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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영 독자권익위원·울산불교문인협회 회장
정은영 독자권익위원·울산불교문인협회 회장

일 년 열두 달 중에 무심 달이라도 보름달이 환히 떠오르는 날의 기분은 설렘 그 자체다. 달이 환한 밤에 친구들과 달떠서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던 어릴 적 기억이 생생하다. 무심 달 보름도 이럴진대 정월 대보름날 두둥실 떠오른 밤의 그 흥취와 감동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요즘 정월 대보름날은 세시풍속 행사도 거의 사라지고 없다. 
 우리 민족의 세시풍속을 살펴보면 정월 대보름날은 다른 달 보름날에 비해 매우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정월 대보름날 행사가 거의 사라졌다. 사람 모이는 것을 금기시하면서 수년이 흐르다 보니 사람과의 인연 줄이 끊어지고 만 것이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수삼 년이 지나면서 소중한 세시풍속까지 사라져버린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만 해도 대보름날 며칠을 앞두고는 울산시민들이 하나로 뭉쳐서 달집을 짓는 준비에 나섰다. 대보름날이 되면 달집이 여러 곳에 지어져서 볼만했다. 달집은 태화강 둔치 여기저기에, 그리고 함월산 백양사 앞 빈터에, 정자 바닷가를 비롯해 곳곳마다 달집이 지어졌다. 하지만 근래 들어 '코로나19' 이후 세상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심지어 대보름날을 앞두고 지역 언론사 뉴스에서조차 관심 밖의 일이 되고 말았다. 그 바람에 보름 밥을 하지 않는 가정에서는 보름인 줄도 모르고 지나간다. 

 트로트 가수의 숟가락 개수와 생일까지 챙기는 사람들이 많다. 대신 사람들은 정월 대보름날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거나 잊어먹고 있다. 과거에는 대보름날 행사를 잊어먹을 수가 없었다. 이유는 태화강 둔치 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강변에 달집이 지어지고 있었다. 어디 달집이 크게 지어지는지가 관심이었다. 그렇게 해서 보름날 해가 질 무렵 달집태우기에 앞서 달집에 소원지를 붙였다. 연을 날린 사람들은 달집에 연을 매달았다. 달이 떠오르는 시점에 달집에 불을 질러서 한해의 액운을 미리 소멸하는 행사를 치렀다. 연이 하늘 높이 날아가서 소원이 이뤄지기를 빌었다. 그래서 정월 대보름날 축제를 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일이었다. 

 태화루에서 강 건너편 둔치에서 열리는 달집태우기 놀이가 한눈에 보였다. 사람들은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황홀한 기분을 느꼈다. 이날이 되면 시민들은 일찌감치 저녁밥을 먹고 태화강 둔치로 몰려나왔다. 그 바람에 이 일대가 심한 교통체증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 울산에서는 시민들이 참가하는 달집 태우기 행사가 거의 사라졌다.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이미 멀어진 달집태우기 등 대보름날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대보름날은 우리 민족의 밝음사상을 반영한 명절로 다채로운 민속이 전한다. 
 중국에서는 이날을 상원(上元)이라 하는데 도교적인 이름으로 천관(天官)이 복을 내리는 날이라 한다. 여기에 중원인 7월 15일, 하원인 10월 15일을 합하여 삼원이라 부른다. 이 밖에도 원소절(元宵節), 원석(元夕)이라 하며, 일본에서는 소정월(小正月)이라 하여 공휴일로 정해 명절로 삼고 있다. 대보름날은 부럼깨물기, 더위팔기, 귀밝이술 마시기, 시절 음식인 복 쌈이나 묵은 나물 먹기와 달떡을 먹는 것이 있으며 줄다리기·다리밟기·고싸움·돌싸움·쥐불놀이·탈놀이·별신굿 등은 집단의 이익을 위한 대보름 행사들이 있다. 이런 행사들이 시민 단합을 이끌고 힘을 하나로 모았던 것이다.

 이처럼 소중한 대보름날 행사가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에 대해 뜻있는 문화시민들은 아쉬움이 크다. 이런 행사가 다시 열려야 한다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로 사람 만나는 일이 금기시되던 때를 제외하고는 울산 여러 마을마다 달집태우기 등 나름 정월 대보름 행사를 개최해왔다고 한다. 
 이제 울산은 오는 6월이면 과거 공업축제를 계승한 '산업문화 대축제'를 개최한다고 한다. 공업축제가 '처용문화제'로 이름을 바꾸더니 결국 귀신 놀음에 휩싸이면서 규모가 축소돼오다 올해부터 산업문화 대축제로 개최된다고 한다. 오매불망 기다려서 겨우 제자리를 다시 찾은 것이다.
 각설하고 산업문화 대축제도 좋지만 우선 울산 나름의 정월 대보름날 행사가 마을마다 독특한 문화행사로 열리기를 학수고대한다. 서로 분열하는 세태를 하나로 묶는 행사로서는 정월 대보름날 행사만 한 것이 없기에 하는 말이다. 기억해보면 대보름날 동쪽에서 달이 떠오르면 달집에 불이 붙고 때를 기다렸던 소년들이 쥐 불놀이를 했다. 또 풍물패들이 달집을 빙빙 돌면서 풍물놀이를 하는 것 자체가 울산의 미래 발전을 기원하고 부정을 막는 소중한 액막이 행사다. 일 년에 단 한 번 액막이 문화축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정월 대보름날 행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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