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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은 원칙일 수밖에 없다
최종두 시인·소설가
2013년 12월 24일 (화) 19:24:42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일제 시대 울산에 길중(吉中)이라는 일본인 고리채 업자가 살고 있었다. 일본의 이름으로 길중은 요시나까로 그 일본 사람의 성(姓)이었지만 길쭈이로 부르면서 이 고장의 사투리로 자리 잡게 된 고유명사가 되었다.

 이 길쭈이는 사람이 워낙 구두쇠인데다 너무도 악랄한 고리채 업자여서 길쭈이는 곧 구두쇠 같은 고리채 업자의 대명사로도 널리 알려졌던 것이다. 그 무렵 복산동에 살았던 박모씨가 돈이 필요해 부득이 이 길쭈이에게 일금 백 원을 빌리고 차용증서를 써 주게 되었다. 그러나 약속한 상환 일을 넘길 때 까지 돈을 갚을 길이 없었다.

 박씨는 길쭈이의 빗발 같은 독촉과 간교한 횡포를 감당할 길이 없는 막연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여러 번 기한을 넘기면서도 온갖 묘책을 궁리해 보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생각 다 못해 별난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수단은 빌린 돈을 갚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그 이치보다는 채무를 독촉하는 길쭈이의 횡포에 괘씸한 마음이 먼저 생겨나는 것이었다. 그래 하루는 비상한 결심을 하고 그 빚을 갚아 없애기로 했다. 그는 신문지를 잘라서 돈 다발처럼 만들고는 신문지에 고이 싸들고 길쭈이를 찾아갔다.

 "길쭈이상 있쏘까?" 방안에서 길쭈이가 반갑게 후다닥 나오면서 신문지 다발을 보고 헤헤 거리며 맞았다. "복상 돈 가져왔소까?" 길쭈이가 전에 없이 방으로 들게 했다. 방으로 들어가 앉은 박씨가 이번에는 더 헤헤 거릴 말을 꺼냈다.

 "길쭈이상, 주리(이자, 利子)는 얼마나 되는지 증서 한 번 봅시다. 하, 주리까지 오늘 다 계산하실려고? 그렇소" 길쭈이가 미농지(美濃紙)에 적은 증서를 얼른 내놓았다. 박씨는 증서를 확인 하는 척 하다가 삽시간에 미농지를 구겨 비빈 다음 입안에 넣고는 꿀컥 삼켜 버렸다. 지독한 길쭈이로서도 삽시간에 당하고 만 어이없는 행동 이었다.

 낭패를 당한 그 길쭈이가 가만 있을리가 없었다. 벌떡 일어나 박씨의 등을 두드리며 "캑 해라 캑캑" 하면서 고함을 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길쭈이가 어찌 주저앉을 수 있으랴? 이번에는 화장실로 끌고 가서 변을 보라고 강요했다. 하는 수 없이 박씨가 바지를 내리고 있을 때 길쭈이는 같이 옷을 내리고 엉덩이를 맛대며 구령을 붙이는 것이었다. "엉해라, 응응…" 박씨는 때려죽이고 싶도록 길쭈이가 미웠다. "어이 길쭈이상, 뱃속에 술을 넣어야 돈도 나오고 증서도 나오는 것을 왜 모르나?" "하하 그래 그렇수까" 길쭈이는 지체 없이 술집으로 끌고 갔다.

 단둘이서 진탕 술을 마셨다. 박씨는 술안주도 비싼 것만 골라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술이 거나하게 취했을 때 박씨는 이때다 하고 "길쭈이상, 와다시는 이만 가오. 돈 많이 벌어 모으소" 하고는 냅다 뛰어가 버렸다.

 이 이야기는 울산의 민담처럼 널리 알려진 실화다. 이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요사이 야당과 여당의 다툼을 생각해 본다. 길쭈이라는 고리채 업자가 아무리 간교한 구두쇠인 악질 고리채 업자라 하더라도 돈을 빌려준 채권자이다.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빌린 돈을 갚을 의무가 있다. 그 돈을 갚지 않는다고 차용증을 씹어 삼켜버린 박씨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길쭈이가 왜인 이라는 이유로 그를 흉물이나 다름없는 나쁜 사람으로 몰아버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부는 철도파업은 법과 원칙을 무시한 불법 파업이라 규정하고 있다. 당국이 달래고 달래면서 할 만큼은 했던 사안이다.

 그런데도 명분 없는 파업을 계속하면서 애꿎은 국민에게만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말 바꾸기의 명수가 된 문모 의원이 또 훈수를 두고 나섰다. 왜 공권력이라야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가 모셨던 노무현 대통령은 파업이 일어난 3시간 만에 공권력을 투입한 전력이 있는 정부였다. 또 김대중 대통령은 철도는 민간에 이양해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의 민주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서 뭐라고 답할 것인가? 아니면 공권력은 원칙도 없는 법질서 밖의 일이란 말인가? 그것도 아니면 더 격렬한 저항으로 투쟁을 하라는 것인가.

 이 추운 엄동에 덜덜 떨고 있는 국민들을 돌아보지 않으려는지 모를 일이다. 정쟁으로 지새우는 원칙을 벗어난 곳에서는 나라의 미래가 없다. 이미 17조 6,000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코레일이 1년에 5,000억 원이라는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가만히 방치해둘 정부가 어디 있을 것인가. 철도 노조의 파업은 법과 원칙에 의해 해결되어야 한다. 고리채 업자 길쭈이의 지독한 횡포가 채무자 박씨보다 더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그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채무자의 돈을 갚지 않는 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회는 법이 있어야 하고 원칙을 우선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루속히 원칙이 있는 일상으로 돌아가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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