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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갯바위와 철썩철썩 붙어먹고
소라게는 빈 고동에 붙어먹고
따개비는 갯바위와 사타구니 붙어먹고
개는 엉덩이끼리 찰싹 붙어먹고
악어새는 악어 이빨 붙어먹고
걸레는 방바닥과 붙어먹고
엉덩이는 변기와 붙어먹고
 
전화 한 통화로 흘러가 들러붙고 싶은 나는
꽂지 못한 플러그처럼 파팟! 전기 한번 통하지 못해
발가락 더듬더듬 붙어먹자 꾀어도
다가서면 움찔 비켜서는 소심한 남자
 
나를 빠져나간 머리카락은 먼지와 붙어먹고 
벽과 붙어먹은 못은 휘도록 잘 살건만
상처와 붙어먹는 난 지금껏
부모님께 빈대처럼 잘도 붙어먹고 산다
하숫물 꺼억 트림하는 싱크대 앞에서
제대로 붙어먹지 못한 오늘이 흘러간다 


■시작노트: 정(情)이란 말이 새삼 그리울 정도로 사람들은 서로에게 끈끈한 접착력을 잃어간다. 세상살이는 공생이거나 상생의 관계여야만 행복할 수 있다. 계약서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붙어먹는 관계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파라다이스가 아닌가. 서로가 믿지 못해 불신풍조가 만연하고 사건들이 난무하는 세상, 아래윗집간의 소통부재로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한 시대, 이기주의에 편승해 유행처럼 모든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서로에게 잘 붙어먹고 살아가려면 양보하고 배려해야지. 
■약력: 인천 옹진군 출생. 2005년 《시인정신》신인상. 제10회 수주문학상 수상. 웹월간詩 [젊은시인들]편집장 역임.《계간 시인정신》편집기획위원. 시집 <미스 물고기> 등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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