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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지역 초중등교를 가면 거의 예외 없이 번듯하게 자리 잡고 있는 실내체육관 규모에 압도된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시범학교와 같이 특별한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에서만 볼 수 있었던 시설물이 실내체육관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후죽순처럼 너도 나도 실내체육관 건립에 나섰다. 어디서 이 많은 예산을 끌어와 지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동문회 등에서 특별 기부한 예산으로 이들 시설물을 건립했다는 사례는 극소수다. 그럼 어디서 이 엄청난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 의문이다. 바로 울산광역시교육청이다. 자체 예산을 확보할 수 없으면 소위 BTL(민간자본유치사업)로도 이를 강행하고 있다. "외상은 소도 잡아먹는다"더니 정말 겁 없는 교육행정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어렵게 예산을 마련해 건립한 실내체육관을 얼마나 내실 있게 이용하느냐는 것에서도 상당부분 의문을 갖게 한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아니면 학예발표회 등과 같이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학생들에게 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유도 등 실내경기종목을 교기로 하는 학교에서는 예외다. 평소에는 학교 인근 주민들의 베드민트 등 아침운동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이 이 같이 기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를 앞 다퉈 건설하는데는 민선교육감의 영향이 적지 않다. 학교운영위원 등 투표인단들에게 표를 얻기 위해서는 선거공약으로 제시해야 하고, 임기 중에는 어떻게든 실행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작 불요불급한 시설물개보수 예산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이처럼 겉멋을 내는데 형세를 펑펑 썼으니 '표 없는' 학생들을 위한 예산이 부족한 것은 당연지사다. 실제로 울산지역 전체 초중등교 가운데 실내체육관을 보유하고 있는 학교는 65%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화장실의 시설현대화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제때 화장실을 가지 못해 오줌소태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남구 월평초등학교의 경우 전체 화장실 중 절반만 현대화를 하고 나머지는 재래식으로 그냥 남겨두고 있다. 당연히 학생들은 현대화된 화장실에만 몰리게 됨으로써 결국 이용불편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한 학생들이 수업시간 도중에 화장실을 가겠다고 손을 드는 학생이 너무 많아. 이를 나무랄 처지도 못된다니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상황이 이렇지만 교육청으로부터 시설개보수 예산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예산을 달라는 학교는 많고 예산은 빠듯하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교육수요자 최우선'이 어른들의 허장성세로 실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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