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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기존 관행·현실 부정…고법 재판단 후 결정"
노동계 "'종국판결'과 다를바 없다…집단소송 준비"
현대차지부 "막연한 요구 고용불안 가중…신중 접근"


지난 7월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에서 2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봐야한다는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 산업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 판결에 대해 노동계는 하청업체 활용 자체를 잘못된 것이라 해석하고 사내하도급, 또는 사내하청이라는 원청업체들의 기존 생산방식 자체를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 반면 산업계는 최종판결이 아닌 만큼 노동계의 움직임에 대응치 않고 있다.
 노동계와 산업계의 해석과 대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판결의 의미와 향후 전망 등을 되짚어 본다.
 
#대법원 파기환송 내용

대법원의 파기환송 내용은 이렇다.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불법파업, 무단결근 등으로 해고된 뒤 낸 부당해고 소송에서 대법원은 원청회사와 근로자의 관계가 형식상 도급관계일 뿐 원청회사의 직접 노무지휘를 받는 근로자파견 관계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근로자파견은 2년 이상지속되면 사용회사가 고용한 것으로 가준된다는 파견법 조항을 적용해 원청회사 사용자라 볼수 없다는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했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산업계의 기존 생산방식이라는 관행과 현실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이제까지 통용된 법리와도 괴리가 있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07년 4월 부산고검에서 항고 기각, 2007년 7월 부산행정법원 재심판정 기각, 2008년 2월 서울고법 항소기각 등 하급심에서 충분한 검토와 함께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엇갈린 해석과 대응방법

현대차를 비롯한 산업계는 이번 판결이 대법원의 최종확정 판결이 아닌 만큼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이 자체적으로 종결처리(종국판결)을 하지 않고 '파기환송'을 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하급심인 고등법원은 두가지 방안을 택할 수 있다. 하나는 대법원의 판결내용을 바탕으로 사안을 정리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누락된 중요자료를 보완·취합해 재상고하는 것이다. 아직 어느 쪽이 될지는 결정된 바 없다.

 이번 판결에 따른 최종확정은 통상 1년 이상 소요되며, 재상고가 이뤄질 경우 사안에 따라 길게는 5~6년 정도 걸릴 수도 있다.
 뿐만아니라 파기환송 후 번복된 사례도 적지 않아 대법원의 파기환송만으로는 예단하기 이르다는 것이 산업계와 법조계의 분석이다.
 반면, 금속노조를 비롯한 노동계는 특별대책팀을 구성하는 등 대대적인 사내하청 조직화에 나섰으며, 집단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노동계는 '민사소송법에 의해 사건을 환송받은 고등법원은 대법원의 사실상 및 법률상 판단과 다른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 판결과 다른 판결을 할 수 없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종국판결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산업계와 노동계가 대립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의 중립적인 움직임도 주목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지부는 사내하청지회와의 연대투쟁을 강조하면서도 막연하게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환노위 소속 국회의원 일행의 방문에서도 현대차지부는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최대한 협조해 나가겠다"며 "다만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섣불리 나설 경우 오히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만 가중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종국판결 때까지 대응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대차지부는 법리적 해석을 노동계에 유리하도록 적용시켜 단 한명이라도 더 많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시켜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아직 종결된 상태가 아니고 또 한 개인의 문제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종국판결이 나올때까지 대법원의 파기환송만을 갖고 지나친 확대해석과 대응을 하는 것은 오히려 사내하청근로자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자제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락현기자 r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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