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님들을 만나면 장애인 자녀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자신이 먼저 가고 나면 장애인 자녀를 누가 돌보냐는 것이다. 특히 힘든 시기는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라고 한다. 이제 갈 곳이 없다는 두려움과 절망감에 사로잡힌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울산시 특수학교에 전공반을 운영하면서 직업훈련의 과정을 넣었지만 이 역시도 2년간의 과정이 끝나면 그 후에는 대책이 없는 현실이다.

 현재 울산에는 10여개소의 장애인직업재활 시설들이 있지만 직업 재활과 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시설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거리 확보와 판로 문제로 힘든 상황이고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도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이러한 직업재활시설에 다니는 장애인은 행복한 편이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대기하고 있는 장애인이 수십명씩 있는 곳도 있다.

 포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포스위드는 전체 종사자 311명에 장애인이 171명이나 되는 큰 장애인 기업이다. 포스위드의 주요 직무는 모기업인 포스코의 업무위탁을 수행하는데 총무, 인사노무, 후생 등의 사무지원업무와 포스코 안내, 통신서비스를 담당하는 IT·통신업무, 포스코 직원들의 각종 의복과 타올들을 세탁하는 세탁업무를 하고 있다. 이러한 업무는 포스위드 설립 전에는 대부분 포스코가 아웃소싱하던 것들이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제도는 2008년 시행된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의해서 도입되었다. 이 제도로 기업이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자회사를 통해 장애인을 고용할 경우, 자회사가 고용한 장애인을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여 고용률에 산입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정부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과 관련 기관을 통해 시설융자, 편의시설, 보조공학기기 지원 등의 장애인 고용비용 지원을 비롯해 적합장애인 인력풀 제공, 장애인 고용 장려금 지원, 기업 요구직무 맞춤훈련 실시, 설립 이후 4년간 발생된 법인세 50% 감면 등의 지원을 한다.

 일본의 경우에는 1976년부터 이러한 특례자회사제도를 도입하여 장애인고용에 앞장서왔다. 특히 소니, 미쯔비시 등 주요 대기업의 경우 특례자회사 도입이 법제화되어 최근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며 2009년 4월 기준 248개의 특례자회사가 설립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설립된 우리나라의 장애인기업은 포스코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1호인 포스위드를 비롯해 모두 16개소이며 17개의 법인과는 협약을 체결하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전국 33개소 중 울산의 기업이나 법인은 찾아볼 수 없다.

 울산에는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많이 있지만 장애인 일자리는 많지 않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산재노동자들을 장애인 고용으로 잡기 때문에 새로운 장애인 일자리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울산은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최고의 산업도시이고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있는 도시가 아닌가?
 울산의 대기업들도 포스위드 같은 장애인기업을 통해 장애인고용의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데 더욱 앞장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울산이 더욱 살고 싶은 곳이 되고 시민들과 장애인들의 희망이 되는 도시로 성장하였으면 한다. 또 이러한 희망 만들기에 울산시와 구군,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서로 협력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조지 윌은 나는 절대로 흑인이나 여자가 될 수는 없지만 오늘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중 80% 이상이 후천성장애인이라고 한다. 산업수도 울산이 장애인 고용과 장애인복지의 모범이 되는 도시로 거듭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