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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쯤 업무 시간에 인터넷을 통해서 믿기지 않는 속보를 접했다. 북쪽에서 우리쪽 민간인 마을과 군부대를 향해 포탄을 쏘았다는 소식이었다.
 방송에서는 폭격으로 인해 화염이 솟아오르고 있는 마을의 모습이 비춰졌고, 마을 내에 설치된 CCTV 화면에는 포탄이 떨어지는 순간 당황해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현실이라고 믿기 힘든 일이었다. 우리나라가 종전국이 아닌 휴전국이었다는 사실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실감한 사건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남과 북의 전쟁은 역사책에서나 봤던 내용이었을 뿐이었고, 내가 실제로 알고 있는 북한은 기아에 허덕이고 가끔 고집을 피워 우리를 긴장하게 만드는 우리의 반쪽이라는 거였다. 연평도 포격 사건은 북한이 과거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던, 6·25 전쟁의 당사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지금도 연평도를 떠나 피신을 하던 어느 할머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살아 생전에 전쟁을 한번 겪었는데 또 다시 그 무서운 걸 겪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 무섭다고 하셨다. TV로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설마하는 마음으로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봤겠지만, 전쟁을 겪으셨던 세대에겐 연평도 포격이 과거의 악몽을 생각나게 했을 것이다.
 1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때의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던 마음을 어느 정도 잊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서 그 일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아직도 그때 일을 잊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군인과 민간인 부상자는 총 26명이었는데 그 사건으로 정신적인 후유증을 겪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그 사람들에겐 평생 잊기 힘든 경험일 것이다.
 작년에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을 겪으면서 분단국가라는 우리나라의 처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또 우리 국민들의 안보의식과 역사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생각해보게 됐다.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들은 분단된 남과 북이 휴전 중이라는 사실에 다소 무관심한 채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남과 북이 갈라지긴 했지만 특별한 불편 없이 지내왔던 대로 앞으로도 그렇게 지내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살았다. 두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가 약한 모습이나 빈틈을 보였을 때 어떤 위기 상황이 올 수 있는지를 알게 됐다. 값진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제대로 실천하고 우리의 안일한 마음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물론 북한을 무조건적으로 적대적인 눈으로 바라보지는 말아야 한다. 과거 우리에게 아픔을 주었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우리를 자극해 왔지만 그래도 우리가 안아야 할 우리 민족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앞날과 무관하게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신 우리가 내미는 평화의 손길을 기분좋게 잡아주지 않고 가끔씩 우리 뒤통수를 치는 그들에게 허점을 보이지 않도록 국민 개개인의 정신적인 무장이 어느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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