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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조의 공장 점거 농성 14일째인 2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장인 강호돈 부사장(오른쪽 )이 사태 해결을 위해 현대차지부 사무실을 방문, 이경훈 지부장과 마주하고 있다. 이창균기자 photo@

"정규직화안 제시하면 중단 검토"
"농성 먼저 풀고 4자협의 해보자"
정문앞 천막급증 주민 불편 호소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과 관련,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조가 대화를 원한다면 점거농성부터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비정규직 노조는 조합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정규직화 안 제시가 없으면 파업(농성)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사태해결을 위한 험로는 계속될 전망이다.
 
#노조 "정규직화안 제시 없으면 파업 계속"

이상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은 정규직화를 요구하면서 벌이고 있는 공장점거파업과 관련해 "정규직화를 전제로 조합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성과있는 정규직화 안을 제시한다면 농성(파업)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지회장은 28일 점거파업중인 울산 1공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제 쟁의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규직화에 대한 성과있는 합의없이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 아래 금속노조와 현대차 노조에 지지와 엄호, 연대의사를 요청키로 결정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 지회장은 "현대차와 불법파견 정규직화 교섭을 열기위한 과정으로 특별교섭에 참여한다"며 "하지만 정규직화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이 형식적인 대화 정도로 조합원과 국민들을 기만한다면 우리는 울산 2공장을 비롯해 파업투쟁을 더욱 강화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회장은 이어 "회사가 이후 대화와 교섭을 거부한다면 현대차 정규직 조합원들도 금속노조의 결정에 따라 연대파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노조는 주말 현대차 정규직, 비정규직 노조와 금속노조 3자 노조대표가 마련한 중재안에는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3자 노조대표는 점거파업 농성자 500여명에 대한 고용보장, 비정규직 노조 지도부의 사내 신변 보장, 불법파견 교섭대책, 고소고발, 손배소 철회 등을 논의한다고 결정했었다.
 비정규직 노조의 이 같은 입장은 노조 내부에서 정규직화 없이는 점거파업을 사수하자는 강성 목소리와 파업을 중단하고 나가도 고용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는 등 부정적인 분위기가 크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차 "불법점거농성 풀어야 대화 가능"

비정규직 노조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조가 불법 공장점거파업을 중단하면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어 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강호돈 부사장은 이날 오후 현대차노조지부를 방문, 이경훈지부장과 면담을 갖고 정규직 및 비정규직 노조와 금속노조 등 3자가 마련한 특별교섭 요청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

 강 부사장은 "지난 13일간의 불법점거로 인해 현재까지 1만5,900여대의 생산차질과 1,800억원 이상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으며, 신차효과 상실은 물론 사회정치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며 "회사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노력에 대해서 적극 공감한다"고 밝혔다.
 강 부사장은 "그러나 '교섭'이라함은 사용종속관계를 전제로 근로조건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므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별도의 '협의'명칭이 적합하다"며 "협이 주체 또한 현대차와 현대차지부, 협력업체, 하청지회 등 4자로 구성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생산시설 점거를 볼모로 불법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상적인 협의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협의 개시를 위해서는 농성 해제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막대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지부의 협의중재 노력과 종업원 보호를 위해 최대한 인내하고 있으나, 하청지회의 점거농성이 지속될 경우 부득이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처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잇딴 지원집회에 인근 주민 집단민원

민주노총은 지난 27일 울산시 남구 태화강역 광장에서 전체 조합원 4,0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 지원을 위한 전국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들 조합원은 태화강역 집회를 마치고 2개 도로 차선을 따라 현대자동차 정문까지 3㎞ 가량의 구간을 행진한 뒤 저녁부터 이어진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이들은 또 주말 48시간 비정규직 지원농성을 위해 현대차 정문 주변 100여곒 구간에 기존에 설치된 천막 9개 외에 크고 작은 천막 50여개가 추가로 설치했다.

 이날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등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파업지원을 위한 각종 집회와 시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집단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양정동 주민자치위원회와 바르게살기, 여성자원봉사회, 청소년지도 협의회, 통정회 등 6개 주민단체는 지난 26일 대표 명의로 '현대차 비정규직 집회로 인한 양정주민 요구사항'이라는 제목의 민원공문을 관할 북구청과 동부경찰서에 냈다.  김락현기자 r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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