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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등 3대 지역 주력산업이 고전하면서 울산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꼈다. 수출은 갈수록 하락세를 면치못하고 있고 지역 경제성장률도 둔화되고 있는 상황. 울산과 관련된 여러 경제 지표와 실적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울산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과거 50년 동안 울산에 부를 가져다 준 기존 산업들이 지금은 한계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이제 울산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이다. 울산이 앞으로 50년, 아니 100년간 먹고 살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란 말이다. 편집자

"울산은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석유화학과 조선, 자동차 산업으로 50년을 먹고살았는데 지금은 한계에 직면했다. 최근 '경소단박'형 고부가가치 산업을 주력으로 둔 지역에 비해 수출실적이나 경제성장률 면에서 도태되고 있는 현상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게 이를 증명하고 있다. 앞으로 울산의 지속적인 경제성장 관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시급히 발굴하고, 적극 육성하는 지원책 시급한 상황이다"

울산지역 경제 및 산업계 관계자들은 누그를 만나든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  한계에 직면한 울산 주력산업의 사정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조차도 무사히 넘긴 제조업 도시 울산의 성장한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석유화학 등 주력 제조업은 경쟁력 기반이 약화돼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고, 글로벌 경제중심축인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전국 1% 미만)은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 울산수출의 경우, 지난 2011년에는 연간 수출이 1,015억 달러를 기록해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2011년 하반기부터 유로존 재정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지난 2년간 울산 수출은 2012년 972억 달러, 2013년 915억 달러로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경쟁력 약화 정보통신 기술 낙후성 면치 못해
유로존 재정위기 따른 경기침체로 2011년 이후 수출 2년연속 내리막길

 경기도가 경소단박형 고부가가치 산업이 승승장구하며 14개월 연속(지난 5월말 기준) 전국 수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현상과 대조적이다. 경기도는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평판디스플레이및센서 등 나머지 품목들의 수출 호조로 수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울산의 신성장동력으로 뜨고 있는 수소산업.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타운이 울주군 온산읍에 구축돼 울산이 수소산업의 메카로서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 심준석 본부장은 이에 대해 "중후장대형 제조업과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가 지난 50년간 경제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울산경제에 많은 기여를 했음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앞으로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울산은 '대한민국 수출 1번지', '우리나라의 산업수도'로 불릴 만큼 자동차, 조선, 화학 등 주력산업이 자리 잡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수출도시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이 같은 명성이 무색할 지경에 처한 것이다.
 수출이 줄면서 GRDP 증가율은 2011년 15.6%에서 2012년 3.6%로 급전직하 추락했다.

 지난 50년간 '부자도시의 영화'에 안주해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대로 발굴·육성하지 못한 탓이다.
 때문에 한계에 직면한 울산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관점에서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육성의 중요성은 더더욱 부각되고 있다.

 다행이도 미래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모색이 지역 내 여러 기관과 단체, 그리고 개별 기업에서 이뤄지고 있어 늦었지만, 고무적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울산의 새로운 100년을 위해 최근 논의되는 신 성장동력으로는  동북아오일허브 사업과 울산형 서비스산업, 수소산업 등이 주목되고 있다.
 
#규제완화·국제석유거래소 지원도 조언
먼저 2020년 울산항에 구축되는 동북아 오일허브는 엄청난 경제적 효과와 함께 세계적 석유 거래 도시로서의 울산의 위상을 한층 높일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7일 오후 울산광역시 남구 울산신항에서 열린 울산항 동북아 오일허브사업 기공식에 참석, 기공 발파버튼을 누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공식과 함께 본격화된 울산항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은 오는 2020년까지 1조 6,620억 원을 들여 울산신항에 2,840만 배럴(68기) 규모의 원유·제품 저장시설, 1~30만t급 접안시설 9개 선석(돌핀부두·부이 각 1기 포함), 88만 6,000㎡의 배후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2009년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울산항 오일허브 사업의 생산유발효과는 4조 4,647억 원에 달한다. 전체 생산유발액의 57%에 해당하는 2조 5,419억 원은 울산지역에서 발생한다. 나머지는 지역 간 산업연계효과를 통해 전국에서 발생하는데 경북·부산·경남 등의 순으로 파급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적으로 오일허브가 구축되면 미국 걸프연안, 유럽 ARA(Antwerp, Rotterdam, Amsterdam), 싱가포르에 이어 울산이 세계 4대 석유거래 중심지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관련 규제완화, 국제석유거래소 울산 개설 지원 등 제도 정비와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역 항만업계는 조언하고 있다.

 울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동북아 오일허브는 부족한 석유자원을 확보하고 경제적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울산은 물론 국가 경제 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라며 "성공적인 오일허브 구축을 위해 항만 인프라의 적기 확충, 글로벌 석유기업 유치, 금융 인프라 확대 등 선결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항 구축 동북아오일허브산업 생산유발효과로 지역 위상 높일 기회
市 482억원 투입 친환경전지 실증화단지 조성 수소산업도 성장 도울듯
 
#LS니꼬, 수소타운 지난해 7월 준공 일년째 운영
수소산업도 울산의 새로운 먹거리로 뜨고 있다.

 수소산업은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강력한 친환경 에너지로 반도체, TET-LCD, 광통신, 석유화학, 철강분야는 물론 최근에는 태양광, 연료전지 분야까지 수요가 확산되면서 관련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울산시는 수소산업을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적극 육성해 나갈 계획을 잡고, 본격적인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다.

 우선 지난해 7월 국내 최초,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타운을 조성해 친환경에너지로 떠오르고 있는 '수소' 경제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울주군 온산읍 LS니꼬동제련 사택에 마련된 수소타운은 국비와 시비 71억원, 민간 17억원 등 총사업비 88억원이 투입돼 지난해 7월 준공, 일년째 운영되고 있다.

 울산시는 올해부터 482억여원을 투입해 '친환경전지융합 실증화단지'를 조성한다. 여기에는 수소연료전지의 소재와 부품개발을 위한 수소연료전지 연구센터, 수소품질인증과 시험평가를 위한 수소품질인증센터, 전시와 홍보를 위한 수소산업 홍보관 등이 들어서게 된다. 수소연료 연구·개발과 관련된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이 단지에서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국내 수소산업의 구심체 역할을 할 '한국수소산업협회'가 지난 1월 울산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활동에 들어가면서 '수소산업의 메카'로 주목받고 있다.

 울산의 수소산업 육성은 이미 9년여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06년 연료전지실용화 클러스터 운영을 시작으로 △그린수소연구회 설립과 수소차 모니터링 및 실증사업(2009년) △수소품질 인증화 사업과 수소산업 전문가 클러스터 운영(2010년)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타운 시범사업(2012년)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체제 구축과 울산화력 연료전지 발전설비 설치(2013년) 등 매년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차곡차곡 성과를 내고 있다.
 
#지역 3차 산업 육성방안 등 공론화
산업구조 개선 역시 울산의 지속성장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어젠다다. 이를 위해 '울산형 서비스산업 육성'이 시급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울산상공회의소가 주도권을 잡고 이를 어젠다로 이슈화하고 있다.

 울산의 서비스산업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국내 평균(58%)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서비스산업의 발전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으며, 제조업의 고용 없는 성장과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울산은 120만 인구의 광역도시이지만 규모에 걸맞지 않게 서비스분야 인프라는 최하위다.

 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 울산이 머물고 싶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서비스산업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울산상의 측의 설명이다.

 울산상의는 지난해부터 제조업 중심의 울산산업 불균형 해소를 위해 '울산지역 3차 산업 육성방안' 용역을 완료한 데 이어 두세차례 '울산지역 서비스산업 발전방안 토론회' 등 여러 활동을 통해 공론화하고 있다. 

 김철 울산상의 회장은 "산업화 50년 성숙기에 도달한 울산산업은 지금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울산이 50년 전 농업만 존재하던 곳에서 2차 산업을 일궈냈듯 시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특성을 활용하고, 제도적 지원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된다면 서비스산업으로의 산업구조 개편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통합 컨트럴 타워 구축이 핵심과제
이 모든 성장동력 발굴·육성 과정에서 안전사고에 대한 절대적인 경각심이 전제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50년간 풍요를 가져다준 울산 산업현장은 연초부터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단이 조성된 지 50년 가까이 되다 보니 피로도 누적에 따른 안전사고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통합 컨트롤 타워 구축을 통한 안전사고 예방이 울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가 돼야 하는 이유이다.

 백헌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울산산업단지내 빈번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이제는 울산이 산업의 메카에서 안전의 메카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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