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학교 3학년생이 치르는 2014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횟수가 연 1회에서 2회로 늘어나고 응시과목 수는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수능이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시험 부담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급변에 따른 부작용과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014학년도 입시 현 중3부터 적용
유사과목 통합 제2외국어등 폐지
갑작스런 제도변경 부작용 우려도
#개편안 개요
중장기 대입 선진화 연구회(총괄위원장 성태제 이화여대 교수)는 19일 수능체제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2014학년도부터 수능이 복수시행 체제로 전환돼 오는 11월에 보름(15일) 간격으로 2회 시행된다.
응시영역은 현재의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이 각각 국어, 수학, 영어로 이름이 바뀌고 탐구영역은 유사 분야끼리 시험과목이 통합되고 응시과목수도 줄어든다.
사회탐구를 예로 들면 지금은 윤리, 국사, 한국지리, 경제지리, 세계지리, 한국근현대사, 세계사, 법과사회,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과목수가 11개나 되고 이 중 최대 4개 과목을 선택하게 돼 있으나 지리, 일반사회, 한국사, 세계사, 경제, 윤리 등 6개 과목으로 통합해 이 중 1개를 선택, 응시토록 한다는 것이다. 과학탐구도 현재 물리I, 물리II, 화학I, 화학II, 생물I, 생물II, 지구과학I, 지구과학II 등 8개 과목에서 최대 4개 과목을 선택하지만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 4개로 통합해 이 중 1개를 선택하게 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각 영역은 난이도에 따라 각각 국어 A/B형, 수학 A/B형, 영어 A/B형으로 구분된다.
이밖에 제2외국어ㆍ한문 영역은 대입 반영 비율이 다른 영역에 비해 현저히 낮고 읽기 중심의 수능으로는 실질적인 제2외국어 교육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아예 수능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 학습부담 경감 기대
이번 개정안은 '2009 개정 교육과정'의 후속조치로 수능 출제과목을 조정할 필요가 있고 입학사정관제 확대 등으로 수능이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든 점을 고려한 것이다. 시험 범위가 너무 넓어 학습 부담이 과도하고 수년간 학습한 내용을 단 한번의 시험으로 평가해 진로를 결정하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만큼 학생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문제의 난이도가 현행 수능 수준인 B형외에도 현행 수능보다 출제 범위가 좁고 훨씬 쉬운 수준의 A형을 두게 됨에 따라 수험생들은 자신의 학력수준과 진학할 대학의 계열 등에 난이도를 맞춰 학습하고 응시할 수 있게 된다.
#부작용·혼란도 우려
수능 제도가 '학생 중심'으로 손질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과도기적 부작용이나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우선 1·2차 사이에 집중적인 시험 대비가 불가피하다보니 보름짜리 전략 시장이 발생하고 이는 사교육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회차별 시험의 난이도 조절도 관건이다. 실제 지난 1994년에 잠시 도입됐던 이 제도가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혼란을 가져 온바 있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의 경우에는 한 과목만 선택하게 됨에 따라 선택되지 않은 과목의 퇴조되고 지나치게 '국수영' 중심의 교육으로 몰고 가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제2외국어와 한문도 당장 수능에서 빠지면 해당 과목 교사의 집단 반발이 예상되고 해당 과목 수업시간은 입시준비용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갑작스런 제도 변경이 자녀들의 학습 부담 경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부모 김명옥(남구·49)씨는 "수능 제도가 너무 쉽게 바뀌면 변별력 등 문제로 인해 경쟁이 더 치열해 질 수도 있다"며 "시험도 학기별도 아니고 같은 달에 연달아 치러지다보니 학습 부담을 줄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