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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읍천항에 가면 6,000만년의 시간을 꽃으로 건너온 절리가 있다. 부채살처럼 활짝 펼친 겹겹의 바위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찬란하다.  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경주 읍천항에 가면 6,000만년의 시간을 꽃으로 건너온 절리가 있다. 부채살처럼 활짝 펼친 겹겹의 바위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찬란하다. 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사람의 시간이라는 게 이렇게 아둔하다.
 자연은 늘 생성되고 소멸되는 반복 속에서 한 겹 한 겹 시간을 채워간다. 때로 그 시간은 너무 길어 인간의 상상으로 가늠할 수 없는 먼 것일 수도 있다. 그 먼 시간을 돌아온 바위가 있다. 주상절리라는 이름을 가진 사각이나 육각의 정형화된 몸을 가진 기둥들의 집합체다.
 경주 읍천항에 가면 6,000만년의 시간을 꽃으로 건너온 절리가 있다. 부챗살처럼 활짝 펼친 겹겹의 바위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찬란하다.  
 
# 한반도 유일한 부채꼴 주상절리
그 바위들 앞에 서면 새겨진 시간이 궁금해진다.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인간의 상상 너머인 것만은 분명하다. 양남 주상절리의 암질은 현무암이다. 그것은 신생대 3~4기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지고 긴 연장선상에 놓여 있어도 그 시간의 무늬는 제각각이다. 울산 화암절리가 육각기둥을 일렬로 차곡차곡 포갰다면, 양남 주상절리는 옆으로 누워 합죽선처럼 펼쳐져 있다. 국내 유일한 존재로 자연이 만든 또 다른 아름다움의 극상이다.
 
# 울산 강동에서 포항 호미곶까지 분포
주상절리는 화산폭발 때 용암이 굳는 속도에 따라 사각형, 육각형 등 다면체 돌기둥으로 나타난다. 대부분 가로로 눕거나 선 모양이다. 동해안의 절리는 크게 줄기로 형성돼 있다. 그 줄기는 울산 강동에서 시작해 읍천을 거쳐 포항 호미곶에 이른다.
 울산에서 국도 35번을 타고 경주시 경계를 지나면 관성, 수렴을 지나 하서항에 이른다.
 경주시는 파도소리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하서항에서 읍천항까지 탐방로를 조성했다. 그 탐방로 중심에 주상절리가 있고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전망대(무료·오전 10~오후 6시·월요일 휴무)를 세웠다.

한반도의 유일한 부채꼴모양의 양남 주상절리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바위꽃이다.
한반도의 유일한 부채꼴모양의 양남 주상절리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바위꽃이다.

# 인고의 세월 버텨낸 천연기념물
전망대에 오르면 대양을 향해 뻗어간 절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길이 5m 남짓한 육각의 기둥들이 가운데 한 점을 기준으로 원을 그리며 펼쳐져 있다. 그것은 부채 같기도 하고, 태양의 빛살 같기도 하다. 원점을 기준으로 가지런하게 누운 돌의 기둥들은 하얀 포말과 어울려 꽃처럼 활짝 핀다.
 절리는 오랜 시간을 흘러왔지만 보존상태가 우수하다. 그 많았던 파도 앞에서 단단한 몸짓으로 버티고 누운 오랜 인고의 결과다. 그 버텨냄의 시간이 천연기념물이라는 명패를 달았다. 
 
# 하서항~읍천항 파도소리길
경주시는 이런 절리와 주변 풍광을 더해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이라는 산책로를 조성했다. 경주시 양남읍 하서항에서부터 읍천항까지 1.5㎞구간 해안가를 따라 만든 이길은 하서리 물빛사랑길 가는 길의 작은 다리 위에서 출발해 잿빛 방파제위에 빨간 사랑의 자물쇠를 세운 하서항을 거쳐 해안가를 따라 기울어진 주상절리와 누워있는 주상절리 등을 보며 걷는다. 몽돌해변과 하트해안, 출렁다리, 그리고 벽화마을로 이루어진 읍천항에 도착한다. 길 곳곳에 카페와 맛집이 자리해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쉬는 여유도 가질만 하다. 읍천항과 하서항에 주차공간이 충분하고, 카페를 이용할시 카페 주차장도 이용가능하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주상절리 전망대에는 절리의 생성원리 등이 자세하게 설명돼 있어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도 손색없다.
주상절리 전망대에는 절리의 생성원리 등이 자세하게 설명돼 있어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도 손색없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주상절리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주상절리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하서항에서 읍천항까지 1.5㎞의 해안길을 따라 걷는 파도소리길.
하서항에서 읍천항까지 1.5㎞의 해안길을 따라 걷는 파도소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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