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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염은 췌장 효소(주로 트립신)에 의해 췌장 분비샘이 파괴되거나 췌장에 국소적 혹은 전체적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을 의미한다. 췌장염은 급성과 만성 췌장염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급성 췌장염은 췌장에 급성 염증이 생기지만 회복 후 췌장이 정상 기능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경우이고, 만성 췌장염은 췌장의 염증이 계속 반복되면서 비가역적으로 췌장의 외분비 및 내분비 기능에 장애가 초래되는 경우이다. 급성 췌장염과 만성 췌장염 모두 알코올이 원인이다. 첫째도 금주, 둘째도 금주라고 할 정도로 과음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하는 췌장염에 대해 제일병원 배상문 내과전문의로부터 자세한 내용을 알아본다.

 

배상문 제일병원 내과 전문의가 환자 진료를 보고 있다.
배상문 제일병원 내과 전문의가 환자 진료를 보고 있다.

급성 췌장염의 원인은 주로 술이나 담낭, 담도(담즙이 내려오는 길)에 있는 담석이다. 알코올이 급성 췌장염을 일으키는 기전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담석은 췌장액의 흐름을 방해해 급성 췌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 그 밖에 담도 췌장의 내시경 시술 합병증으로 급성 췌장염이 나타날 수 있다. 


 췌장염이 경미할 때는 췌장이 붓는 정도이고, 췌장액이 췌장을 싸고 있는 췌장막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췌장염이 심한 때에는 췌장막 밖으로 췌장액이 새어 나가 주변 조직을 녹이고 흘러나온 췌장액이 물주머니를 만들기도 한다. 이 물주머니를 가성낭종이라 부른다. 가성낭종은 저절로 사라지기도 하지만 일정 기간 후에도 없어지지 않거나, 농양 또는 출혈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면 치료를 해야 한다. 

 

경미할 땐 담석 등 원인 제거시
대부분 경우 저절로 호전되지만
만성은 당뇨 등 합병증 주의해야
소화불량·구토·지방변 동반해
금식 치료·심할땐 절제술까지
고지방·고단백 식사는 피해야


 췌장염은 술이나 담석 같은 원인을 제거하면 대부분 저절로 좋아진다. 하지만 열 명에서 한두 명 정도는 중증의 췌장염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췌장에 가성낭종이 생길 뿐 아니라 췌장 자체에 혈액 순환이 안 되어 췌장 실질 조직이 썩는 경우(괴사, necrosis)도 있다. 이런 합병증이 발생하면 사망 가능성도 있고, 심한 경우 호흡부전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중증의 급성 췌장염은 내과 질환 중에서 사망률이 10~15%에 이르는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만성 췌장염의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은 음주이며, 최소 5년 이상 하루 알코올 150g 이상을 마셔야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 중 3~15%만이 만성 췌장염을 앓기 때문에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요인들에는 유전적 차이, 고지방 고단백 식이, 음주와 식이 습관, 항산화 물질이나 미량원소의 상대적인 부족, 흡연 등이 있으며, 이 중 흡연이 음주로 인한 만성 췌장염의 발생에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성 췌장염에서 복통은 가장 중요한 임상 증상이며, 그 정도는 경미한 통증에서부터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격심한 통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찌르는 듯한 통증이 꾸준히 지속되며, 위쪽 복부 또는 배꼽 주위에서부터 등쪽이나 좌측 옆구리로 통증이 뻗어 나가는 경우가 많다. 똑바로 누워 있는 경우에 통증이 악화되기 때문에 환자는 주로 허리를 앞으로 굽히고 무릎을 끌어당긴 자세를 취하게 된다. 복통은 음식 섭취에 의해 악화되는 경우가 보통이며 대부분 구역, 구토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자료이미지. 아이클릭아트
자료이미지. 아이클릭아트

 만성 췌장염의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는 심한 상복부 통증이다. 췌장의 염증으로 인해 췌장의 부종과 섬유화가 발생해 신경 말단이 자극되고, 췌관 내 압력이 증가하고 췌장 실질의 혈류가 감소해 허혈성 통증이 발생한다. 이는 요통, 복부 통증 및 압통을 일으키는데, 복통은 종종 식후 15~30분 정도에 발생하여 수일간 지속되며 대개 수개월 간격으로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통증은 명치나, 몸의 왼쪽에서 주로 나타난다. 때로는 통증이 등, 가슴, 옆구리 등으로 방사된다. 특히 췌장은 등 쪽에 있는 장기이므로 누운 자세에서는 통증이 심해지고, 다리를 모으고 구부린 자세에서는 통증이 완화된다. 


 췌장의 외분비 기능이 감소하면 각종 영양분의 소화 흡수에 장애가 발생한다. 주로 지방 흡수 장애가 나타나며 단백질 흡수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지방이 들어 있는 음식을 섭취한 후 대변의 양이 많고 냄새가 심하다. 대변이 물에 뜨거나 물에 기름방울이 뜨는 지방변이 생긴다. 지용성 흡수 장애와 체중 감소가 나타나기도 한다. 췌장의 내분비 기능의 장애는 췌장이 심하게 파괴된 말기에 주로 나타난다. 이때 인슐린이 부족해지면서 당뇨병이 발생한다. 


 경증의 급성 췌장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병원에 입원해 통증 완화를 위한 진통제를 투여받고 췌장의 휴식을 위해 금식해야 한다. 메스꺼움, 구토 또는 중증의 통증이 없는 경우, 입원 직후 저지방 연식이 보통 시작된다. 


 중등도 중증의 급성 췌장염 환자들은 보다 긴 기간 동안 입원해야 하고, 정맥내 수액을 투여받게 된다.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경우, 코를 통해 위나 장으로 삽입하는 튜브를 통해 음식을 제공한다. 중증의 급성 췌장염 환자는 활력 징후(맥박, 혈압, 호흡수) 및 소변 생산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중환자실에 입원시킨다. 


 급성 췌장염이 담석으로부터 발생한 경우 치료는 중증도에 따라 달라진다. 담석 췌장염 환자의 80% 이상이 자연적으로 담석을 통과시키지만, 통과시킬 수 없는 담석이 있어서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 환자에게는 보통 담석 제거와 함께 내시경 역행 쓸개이자조영술(ERCP)이 필요하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의사는 일반적으로 담낭을 제거한다. 


 감염 또는 괴사성 췌장염은 항생제로 치료하며, 감염되어 괴사된 조직을 내시경으로 또는 외과적으로 제거해야 할 수 있다. 
 만성 췌장염 환자의 치료는 두 가지 가장 큰 문제점인 통증과 소화불량 및 지방변의 치료를 목표로 한다. 간헐적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서 음주는 절대 피해야 하며 지방질이 많은 음식의 과식도 피해야 한다. 

배상문 제일병원 내과 전문의
배상문 제일병원 내과 전문의

 일부의 환자에서는 췌장의 50~95%를 절제해야만 통증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으나, 이럴 경우 췌장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어 췌장효소를 약제로 보충해주어야 한다. 
 소화불량 및 지방변의 치료는 주로 췌장효소요법에 의존하며, 완전히 교정되지는 않더라도 호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에 대한 치료 역시 중요한데, 그 이유는 만성 췌장염에 걸린 환자에게 당뇨는 사망에 대한 예측 인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만성 췌장염환자에서의 당뇨로 인한 질병 이환과 사망은 소혈관 합병증과 치료의 합병증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저혈당의 합병증을 피하기 위해 너무 엄격히 혈당을 조절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췌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음주와 담석에 의한 경우로 췌장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음주와 흡연, 고단백,고지방 식이를 피해야 한다. 또한 담석이 생긴 경우 무증상이라면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에는 담낭을 절제하는 수술적 치료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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