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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북구 울산외고 옹벽붕괴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정밀안전진단 작업을 위해 비계를 설치하고 있다. 김정훈기자 idacoya@ulsanpress.net

【속보】= 울산외국어고등학교 붕괴사고가 예견된 인재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시공사와 감리사가 지난 7월 말 옹벽 붕괴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대한토목학회에 정밀안전 진단을 의뢰한 사실이 본보의 취재 결과 밝혀졌다.

   교육청과 시공사·감리단 등은 '지하수 용출'에 따른 붕괴위험을 우려하면서도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본보의 지적대로 이번 사고는 기존 계곡을 매립·성토해 학교 부지를 조성하면서 지하수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설계부터 잘못된 공사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사고 다음날 안전진단 결과 나와

12일 시공사인 남영건설(주)과 감리를 맡은 동남종합감리건축사 등에 따르면 이들은 붕괴사고가 발생하기 한달여 전인 지난 7월 말 대한토목학회 대구·경북 지회에 지반에 대한 긴급 안전진단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안전진단 의뢰는 지난 5월 말부터 옹벽 상부에 균열이 생기는 등 이상징후가 발견됐기 때문으로, 8월 초 이뤄진 안전진단은 학교 부지 지반에 대한 '전기·비저항 탐사'가 이뤄져 지하수의 흐름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전진단 결과 보고서는 사고 발생 하루 뒤인 지난 9일 최종 보고서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시공사와 감리단 관계자는 "보고서에 지하수 용출을 우려하는 결과가 도출된 것을 확인했다"며 "사고가 발생하기 전 이뤄진 진단이지만 이번 사고의 원인이 지하수 용출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사고의 원인이 지하수 용출로 밝혀질 경우 발주처인 교육청은 부지선정을 잘못했고 설계 과정에도 지하수의 흐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드러나게 된다.

 시공사와 감리단 역시, 부적절한 학교 부지의 문제점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 공사를 강행했고, 공사 감독도 소흘했다는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시공을 맡은 남영건설의 한 관계자는 "시공에 앞서 지하수 지류가 학교 부지를 관통한다는 사실을 교육청과 함께 사전에 알고 있었다"며 "지하수 용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상 반영되지 않는 상부 토사 측구 옹벽을 2곳에 설치했는데 이는 물길을 끊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야산 중턱에 있는 'V'형 계곡을 매립·성토해 학교 부지를 조성했는데 기존 설계에는 지하수나 지표수 침출에 관한 어떠한 반영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공사 입장에서는 설계도면과 시방서 대로 시공만 하면 되지만 공사를 진행하면서 불안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 사고원인놓고 의혹만 증폭

사고 원인을 밝혀줄 만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발주처인 교육청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반에 대한 안전진단을 사고 발생 전 의뢰했고, 결과가 나왔지만 현재로서는 보고서 결과 조차 공개할 수 없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육청 시설관리 담당은 "해줄 말이 아무것도 없다"며 사실 관계 확인을 전면적으로 거부했다.

 때문에 벌써부터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외고의 한 학부모는 "아이가 다닐 학교에 어처구니 없는 대형사고가 발생했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교육청은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교육청 고위 관계자는 "토목학회의 안전진단 결과는 분석을 해야하는 단계로 지금 상황에서는 공개할 수 없다"며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기관의 안전진단을 거치고 추가 유실 붕괴가 없도록 긴급 조치를 한 다음 명확하게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관계자는 "차후 부지선정 과정에도 문제가 없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 학교의 붕괴 사고와 관련해 지난 10일 내사에 착수하고 공사현장을 찾아 기초조사를 실시했다.
 경찰은 우선 부실시공 여부와 하도급 상의 위법성 여부 등을 조사한 뒤 정식으로 수사할 필요성이 있으면 해당 기관과 관계자를 입건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김지혁기자 us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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