러 배경음악을 함께 들을 수 있어 귀호강도 하며, 탄성을 지르고 환호하며 축제 속에 빠져든다. 고생한 자신에게 선물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우리 삶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순간,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언제였을까?
기다리면 그 순간은 과연 올까?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우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우리인 것을>
 
- 정현종 시인의 시, ‘모든 순간이 꽃봉우리인 것을’ 중에서 –

 

이상원 사진가 swl5836@naver.com
이상원 사진가 swl5836@naver.com

돌이켜 보면 하잘것없다고 그냥 넘겼던 순간들이 다 소중하지 않았을까 싶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의 시간들이 살아있는 우리에겐 축복의 시간이 아니겠는가. 행복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음을, 행복은 강도(剛度)가 아니라 빈도(頻度)임을 새삼 되새긴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축제처럼 살다가 저 불꽃처럼 사그라질 때 후회하거나 슬퍼하지 말자고 다짐을 한다. 울고 싶을 때 소리 내어 울고, 웃고 싶을 때 마음껏 웃자! 열심히 사는 자는 모두가 영웅! 영웅은 울어도 웃어도 영웅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들로 가득한 채 시작됐던 2022년이 수많은 일들로 채워져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나고 한 해가 지나갈 때면 ‘인간의 가장 위대한 점의 하나는 무한히 흐르는 시간을 일정 단위로 나눈 것’이라는 말에 새삼 공감을 하게 된다. 지금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때이다.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고, 그럭저럭 잘 살아온 자신을 보듬어야 할 시간이다.  

불꽃 사진 한 장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되고,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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