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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아름다운 서재] 4.주인석 작가의 '이담서숙'
작업실·사랑방·아이디어충전소…주인 성품 닮은 다재다능한 공간
2012년 06월 07일 (목) 22:06:41 김주영 uskjy@ulsanpress.net

어떤 사람이든 사람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법이겠지만 유독 어떤 사람들에게서는 그만의 향기가 풍겨 나올 때가 있다.
주인석 수필가를 처음 만난 날. 나는 그가 꽃을 닮은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몇 시간 동안 취재를 하고 집에 오는 순간까지 그가 내게 남긴 유쾌한 에너지 역시 꽃이 남긴 향기와 다를 것이 없었다. 최근 문인들을 취재하거나 예술인들을 만나면서 이런 경험들을 간혹 하긴 하지만 그가 특별했던 이유는 아마도 여성스러운 외모와 직설적일 정도로 솔직하고 꼿꼿한 성격의 대조,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이 인상 깊어서가 아닐까 싶다.

   
▲ 주인석 수필가의 서재'이담서숙'은 실용적이다. 남들 보기에 번지르르한 서재가 아닌 작가 자신이 편리하도록 손님맞이 공간, 집필공간, 사색의 공간으로 나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끔 했다.


그를 만나기 전 그의 직업이 수필가이자 스토리텔링 작가라는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게임이나 영화 시나리오 등을 쓰는 스토리텔링 작가를 떠올렸는데 수필가로서 문학적인 글도 병행한다는 게 언뜻 매치가 안 돼 '스토리텔링 작가'로서 그가 하는 일이 궁금했다. 게다가 가정집 거실을 서재로 꾸며놓았다는 서재 공간도 어떤 곳인지 궁금해 그를 만나기 전 이런저런 물음표들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 타인을 위한 기쁨이 솟아오르는 연못, '이담서숙'
   
▲ 거실이 서재로 태어난 주인석 수필가의 거실.

그리고 지난 주 그의 서재 '이담서숙'을 찾았다. 가정집 거실을 서재로 꾸며놓은 이곳은 그의 집필 작업실로 현재 다양한 장르의 책 3,000권을 소장하는 공간인 동시에 손님맞이 공간, 글을 쓰는 공간의 역할을 모두 해내는 기특한 곳이다.
 또 그 앞에는 그가 글을 쓰다가 쉬거나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마련된 '사색 작업실'도 있다. 베란다의 푸른 화초와 하늘이 보이는 작은 공간으로 그가 글을 쓸 때 자연과 더불어 사색하고 글의 개요를 짜는 공간이다.
 이렇게 하나의 서재를 여러 공간으로 분리시킨 것은 좀 더 편안하게 글을 쓰고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특히 집필 작업실에 들어서면 이담서숙이라는 한자가 벽면에 붙어있는데 이는 그가 요즘  서예를 배우고 있는 훈장선생님인 채 약 선생이 직접 지어준 이름이라고 했다. 이담은 '기쁨의 연못'을 뜻하는데 이는 작가로서 앞으로 써내는 글이 세상을 기쁘고 밝게 만드는 것이 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주 작가가 세상에 전하는 기쁨의 물(작품)을 길어 올리는 연못이 되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그가 써온 글이나 스토리텔링 작업을 보면 그는 지금도 충분히 이 기쁨의 물을 길어올리고 있는 듯 보인다. 얼마전 마친 북구의 강동사랑길에 스토리를 입힌 것은 화제를 낳아 최근에는 그의 고향인 경주 감포의 깍지길에도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그의 전작 '낀'에서도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냈고 부산 교도소 등에서 제소자들에게 문학강의를 해오고 있다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에 밝고 기쁜 에너지를 전해주는 연못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 수필작가·스토리텔링작업까지
현관에서 거실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그가 직접 그린 삽화들이 한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이 삽화들은 요즘 작업하고 있는 감포 깍지 길 스토리텔링 책자에 필요해 그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그림에서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감포의 특성을 사람이 깍지를 끼는 조화로운 모습에 빗대 풀어냈다고 했다.
 이처럼 그는 참 다재다능하다. 수필가로서 글을 쓸 뿐만 아니라 삽화를 직접 그리고 책의 레이아웃 디자인과 편집에도 참여할 정도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일에 재주가 많다. 창의적인 기질 외에도 함께 몇 시간동안 대화를 나누다보니 그의 이러한 특징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대한 열정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였다.
 
   
▲ 현관 입구 근처에 걸린 그의 삽화 작품.

# "배움은 내 삶의 이유"
스물 다섯. 꽃다운 나이에 결혼을 한 그는 모름지기 남편 내조 잘하고 자식 잘 키우는 게 최고인 줄 알고 산 세월이 20년이라고 했다. 그런데 자식이 대학 갈 때쯤이 되자 불현듯 나는 누구이고 내 인생은 어디로 갔는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그간 살아온 세월이 허무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고 집안 살림을 하는 동안에도 틈틈이 일기 등의 짧은 글을 써왔다는 그는 자신의 인생을 위해 뭘 할까를 고민하다 결국 글을 써보자고 마음 먹었다. 
 그도 한 때는 남편의 아내, 자식의 어머니로서 가족이 자신의 삶의 중심이었지만 "내 자신을 마음의 중간에 앉히니 그제야 내 인생을 제대로 살게 되더라"고 했다. 말은 쉽지만 사실 그렇게 산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우리는 언제나 주변의 반응에 신경 쓰게 되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하는 사소한 말 한마디도 쉬이 넘기지 못한다.  그렇게 자신을 중심에 앉혔기 때문인지 그는 참 안정돼 보였고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하지만 이런 안정된 겉모습 뒤로 이렇게 되기까지 실제 그의 삶은 억척스러웠다. 신춘문예로 등단하기 위해 몇 년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문학과의 싸움에 매달렸고 지금도 여러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은 눈도 붙이지 못한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삶은 특히 지금 결혼을 하면서 주부로 사는 많은 우리 주변의 여성들에게 그간 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얼른 시작해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앞으로는 지금 쓰는 수필을 넘어 단편소설, 이어서 소설집까지 내보는 것이 목표라는 주인석 수필가. 그가 현재의 열정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해온 것 만큼 노력한다면 곳 이런 목표도 언젠가는 분명 이룰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가 이런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동안 그의 서재 '이담서숙'도 그의 옆에서 조력자이자 동반자로 늘 함께하는 지식의 공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 집필을 위해 사색하거나 쉬는 공간.

[주인석 작가가 꼽은 내 인생의 책]

1.그리스 로마 신화/토마스 불핀치작 : 20년이 넘은 책입니다. 학교 다닐 때 이 책을 가방에 늘 넣어 다녔지요. 그때는 수많은 신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어서였지요. 이후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야기를 해 주기 위해서 또 읽었지요. 그리고 작가가 되면서부터 이 책은 소재 발굴이나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양약 같은 '생각의 치침서'가 되는 책이 됐어요. 쉬링크스라는 피리 이야기는 사랑하는 여인을 쫓아가는 한 남자 이야기로 여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끝까지 따라가자 여인이 물속으로 들어가서 갈대로 변해 버리지요. 그래서 그는 갈대를 꺾어다 나란히 엮어 피리를 만들고 '쉬링크스'라 이름 붙인 다음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애틋한 사랑이야기죠. 이래서 신화는 저에게 있어 문학의 시녀이자 동반자이며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멘토였습니다.

2. 황홀한 글감옥/조정래 : 조정래작가의 40년 작가생활 자전 에세이를 읽으면서 훌륭한 작가의 길은 결코 순탄할 수 없는 자갈길이라는 것을 알고 이 책을 '작가의 지침서'로 삼았습니다. 편안하게 살고 싶다면 작가라는 이름을 당장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나니 지난 5년 작가 생활을 하면서 지지리도 아팠던 일들은 '황홀한 글 감옥'속에 갇힌 오히려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덧붙여 작가에게 꼭 있어야 할 한 사람은 작품을 사정없이 난도질 해줄 '칼을 쥔 파트너'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파트너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습성이 되었습니다.
 
3. 경세지략/홍매 : 수필의 초석이 되는 '용재수필'을 편집해 읽기 좋도록 만든 책입니다. 모택동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읽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책이라 할 만큼 정치, 경제, 역사, 문학, 예술 등 제분야의 문제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평한 수필형식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이 책은 읽을수록 밀림을 산책하는 느낌이고 바다를 맨몸으로 수영하는 것처럼 깊고 넓습니다. 사람의 견문을 넓혀주고 옳고 그름을 가르쳐주며 사리에 밝도록 해 주는 이 책은 제 '인생의 지침서'가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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