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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훈 수필가
오병훈 수필가

인류문화를 크게 바꾼 금속이 있다면 구리와 철이다. 석기시대 이후 구리를 쓰면서 청동기 시대를 열었고, 철의 발견으로 현대 문명을 이어오고 있다. 인류 문화사를 시대별로 정리해 보면 먼저 석기시대를 꼽을 수 있다. 비록 돌이지만 연장을 갖게 되면서 더 큰 힘을 발휘하여 사냥도 쉬웠을 것이다. 또 돌로 무장한 무기를 통해 적을 막아낼 수 있었으리라.
 석기를 쓰다가 청동기를 발명하면서 강력한 힘을 얻게 되었다. 구리와 주석을 섞으면 단단하면서도 녹이 잘 슬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청동기를 가진 집단이 가장 강력한 힘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었으니 비로소 나라를 세우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고대국가는 청동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삼국시대는 고구려, 백제, 신라 외에도 가야가 있었다. 이들 고대국가는 건국 초기 청동기와 함께 철기를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철이 어떻게 쓰였을까. 먼저 농기구를 만들었다. 땅을 파는 쟁기 보습에 철을 사용하면서 더 깊이 더 쉽게 일할 수 있었다. 농기구의 발달로 생산성이 높아졌다. 도끼, 호미, 괭이 같은 농기구는 농업의 대혁명이었다. 철이 생활에 쓰이게 되면서 기계를 만들었고 자동차나 철도 같은 대중 교통기관을 만들었다. 지난 수백만 년 동안 내려온 석기시대가 청동기 시대를 거쳐 문명을 앞당겼다. 철기시대는 몇백 년만에 현대 문명을 이룩해 냈다. 철의 발견은 그만큼 인류문명에 중요한 사건이 된 셈이다.

 철이 있어 고층 건물이 들어섰고 대륙을 잇는 다리를 놓을 수 있었으며 자동차와 철도가 그 위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철기 다음은 어떤 시대일까. 바로 세라믹 시대라고 말한다. 도자기는 흙에 규산질 토양을 칠해 불에 구워낸다. 토기에 유리질 막을 입혀 매끄럽고 단단한 그릇을 만드는 기술이다. 그 도자기 만드는 기술을 반도체에 접합하여 IT산업을 이룩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반도체 국가가 되었고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전자산업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이다.
 전쟁 무기의 개발도 혁신적이었다. 청동기로 된 칼을 쓰는 무사와 철로된 칼을 쓰는 사람이 있을 때 누가 더 강하겠는가. 말할 것도 없이 철제 무기를 가진 무사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게다. 그래서 철로 된 투구를 쓰고 철편을 엮어 갑옷을 지었다. 가야의 병사들은 철로 무장하고 말에게도 철제 투구를 씌워 무적의 기마군단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기원전 3세기에서 1세기에 걸쳐 초기 철기시대를 열었다. 가야는 철의 나라였다. 김해 대성동, 합천 옥전골, 부산 복천동 등의 가야 유적에서는 수많은 철기 유물이 발굴조사 되었다. 가야는 기원전 100년부터 기원후 560년대까지, 경남과 경북지역에 있었던 연방국가였다. 신라의 장군 이사부가 가야를 쳐 신라에 복속시키면서 왕조가 사라지고 말았다. 중국의 역사서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마한은 철을 많이 생산하여 낙랑과 왜에 수출했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마한은 가야지역에 있었던 옛 부족국가였다. 60년대로 들어오면서 이러한 기록을 증명할 유물들이 쏟아졌는데 철제 갑옷류가 8벌이나 출토되었다.
 1991년에는 김해 대성동 고분에서 놀라운 유물이 발굴되었다. 정교한 구리거울을 출토할 수 있었다. 이로써 금관가야 왕의 무덤이라고 추정할 수 있었다. 고대인들은 거울을 통해 세상을 비춰 볼 수 있다고 믿었으며 거울이야말로 세상을 휜히 내볼 수 있고 미래까지 볼 수 있다고 믿었다. 거울을 가진자가 바로 주술사요 통치자였다.

 '일본서기'에 의하면 '진구황후가 이끄는 정벌군이 369년 한반도에 진출 7국 4읍을 점령하고, 임나에 일본부를 설치하였다가 562년 신라에게 멸망당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부라는 명칭은 그 용어 자체가 거짓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역사에서 왜(倭)를 일본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670년 이후부터이다. 따라서 임나일본부는 역사 자체가 왜곡인 셈이다. 
 최근의 발굴을 통해서 출토 유물을 비교해 보면 가야의 앞선 철기가 일본에 전해져 야요이(彌生) 문화를 꽃피웠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일본에서 주장하는 고대 역사는 허구라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철기문화를 꽃피운 고대 가야사를 재정립해야 한다. 철의 고장 가야 땅이 오늘날 첨단 산업단지가 되어 우렁찬 망치 소리가 세계로 울려 퍼지고 있다. 우리의 가슴 가슴마다 희망의 싹이 자라는 소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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