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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항 석탄부두에 쌓여 있는 석탄이 분진막 보다 높아 바람이 심하게 불면 석탄가루가 인근 N사, S사 등 기업체는 물론, 석탄부두 반대편 북구지역 아파트단지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다.

3.석탄부두(상)


울산항 환경 오염의 대표적인 주범으로 지적되는 석탄부두는 방진막 설치가 안된데다 관리마저 소홀해 항만 인근은 물론 시가지 분진 공해의 주범이 되고 있다. 지난 1982년 개장한 울산항 석탄부두는 연간 150만톤의 석탄화물을 처리하고 있지만 부두 내 시설 노후화 및 방진막 설치 등 환경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야적장 내 쌓아둔 석탄이나 석탄수송을 위한 상·하차 때 발생하는 분진 등이 날려 인근 업체 뿐만 아니라 태화강 하구 등 연안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석탄부두 인근지역의 오염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울산시 수중협회의 도움으로 태화강 하류 수중 탐사를 실시했다.
 
#태화강 하구 30㎝높이로 쌓여

8일 남구 매암동 석탄부두와 인접해 있는 태화강 하구. 석탄부두에서 바람을 타고 온 각종 분진들로 눈을 제대로 뜰 수조차 없었다.
 석탄부두 옆 일부 단체의 사무실 근무자들은 외부에서 작업을 하고 들어오면 석탄가루로 인해 금새 코 안이 시커멓게 변한다고 털어 놓았다. 이들은 석탄가루 방지를 위한 방진막 설치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묵살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의 불만을 뒤로 하고 본격 탐사를 위해 울산시 수중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무거운 잠수장비를 매고 검푸른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바라본 태화강 하구와 둔치는 그동안 준설작업 등으로 잘 정돈된 듯 싶었다. 하지만 물 속으로 들어가자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물속의 오물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심 2m 쯤 내려간 태화강 중심부는 각종 슬러지가 수북했고, 이들 슬러지와 엉킨 다시마가 대부분의 강바닥에 퍼져 있었다. 다시마를 헤치자 시야가 흐려질 정도로 부유물들이 떠올랐다.

 20~30㎝ 가량 강 밑바닥으로 손을 넣어 흙을 들어내보니 시커먼 슬러지 덩어리가 나왔다. 강 밑바닥 깊게 슬러지 층이 형성된 것이다.
 함께 내려간 김정식 울산시수중협회 이사는 "태화강 중심부 대부분은 슬러지화되어 있다"며 "석탄부두가 연안 오염의 직접적 원인으로 단정할 순 없지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 태화강 하류 강바닥에서 수거한 슬러지와 다시마.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북구 방향으로 조금 이동하자 인근 강 바닥에 군데 군데 보이는 어패류는 대부분 죽어있었고, 일부지역에는 고철덩어리 등 각종 폐기물들이 흉물스럽게 녹슬어가고 있었다. 생태하천 태화강 하류 속 모습은 슬러지 덩어리 그 자체였다.
 이날 기자와 함께 1시간 가량 석탄부두 인근 해역을 살펴 본 김 이사는 "수중 생태계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명확한 조사를 거쳐 원인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시만에 콧속 시커멓게

울산항 석탄부두에서 나오는 각종 분진으로 인한 피해는 인근 연안 오염에 그치지 않는다. 인근 N사, S사 등 기업체는 물론, 석탄부두 반대편 북구지역 아파트단지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
 실제 S사의 경우 공장 내 원료인 소금 등이 석탄가루로 뒤덮여 제거하는 작업을 해야하고, 소금원석이 가성소다와 혼합해 원료로 사용되는 과정에 석탄분진이 달라붙어 추가 정제과정을 거쳐야 하는 등 직접적 피해를 보고 있다.

   
▲ 석탄부두 인근에 있는 건물 창틀에 시커먼 석탄가루가 쌓여있다.

#빨래는 커녕 호흡기 질환까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피해도 심각하다. 남서풍이 부는 봄과 여름에는 석탄가루가 바람을 타고 북구지역 S아파트와 P아파트까지 날아가 빨래를 널지 못하는 것은 물론, 호흡기 질환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 주민은 "여름철에 문을 열어 놓으면 집안에 검은 가루가 쌓일 정도"라며 "호흡기 질환에도 좋지 않아 문을 닫고 사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못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석탄부두의 오염은 봄과 여름철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면서 "이 시기 남서풍을 타고 날리는 석탄가루 등으로 인해 북구지역 아파트단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특별취재반=정재환·박송근·최재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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