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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은 현재 정권탈환에 목숨을 걸고 있다. 또 이번만은 반드시 그렇게 될 것으로 굳게 믿는 분위기다. 아니 "이제는 다시 울지 않으리"라며, 한껏 고무되어 있다. 정국상황 역시 자신들에게 더 없이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준다. 현 정부는 그동안 까먹은 인기도 모자라 저들끼리 물고 뜯으면서 국민들로 하여금 진저리를 내게 하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 당 요직과 각료까지 지냈다는 인사들이 하나같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어깃장을 놓지를 않나, 야당보다 한 술 더 떠 정부를 비난하는 대열에 뛰어 들었다. 이러니 변란(變亂)만 없이, 앞으로 아홉 달을 지나면 오매불망해 왔던 정권이 넝쿨째 굴러들어올 것이라는데 추호의 의심도 없다. 당내에서 빅2로 불리는 두 주자를 놓고 혈투에 가까운 경선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런 자만에서 비롯되고 있다. 두 주자 중 누가 되었던 대권(大權)은 따 놓은 당상이라면 자신이 지지하는 주자를 후보가 되도록 만드는 것만이 절대 선이고 목적이다. 좌파정권 10년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보수 우익의 대의(大義)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오직 밀고 있는 주자가 이기도록 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을 뿐이다. 상대가 어떤 창을 들고 공격해 오더라도 자신들의 논리로만 무장된 방패를 앞세운다. 자신의 논리가 대명천지(大明天地), 본선에 나가면 어떤 치명상을 입을지 모른다는 항간의 우려마저 깡그리 무시한다. 저들의 주장을 빌자면 무엇이고 대세(大勢)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으로 귀결시킨다.
 병역시비는 어떻겠느냐고 하면 저들은 "뭐 그딴 것 갖고 걱정하느냐"고, 오히려 우습다는 식이다. 여기에는 거짓으로 밝혀진 김대업의 병풍(兵風)을 약방감초처럼 인용한다. 또 재산형성 과정에서 탈세 등 불법의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도 괜찮겠느냐는 반문에 "지난 10년간 까발려질 데로 까발려졌기 때문에 더 나올 것도 없다"고 받아친다. 그러면서 "설사 다소의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법률적으로 시효가 지났을 뿐 아니라, 그 시대에 그 정도의 흠도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태연자약하다. 아니 "지금에 와서 이런 구질구질한 것들을 들고 나와 우리 후보를 공격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엄포까지 놓는다. 이들은 그러면서 "너희들이나 잘 하세요"라는 충고를 하는 것으로 말문을 닫게 한다. 가히 만용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무식해서 용감하다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알 것 다 아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궤변을 듣고 있으면 그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스스로 말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요즘 울산 정치권의 인사들을 만나서 느끼는 공통점이다. 솔직히 나도 걱정이라서 그렇다는 말을 하려다가도 "에이! 말자"는 마음이 앞선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이토록 자만에 빠지게 만들었는지 그쪽이 더 궁금증을 갖게 하고 있다. 대선후보의 검증이 얼마나 혹독하고 치열하리라는 것을 저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고, 경험으로도 이제는 충분히 터득했을 때다.
 그런데도 이처럼 막무가내로 나오는 것은 일종의 집단최면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집단망각 때문인지 헷갈린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떠오르는 샛별이라며 찬사를 받았던 모 예비후보가 어느 날, 대학시절의 불법주차 과태료를 제때 내지 못했던 문제가 20년도 지나 들춰지면서 인기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국민들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던 현직 대통령이 한 여인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표현된 스캔들 한방에 초죽음을 겪기도 했다. 이것이 공인(公人)의 업보다. 그저 제 한 몸만 잘 간수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사인(私人)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의 선인들은 공직자의 몸가짐을 "어두운 방 안에서도 스스로에게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주밀(周密)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계하고 삼가 함을 추상같이 하지 않으면 백성들의 민심을 잡아갈 수 없어서다. 하물며 나라의 최고통치자가 되겠다고 하면서, 이를 무시해도 된다는 발상은 언어도단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더 희한한 논리를 펴고 있다. 호불호(好不好)를 따지지 말고 우열론(優劣論)으로 보자는 주장이다. 예컨대 사람이 좋고 아닌가가 뭐 대수냐, 나라를 잘 다스려줄 능력만 있으면 된 것이 아니냐는 화두(話頭)로, 검증과 시시비비를 원천봉쇄하려 들고 있다.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시시비비도 가려보지 않고 우열을 무엇으로 판단하는가. 더욱이 이는 도덕성과 책임감도 없는 인사에게 대권을 맡겨 나라를 말아먹게 해도 좋다는 발상으로 모골을 송연하게 한다. 당내든 언론에서든 검증 요구가 있으면 당당히 응해야 한다. 이것만이 대권 예비후보와 이 나라를 온전하게 지킬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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