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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청사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울산시청사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울산시가 설립해 산하 출연기관과 비영리단체 등에 운영을 맡긴 공공시설 10곳 중 8곳 이상이 시의 재정 지원 없이는 정상 운영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능력없는 단체나 기관이 운영을 맡아 자생력 없는 애물단지로 만든 것인데, 공공시설 위탁 운영이 이 지경에 처한 것은 수탁기관도 문제가 있지만, 관리감독권을 가진 울산시의 책임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원인을 요약하면 예산 수혈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특정 민간단체의 독점적 시설 운영 행태에다 수탁기관에 따라 운영 방식을 달리하는 울산시의 이중적 기준이 더해진 결과라는 얘기다.

30일 울산시의 공공시설 민간위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말 현재 각 분야별 총 91개 공공시설을 59개 기관·단체에 위탁 운영 중이다.

공공시설 수탁기관 중에는 울산시 지방공기업인 울산시설공단과 울산도시공사를 비롯해 출연기관인 울산테크노파크, 울산경제진흥원, 울산일자리재단, 울산관광재단 등 7곳이 포함돼 있으며, 나머지 52곳은 순수 민간단체·기관이다.

분야별 위탁 공공시설은 사회복지 분야가 44개로 가장 많고, 이어 체육시설 15개, 경제 분야 14개, 문화·관광 분야 6개, 환경 분야 5개, 기타 시설 7개 등이다.

울산시는 이들 공공시설 위탁운영에 따른 보조사업비로 지난해 총 1,189억 6,200만원을 지원했으며, 이 중 절반 가까운 523억 5,000만원을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34개 수탁기관에 지원했다.

또 문화·관광 분야 공공기관 운영을 맡은 4개 수탁기관에 279억 3,800만원을 지원한 것을 비롯해 공공 체육시설 운영을 전담하는 울산시설공단에 268억 6,500만원, 경제 분야 공공기관 수탁기관 8곳에 46억 4,500만원, 환경위생 분야 5개 수탁기관에 35억 4,200만원, 기타 공공기설 수탁기관 6곳에 36억 2,200만원이 지원됐다.

결과적으로 전체 91개 공공시설 중 78곳은 시설 운영비 전액을 시에 의존하고 있으며 예산 지원없이 자체 운영이 가능한 시설은 13곳에 불과해 전반적으로 수탁기관 자생력이 허약한 상황인 셈이다.

지원된 이들 보조금은 대부분 공공시설 운영비와 종사자 인건비로 사용됐다. 

문제는 같은 분야 공공시설 운영을 맡고 있음에도 수탁기관에 따라 울산시의 재정 지원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경제 분야 공공시설의 경우 14개 중 울산시로부터 위탁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않는 시설이 9곳이나 있는 반면, 5곳은 시설 운영비 전액을 시 보조금에 의존하는 있다.

실제로 자동차·조선기술관과 울산그린카기술센터 등 4개 공공기설을 수탁 운영 중인 울산테크노파크는 울산시로부터 위탁 보조금은 전혀 받지 않지만, 같은 출연기관인 울산관광재단은 전시컨벤션센터 운영을 위해 지난해만 35억원을 지원받았고, 조선해양하이테크타운 등 2개 시설을 수탁 운영하는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은 6억 5,000만원을, 울산도시공사는 울산도시재생지원센터 운영에 4억 6,700만원을 보조받았다.

특히 가장 많은 44개 공공시설을 위탁하고 있는 복지 분야의 경우 울산시사회서비스원이 수탁 운영 중인 울산시립노인요양원과 춘해보건대학 산학협력단이 운영하는 울산청년사회서비스사업단,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노동화합회관 등 3개 시설을 제외한 41개 시설이 작년 한 해 동안 523억 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이런 상황은 복지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관광 분야, 체육, 환경 분야도 다르지 않다.

게다가 공공 체육시설 15곳을 일괄 수탁 관리·운영하고 있는 울산시설공단은 지난해 131명의 종사자 인건비 전액을 포함해 총 268억 6,500만원을 위탁 보조금으로 받았으며, 농수산물도매시장 유료주차장과 언양 임시시외버스터미널을 운영하면서도 각각 7억 3,500만원과 6억 7,700만원을 지원받았다.

울산시 산하 지방공기업과 출연기관들이 공공시설 운영에 무임승차하는 상황에서 민간 비영리단체들에게 운영을 맡긴 각종 공공시설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다.

시설에 따라 적게는 연간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관리·운영비를 혈세 수혈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실이다.

이처럼 같은 공공시설을 수탁 운영하는 출연기관임에도 울산테크노파크 등은 시로부터 위탁 보조금은 전혀 받지 않는 반면, 울산시설공단은 시설 운영·관리비 전액을 지원받는 데는 예산 운영의 차이점과 함께 수익 창출과 직결된 경영 능력의 격차도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울산테크노파크 등은 공공시설 임대료와 운영 수입만으로 독자적 살림살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 예산 지원이 필요하지 않지만, 울산시설공단은 공공시설 운영 수입금 전액을 울산시 예산에 편입시킨 뒤 필요 예산을 다시 지원받는 통합경영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울산시는 같은 산하 출연기관임에도 공공시설 위탁 방식을 달리 적용하는데 대해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다만, 해당 공공시설의 임대료 수입 등으로 독립경영이 가능한 곳은 별도 위탁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고 있고, 첫 출발부터 시설 운영 수입이 여의치 않은 기관에게 보조금을 지원한 것이 수십 년 관행화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게 울산시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시설을 민간 등에 위탁할 땐 수탁기관의 운영 능력을 철저하게 검증해 처음부터 전액은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 자부담 원칙을 세워 공공시설 운영의 자생력을 키우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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