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자동차 등 울산지역 주력 기업체들이 환율 하락, 고유가와 원자재가 상승, 노동운동 등 삼중고(三重苦)로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특히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등 지역 주력산업들은 수출 비중이 높은 업계 특성 때문에 고유가와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지역 수출기업들에 따르면 대책없이 떨어지는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해 120여개 수출업체들이 수출을 하고도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환차손 손실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과 적정이윤 환율은 각각 928.26원과 953.80원선(수출보험공사 조사 자료). 중소기업도 적정 수준의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990.63원이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심리적 마지노선인 920선마저 무너지자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SK(주) 등 대기업들은 물론 중소 수출업체들의 채산성 악화가 날로 증가되고 있다.
 울산세관이 집계한 올해 1월~11월 말까지 수출입 실적을 살펴보면, 이 기간 동안 수출 488억 달러, 수입 460억 달러로 28억 달러의 흑자를 내긴 했지만 전년 동기간 50억 달러 흑자에 비하면 흑자폭이 반토막난 상태다.
 반면 울산세관을 통관한 수입물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수입금액은 29%나 증가해 지역 기업들의 원자재 구입 부담을 반영하고 있다.
 중국의 저가 제품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기업들은 환율 하락으로 원유 도입 비용은 줄어들지만 자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고 국내 정유제품 생산업체의 내수 부진으로 내년은 올해에 비해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수출할수록 오리혀 손실이 커지는 상황인데 고정비 절감이 힘든 장치산업의 특성상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푸념했다.
 특히 환율 하락은 수출 주도의 현대자동차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원화강세로 미국 소형차시장의 현대차 베르나 판매가격이 경쟁차종인 도요다 야리스보다 더 비싸져 가격경쟁력을 상실했으며, 상반기까지 수입차 1위를 보였던 러시아 시장에서도 도요타와 포드에 밀려 현재 4위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시장에서도 수입차 업체들이 2,000만원대 차량을 잇달아 출시하며 현대차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어 수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내년도 기준환율과 관련 최악의 경우 800원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해외시장 부진 타개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여기에다 강성노조의 파업도 '울산=자동차도시'란 위상을 흔들리게 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노조 파업으로 11만5,124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1조5,907억원의 손해를 봤다. 지난 7월에는 생산한 차량이 없어 수출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해외시장의 부진은 환율하락과 원자재가 상승 때문인데 민간기업 능력 밖의 문제"라며 "지역 기업들이 현재의 환율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노조의 협조 아래 원가 절감과 품질 경쟁력 향상, 경영혁신 등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환기자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