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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자유 시장경제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실생활에 있어서는 이 같은 이념이 적잖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장원리에만 지배를 받는다면 누구든 최상의 이윤을 위해 무엇이고 할 수 있다.

 

   시장질서 깨진 주택문제
 그런데 여기에 '질서'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경제질서, 시장질서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없다면 공정거래법이라는 것도 있을 수가 없다. 한때 수정자본주의니, 수정사회주의니 하는 것을 자주 인용했지만 지금은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다. 인간은 사회적동물이기에 그 사회가 요구하는 질서, 규범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결과다. 그러나 유독 안 되는 것이 주택 문제다. 다른 일에는 갖가지 이유를 달아 상식적인 거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범위에서의 상행위를 요구하면서도 주택문제만큼 눈을 감아왔다. 중앙정부가 그랬고, 어느 유관기관도 이를 제재하려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오늘날의 우리나라 집값이다. 천정부지라는 말이 있지만 지금처럼 룰도 겁도 없이 치솟던 시절은 일찍이 없었다. 자고 나면 몇 천만 원씩 오르는 집값이다. 오죽하면 집값 자체를 이야기도 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겠는가. 연봉이래야 3천만 원 안팎인 대부분의 월급생활자들이 무슨 재주로 평당 몇 천만 원이 넘는 아파트를 살 수 있겠는가.
 정부기관이라는 건설교통부가 지난 3/4분기 서울 강남지역과 신도시의 아파트 실거래가가 6월 대비 평당 252만 원, 163만 원씩 올랐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어느 지역의 31평 아파트가 두 달 사이 8억7천만에서 10억1천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고 한다. 돈 10억이 어느 집 강아지 이름도 아니고, 아무렇지 않게 읊조린다. 이러니 일반 국민들도 돈 10억 원을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있다. 10억이라는 돈의 가치를 따지기에 앞서 이를 보통 월급쟁이가 몇 년을 걸려야 손에 쥘 수 있는가를 계산해 보면 현기증이 나고 말 일이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일상적인 가계살림을 산다고 봤을 때 한 가정에서 연간 1천만 원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꼬박 100년이 걸려야 벌 수 있는 천문학적인 돈이다.
 

   대지 임대부 아파트 분양

 한나라당은 당내 홍준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른바 반값 아파트 공급을 위한 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한다. 홍의원이 주장하는 방안은 간단히 말해 건물은 소유하고 땅은 빌린다는 조건이다. 이 경우 지금처럼 땅과 건물을 함께 소유하는 아파트 분양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집값을 얼마든지 반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이를 실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14대 대통령선거 당시 '아파트 반값 공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주영 후보 이후 이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홍 의원의 주장이 있고 나서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도 "홍 의원이 제시한 방안과 비슷한 방안을 정부 내에서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 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대지 임대부 아파트 분양방식' 법안 발의에는 열린우리당과 민노당 의원들 상당수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의 아파트 값은 해도 너무 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참여정부 들어 아파트 값이 너무 급상승하다보니 누구나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다. 그런데도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대선공약으로, 또 취임 일성으로 이 문제를 의욕적으로 거론했던 어느 정부도 종래에는 흐지부지하고 말았다. 건설업자와 대지주 등 기득권층의 저항과 로비가 정권을 흔들 만큼 집요했기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만 것이 사실이다. 도시국가인 홍콩은 물론이고 일본과 유럽 등에서도 상당수 지역에서 이를 현실화시켰는데 반해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집 없는 서민들의 절규와 아우성보다 가진 자의 비위를 맞추지 않으면 안 되는 정치권력의 한계이기도 했다.
 

   재테크 풍토부터 바꿔야

 그러나 우리도 마음만 먹는다면 이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시장질서와 공정거래법은 그리도 강조하면서 유한재원인 부동산의 공익성은 왜 배척하는가. 집 한 채로 떵떵거리는 나라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또 집 장만이 재테크로 둔갑하는 현실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열심히 일하는 사회기풍을 진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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