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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 박사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 박사

1970년도 가수 김부자가 발표한 '당신은 철새'는 사랑의 대상을 철새에 비유한 노래이다. 
 '그리우면 왔다가 싫어지면 가버리는/ 당신의 이름은 무정한 철새/ 진정코 내가 싫어 그러시나요/ 이렇게 애타도록 그리움주고/ 아~아~ 가버릴줄 몰랐어요/ 당신은 철새'


 철새는 사람보다 현명하다. 사람은 사랑에 울고 웃지만, 철새는 안정된 의식주 환경을 찾는다. 사람은 사랑에 꿈을 깨지 못하지만, 철새는 이동을 통해 건강한 삶으로 종족을 이어가고 있다.
 계묘년 토끼해가 시작됐다. 때를 맞추어 연말과 년 초에 울산에서 자주 관찰되지 않는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재두루미 등 3종의 수조류(水鳥類)가 차례로 태화강, 동천, 무룡동을 각각 찾았다. 


 큰고니 여섯 마리가 지난 12월 7일 선암호수공원에 관찰됐다. 24일에는 2마리가 낙안소 베리 끝 지역에서 관찰됐다. 새해 4일에는 사군탄에서 두 마리가 관찰됐다. 
 고니는《울산군향토지(1933)》<향토의 특수한 동물분포상황〉에 기록된 이후 학(鶴)과 더불어 울산을 지속해서 찾고 있다.


 노랑부리저어새 한 마리가 지난 12월 28일 동천에서 관찰됐다. 울산에서 관찰된 것은 2000년 2월 태화강과 동천이 만나는 태화강 하류에서 이종남, 이시완에 의해 조사된 이후 22년만이다. 같은 장소에서 먹이 활동을 하거나 부리를 깃에 묻고 한발을 들고 자는 모습들이 지속해서 관찰되고 있다. 
 노랑부리저어새는 내륙의 습지를 찾는 겨울 철새며, 이름은 부리의 모양과 행동에서 붙어졌다. 부리가 가리(駕犁), 보습, 주걱 등을 연상시켜 가리새, 주걱 새로 부르다가 주걱 모양의 부리를 이리저리 젓는 행동 즉'젓는다'에서'저어'로 부른다. 

삽화. ⓒ왕생이
삽화. ⓒ왕생이

 재두루미 한 마리가 새해 3일 북구 무룡동 논에서 관찰됐다. 지역민 C씨가 최초 관찰했다. 재두루미는 두루미와 다르게 몸 깃이 온통 회색(灰色)이다. 회색은 재색으로 부른다. 때문에 재두루미가 된다. 
 '북구 정자지역 논에 학이 있다'라는 의 제보에 따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재두루미 1마리가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무룡로와 무룡천 사이 안전한 농경지에서 경계하면서 먹이 찾는 재두루미 한 마리를 확인했다.


 재두루미는 2017년 12월 12일 울주군 온양읍 미나리꽝에서 그물에 걸려 날개를 다친 개체가 발견된 이후 약 5년 만에 관찰됐다. 울산을 찾은 3종의 철새는 먹이가 풍부하고 서식환경이 좋아서 찾은 것은 아니다. 무리에서 경쟁으로 밀렸거나 혹은 이동중 무리에서 벗어난 개체로 추정된다. 


 다만 현재 머무는 지역은 철새의 관점에서 비교적 안전한 장소이다. 앞으로도 이 지역에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민들도 가까이 접근하거나 멀리서도 큰 소리를 내어 철새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관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전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철새가 의식주에 관한 관심은 사람보다 철저하다. 한국전쟁에서 백마고지 전투가 치열했던 것은 철원평야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이유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평야는 사람의 식량과 동물의 먹이 등 동·식물의 서식환경의 창고이기 때문이다. 현재도 철원평야에 두루미, 재두루미 등 다양한 동물이 월동지로 선택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조류 3종의 울산 출현으로 막연한 생태 도시 울산의 가치 상승 기대의 자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를 계기로 도래종과 장소, 월동기간 등 자료를 축적하여 관리 및 활용방안을 세워야 한다. 국가 정원에 습지가 확보된다면 재두루미,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등 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조류도 가까이서 함께할 수 있다. 이제 일회성 홍보 보도자료 차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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