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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천득 작가.
#작가소개
호는 금아(琴兒). 1910년 4월 21일 서울 출생. 상해 호강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광복 전에는 경성중앙산업학원 교원으로서 시작(詩作)과 영시 연구에 전념했으며, 광복 이후에는 경성대학 예과 교수, 서울대 교수를 역임했다. 1930년 『신동아』에 시 '서정소곡'을 발표하고 뒤이어 '소곡'(1931), '가신 님'(1932) 등을 발표해 시인으로서 기반을 굳혔다.


 또한 수필 '눈보라치는 밤의 추억'(1933), '나의 파일'(1934) 등을 발표해 호평을 받았다. 시집 『서정시집』(1947), 『금아시문선』(1959), 『산호와 진주』(1969)를 간행 펴냈다. 그의 시는 일체의 관념과 사상을 배격하고 아름다운 정조와 생활을 노래한 순수서정성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서정성은 수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의 수필은 일상에서의 생활감정을 친근하고 섬세한 문체로 곱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한 편의 산문적인 서정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로 인해 그의 수필은 서정적·명상적 수필의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수필집으로 『수필』(1977), 『삶의 노래』(1994), 『인연』(1996), 『내가 사랑하는 시』(샘터사, 1997) 등이 있다.
 
#에피소드
금아 피천득 선생은 수필가로서의 명성이 컸기 때문인지 '시인 피천득'은 가려진 측면이 많다.
 그는 그 스스로도 1997년 펴낸 번역시집 <내가 사랑하는 시>의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나 자신 시인이 되고 싶었고, 직접 시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독자들이 내가 쓴 수필과 산문을 많이 사랑하게 되면서 내가 쓴 시들이 그것에 가려진 듯한 느낌이 듭니다. 사실 나에게 있어 수필과 시는 같은 것입니다"


 특히 지난 해 서울 중앙대에서는 그의 5주기를 맞아 학자들이 그의 시 작품을 재평가하는 의미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정호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기조발제문 '피천득의 1930년대 초 등단기의 작품 활동 개관'을 통해 "피천득의 시는 결코 그의 수필보다 수준이 낮지 않지만 우리 문단은 시와 수필 양쪽 분야에서 탁월한 피천득을 그대로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며 "피천득 수필의 특성은 그것이 시적이라는 데 있으므로 그의 수필은 일종의 '산문시'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금아는 짧고 서정적인 시 100여 편을 남겼는데, 70여 년의 작품 활동 기간을 고려하면 많은 양이 아니다. 하지만 정 교수는 "피천득은 시의 경우 수필과 달리 절필하지 않고 적은 양일지언정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써왔다"고 설명했다. 금아는 1970년대 중반부터 수필을 쓰지 않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붉은 악마'라는 시를 발표했다.


 정 교수가 1930년대 초 금아의 등단 이후 3년 9개월간 발표된 작품들을 분석한 결과 금아는 시, 시조, 수필, 동요, 단편소설, 번역시 등 37편의 작품을 꾸준히 냈는데 그중 11편이 시, 14편이 시조였다. 또 금아는 1932년 5월 동아일보에 시조시인 이은상에 관한 평론을 3회에 걸쳐 발표할 정도로 시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이경수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발표문 '피천득 시 세계의 변모와 그 의미'에서 그의 시가 현대 시문학사에서 소외된 데 대해 "피천득의 시는 대체로 소박하고 동시의 범주에서 읽을 수 있거나 현대시조의 형식을 취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 마음을 다독이는 한국의 명수필.
#최근 인기작
피천득에서부터 나도향, 이상, 이어령, 김훈, 안도현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의 근현대를 아우르는 주옥같은 수필 63편이 담겨 있다. 피천득의 '인연'을 비롯해 지금까지 한국 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과 '산정무한'처럼 한국 수필을 대표하는 작품들만 엄선해서 실었다. 


 수필이 우리 일상생활에 가장 밀접하면서도 진솔한 문학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 책에 실린 수필들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관통하는 삶의 기록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작품선집에 실린 수필들을 읽으면서 자신들이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시대를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입을 통해서 듣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오늘날의 일상에 숨겨져 있는 작지만 소중하고 중요한 삶의 진실을 깨달을 수 있고,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과 마주서는 미적 체험을 할 수 있다. 더불어 이 책에는 수필이 지닌 문학적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일러스트들이 일부 수록되어 있어 소장 가치를 높였다.


 피천득은 이 책에 실린 수록 작품 '수필'에서 "수필은 흥미를 주지만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 아니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피천득의 말처럼 수필은 우리 인생에 숨어 있는 잔잔한 감동의 물결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무늬라고 할 수 있다. 삶의 진정한 의미와 소소한 행복, 기쁨 등을 맛볼 수 있을 수 있는 책이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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