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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채시장을, 단순히 막바지에 몰린 사람들이나 찾는 곳으로 생각해 왔는데 지금은 그 이용자가 전 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사채시장 규모도 IMF 이전까지만 10조 원대에 머물렀는데 지금은 50조원 이상으로 덩치를 불렸다. 제도권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국민이 IMF 이후 급격히 감소하면서 너도나도 사채시장에 손을 벌리고 있다. 제법 건실한 기업마저 급전을 여기에서 조달하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는 현실이다. 서민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사채를 이용한 서민들의 85%가 2년 이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만큼 그 폐해는 형언할 수조차 없다. 소위 말하는 '신용사회'에서 신용불량 판정을 받았다면, 이는 경제생활을 포기하라는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다. 이자가 연 200%를 넘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숫제 칼만 들지 않았다 뿐이지, 날강도나 다를 바 없다. 이런 사태를 뻔히 두 눈 뜨고 보고 있으면서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무정부나 무엇이 다른가. 16일 울산광역시의회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집행부를 대상으로 이 문제를 강도 높게 따졌다. 산업건설위원회 박부환 의원은 "현재 울산지역에는 400개가 넘는 대부업체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들 업체를 관리 감독할 전담직원은 경제정책과에 단 1명밖에 없어 사실상 관리를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몰아세웠다.

 

市, 불법광고에도 無조치
 특히 이 직원이 불법 대부업체의 횡포에 피해를 입은 시민들을 위해 설치했다는 '피해신고센터'의 업무까지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는 박 의원의 지적이다. 또 이재현 의원은 실제 지역의 정보지 등에 실린 대부업체들의 불법 사례들을 분석한 자료를 갖고 시의 관리부실을 추궁했다. 이 의원은 "지난 15일자 정보지에 실린 대부업체 광고 66건 가운데 절반 가까운 48%가 등록번호 미기재, 등록번호 허위기재, 이자율 미기재, 추가비용여부 미기재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면서 "그러나 시는 이들 불법광고 대부업체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의 어떤 행정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시는 이에 대해 현재 국회에서 이자제한법의 부활을 추진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조치를 하겠다는 미온적인 대답으로 얼버무렸다. 그럼 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대부업체들이 어떤 불법을 저질러도 보고만 있겠다는 것인가. 여야를 떠나 국회에서는 현재 이자제한법 제정이 한창 추진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이자제한법이 폐지되고 대부업법이 제정된 이후 사채의 법정 최고이자율은 연 66%에 이르고 있다. 여기다 불법까지 가세, 실제 사채이자율은 연 200%를 웃돌고 있는 것이 즐비하다. 이자제한법이 부활되면 최고이율을 연 40% 이내로 제한하는 대통령령을 정하고 이를 초과한 거래는 무효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때가 언제이냐는 것이다. 또 우리 사회가 이를 마냥 기다려도 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우선 법이 허용한 관리 감독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예컨대 이재현 의원이 지적했던 이자율 미기재 업체나 추가비용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업체들의 행위가 현행법으로도 불법이라면, 상거래질서 구축 차원에서라도 철저히 단속해야 마땅하다.

 

삼정문란 능가한 돈장사
 제도권금융이라 할 보험회사들이 보험계약자에게 '약관'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아 당하는 피해는 사채시장에 비교할 경우 피해라고 할 수도 없다. 사채업체들은 이를 이용하는 서민들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각종 추가비용부과 규정(약관)을 들어 이용자들을 옥죄고 있다. 이자를 제때 납입하지 않으면 몇%, 원금변제 기일을 어기면 월 단위가 아니라 주 단위로 연체율을 올리는 등 막가파식 폭리를 취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돈을 갚지 않을 경우 가해지는 폭언과 협박은 채무자 당사자에기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친지는 물론 결혼을 앞둔 약혼자와 애인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자행된다. 조선말기 민생을 도탄에 빠뜨렸던 삼정문란을 능가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북한을 다녀온 뒤 "북에서는 한국이 핵실험을 이유로 식량지원을 끊고 있는 것에 대해 '먹는 것 갖고 장난친다'며 격분해 있다"고 했던 그 잘난 선량들이 남한의 이런 썩어빠진 돈 장사에는 왜 일갈하지 않고 침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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