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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가 동남아와 중남미 시장 생산기지 진출을 본격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 김동진 부회장이 지난 14일 "동남아 및 남미용 저가 차량을 개발중이며, 차량 개발 이후 이들 지역에 생산거점을 만들 계획"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현대차의 동남아 및 남미 진출 계획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동남아와 중남미의 자동차 시장은 신흥시장으로서 그 가치와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19일 현대차와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아세안 국가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 지역의 한해 자동차 판매량은 200만대를 넘어서는 수준이며, 중남미 지역은 300만대를 웃도는 실정이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의 이들 시장을 향한 수출량은 아직까지 많은 수준은 아니다. 완성차 수출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 한해 동남아 시장에 8만대 가량을, 중남미에 15만여대를 수출한 게 전부다.
 전체 판매에서 수출 비중을 점차 높이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아세안에 6만543대, 중남미에 12만1천340대, 올들어 지난 11월까지 아세안에 3만4천177대, 중남미에는 14만6천514대를 팔았다.
 문제는 향후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 시장에서 판로를 확대해 나갈수 있느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여건만을 놓고 볼 때 한국 업체들이 이들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그 이유로 우선 관세를 꼽는다. 수입 자동차에 대해 국가별로 편차가 있지만 아세안 국가들의 경우에는 5-90%, 중남미 국가들의 경우에는 0-3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국가가 자동차에 부과하는 보유세 등 세금까지 감안할 경우 최고 차값의 100%까지를 세금으로 부담하는 꼴이어서 '저가형 차량'을 최대 수요처로 하는 이들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게다가 중남미는 거리상의 이유로 엄청난 물류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한국차 값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또한 동남아 시장에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중남미 시장에는 미국 빅3를 비롯한 유럽업체들이 이미 생산기지를 확보해 놓은 상태여서 시장에서의 입지 확보는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현대차로서는 이 같은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현지공장 건설이라는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대차가 이들 시장을 겨냥한 저가형 차량을 개발하고, 이 지역에서의 현지공장 건설 등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기아차로서는 선진시장인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점유율을 높임으로써 브랜드가치를 제고하는 동시에 오는 2010년 600만대 생산체제에 맞는 수요처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오는 2015년 '아세안 경제공동체'(AEC)를 결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아세안 10개국과 '브릭스'(BRICs) 가운데 하나인 브라질을 포함한 중남미 시장 공략은 현대.기아차가 풀어야 할 당위인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도 "무조건 진출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이들 시장에 대한 정밀한수요 조사가 뒤따라야 하겠지만, 이들 지역에 생산시설을 만들어 공략해야 경쟁력을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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