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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말로부터 식민지 시대를 꿰뚫으며 민족사의 변전을 그리고 있는 대하소설 <토지>로 호평받으며 한국문학사에 가장 뚜렷한 족적을 남긴 거봉으로 우뚝선 고 박경리 작가.
# 작가소개
본명은 금이(今伊). 1926년 경남 통영에서 출생했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으로 단편 <계산> 등이 <현대문학>에 실리면서 등단했다. 이후 1959년 <표류도>, 1962년 <김약국의 딸들>, 1964년 <파시>, <시장과 전장> 등의 장편을 발표했다.


 한말로부터 식민지 시대를 꿰뚫으며 민족사의 변전을 그리고 있는 대하소설 <토지>는 탈고 전에 이미 한국문학의 걸작으로 자리잡았고 박경리는 한국문학사에 가장 뚜렷한 족적을 남긴 거봉으로 우뚝 섰다.
 이 소설은 여러 언어로 번역돼 호평을 받았으며, 1979년과 1984년에 각각 한국방송공사에서, 2004년에 SBS에서 드라마로 제작됐다.


 그녀가 1980년부터 1994년 8월 15일까지 원주시 옛집에서 <토지>를 지은 일을 기념하기 위해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에 토지문학공원이 조성됐고,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에 있는 토지 문화관에서 집필생활을 했다.


 2007년 7월말 폐암이 발견됐으나 고령을 이유로 치료를 거부했다.


 하지만 병세가 악화돼 2008년 4월 4일 뇌졸중 증세까지 나타나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2008년 5월 5일 오후 2시 45분 경 숨을 거뒀다. 정부는 박경리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 에피소드
그는 어린시절부터 강단이 있었다.


 진주여고를 다닐 때는 학비를 보내주기로 했던 아버지가 학비 부담을 어머니에게 미루자, 아버지를 찾아가 따지다 맞은 일도 있다. "여자가 공불하면 뭣하나. 시집가면 그만이지" 하는 말에 "당신이 공부시켰어요? 그만두라 마라 할 수 있습니까?"라고 서슴없이 '당신'이라 부르며 대들자, 아버지가 솥뚜껑 같은 손으로 그의 뺨을 때렸다고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전매국에 근무하던 남편과 만나 결혼해 가정사의 그늘에서 벗어나는가 했으나 남편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투옥되고 6·25 때 월북하면서 다시 홀로 되고 말았다.


 평화신문과 서울신문의 문화부 기자를 거치며 일 년 뒤 신문사를 그만두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민족문학사에 길이 남을 걸작 <토지>는 이후 태어났다.


 1969년 『토지』를 집필하면서 그는 일년간 세상과 철저히 담을 쌓고 살았다. 원래 『토지』는 지금처럼 방대한 분량의 대하소설로 계획됐던 것이 아니다.


 외할머니에게서 들은 얘기를 토대로 한 권 분량으로 써서 탈고까지 마친 후에야 세상에 공개하기로 작정했던 작품이었다.


 독하게 마음 먹고서 전화도 끊고 원고 청탁도 일체 받지 않은 채 원고지를 채워 나가던 그는 그러나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으로서 가난을 견디지 못하고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했다.


 한 차례의 절필을 포함한 우여곡절 끝에 1994년에야 끝난 이 대장정은 원주의 옛 집에서 완성됐다.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최근 인기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박경리(1926~2008)의 미발표 신작시 36편과 타계 전에 발표한 신작시 3편 등 총 39편의 시와 화가 김덕용의 그림을 모아 엮은 것이다.


 이 시집에 소개돼 있는 39편의 시에는 박경리의 진솔한 인생이 녹아 있어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살아 있는 느낌을 준다. 박경리는 녹록하지 않은 80평생을 토지를 껴안고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오면서 깨달은 생생한 인생의 진리를 시인의 말로 바꾸었다. 그리고서야 박경리는 참으로 홀가분하게 이 세상과 이별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년의 기억'나의 출생''홍합', 어머니 등 가족에 대한 기억'어머니''친할머니''외할머니''이야기꾼'를 비롯해 문학 후배들을 위하는 마음 '산골 창작실의 예술가들' 말년의 생활을 보여주는 '옛날의 그 집''밤'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그의 사회에 관한 시들지 않는 관심과 잘못된 세상에 대한 꾸짖음 '사람의 됨됨이', '까치설', '소문' 또한 엿볼 수 있다.


 그림을 그린 김덕용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 한국 화가다. 그는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나뭇결에 우리의 어머니, 누나, 동생 같은 인물을 매우 정겹게 묘사하고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우리의 고풍스러운 정물을 따뜻하게 표현한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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