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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건설노조의 불법행위 피해 신고를 받은 국토교통부가 설연휴가 끝나자마자 직접 현장 조사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국토부는 24일 전국 5개 국토관리청 전담팀이 오늘부터 타워크레인 월례비·노조 전임비 지급 강요 등 불법행위 신고가 접수된 현장 중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문제 건설현장부터 확인에 나서다는 계획이다. 건설 현장의 불법 행위는 공사 지연, 부실 시공, 건설 단가 상승 등으로 이어져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만큼 이제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선제 조사를 통해 불법행위를 잡아낼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고 보면 만시지탄이지만 잘한 결정으로 여겨진다. 

국토부 전담팀 신설…노조 전임비·채용 강요 등 부당행위 차단
 실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12개 민간 건설 관련 협회를 통해 '건설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 실태조사'를 받은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전국 1,494곳 건설현장에서 불법행위 2,070건이 신고됐다. 이중 불법 행위로 공사 지연이 발생한 현장이 329곳이나 됐다. 최소 2일에서 많게는 120일까지 지연됐다는 것이다. 
 불법 행위를 유형별로 보면 기가 차다. 타워크레인 월례비 요구가 58.7%(1,215건)로 가장 많았다. 한 건설사는 최근 4년 동안 18곳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조종사 44명에게 월례비 38억 원을 697회에 걸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전임비 강요 신고가 27.4%(567건)로 뒤를 이었고 장비 사용 강요가 3.3%(68건)였다. 한 업체에서 적게는 600만 원, 많게는 5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118개 건설회사가 노조에 타워크레인 월례비, 노조 전임비 등으로 지급한 돈은 3년간 1,686억 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밖에  장비 사용·채용 강요, 운송 거부 등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노조의 금품 요구, 채용 강요와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공사 지연 비용이 아파트 분양가 등에 그대로 전가됐다는 점이다. 원가 상승을 고려하더라도 레미콘 가격 등 상승 폭이 가팔라 공사가 늦어질수록 손해는 건설사와 제때 입주하지 못하는 입주자가 감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LH 건설 현장은 주로 공공임대 등 서민을 위한 임대 아파트를 짓는 곳이어서 무주택 서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재발 방지대책 마련 주력…노동계도 진지한 반성·개혁 노력 필요
 국토부의 이번 조사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기존 국토관리청 인력에 더해 국토부 본부에서 2∼3명씩 내려 보내 전담팀 인력을 보강했다는 것도 그렇고 각 지역 지방경찰청과 고용노동부 지청, 공정위원회 지역 사무소와 협력해 현장 상황을 점검하게 된다는 것도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것이어서 다행이란 생각이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별도로 LH 공사현장에 대한 현장 점검을 진행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국토부가 건설산업기본법(인력), 건설기계관리법(레미콘·타워크레인 등 장비)과 고용노동부의 채용질서법 등 개별법 개정 논의에 더해,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행정법상 근거를 통합해서 담는 특별법 제정도 검토하고 있다니 기대가 된다. 건설 현장의 이같은 불법 행위를 민·형사상 조치 등으로 엄중히 처벌하는 것과 함께 불법의 토양을 철저히 분석해 재발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산업 현장의 법치 확립이 노동 개혁의 출발점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은 새겨 들을 만하다. 
 사실 건설노조의 무소불위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껏 방치하다 화를 키운 점도 없지 않다. 지금은 경제여건도 많이 바뀌었다. 경제 위기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만연한 건설노조 불법에 대해 사법당국은 철저히 규명하고, 국토부는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노동계도 진지한 반성과 스스로 개혁하는 노력부터 보여줘야 한다. 이를 통해 건설 현장 일용직 등 약자부터 보호하는 노조 본연의 기능을 되찾아야 하겠다. 건강한 노조와 성실한 노동자를 위해서라도 불법 행태가 다시는 발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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