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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는 기록으로 말한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치러진 각종 국제마라톤대회는 '등수'에만 너무 집착하는 참가자들로 적잖은 실망을 줬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마라톤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종목으로, 그 어떤 경기보다 기록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5일 서울에서 열린 '중앙서울마라톤대회'에 출전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바로 이 같은 '마라톤이 무엇인가'를 몸으로 보여준 대회였다. 일요일, 아침 중계방송을 보면서 내내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던 것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이봉주 선수 때문이었다. 우리나이로 36세면, 선수로서는 환갑을 지난 나이다. 이봉주는 이런 나이에도 불구하고 생애 36번째의 풀코스에 도전, 2시간10분49초에 골인함으로써 올 시즌 국내선수 최고기록을 작성했다. 등위는 5위였다.
 그러나 이봉주의 이날 기록은 지난 2월 일본 도쿄국제마라톤에서 국민체육공단 소속 김이용이 수립한 2시간11분28초보다 무려 39초나 빠른 올해 국내선수 마라톤 최고기록이다. 초반 세계기록 페이스에 육박할 정도로 빠른 스피드를 유지하다 반환점을 돌면서 선두권에서 처지지 시작한 이봉주는 한때 7위까지 밀렸지만 37㎞ 지점에서 모로코 선수를 따라잡고 5위로 치고 올라와 2004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8분15초를 뛴 이후 자신의 가장 좋은 기록으로 골인했다. 이봉주는 "초반 5㎞가 너무 빨라 데미지가 좀 있었지만 그 이후에 코스전략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오늘 기록에 만족한다"고 했다. 레이스에 임하기 직전 2시간9분대 기록을 내겠다던 계획에는 조금 미치지 못했지만 대단한 결과다. 이봉주는 지난 3월 일본 비와코마라톤에서 족저근막염 때문에 레이스를 중도 포기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 때문에 국내 마라톤에서는 한때 '이봉주 시대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봉주는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쩌면 이 대회는 나의 또 다른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 훈련해 온 모든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선수로서는 적잖은 나이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레이스를 펼쳐준 자체만으로 이봉주는 후배 마라토너들에게 귀감이 되고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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