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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천 더위만큼 짜증나는 뉴스로 가득한 세상이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넘겼지만 우리 사회는 세월호 침몰 이후 모든 것이 진도 앞바다에 수장됐다. 허우적거리고 자맥질하고 발버둥치지만 여전히 딱 그 지점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한술 더해 잠복해 있던 불신과 거짓의 씨줄과 날줄이 음모론을 만들고 순식간에 퍼지는 괴담이 여론의 이름으로 재평가되는 이상한 상황이 됐다. 급기야 야당의 대표라는 사람은 괴담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을 요구하는 해괴한 일까지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대표이야기다. 그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체가 발견된 지 40일 만에 신원이 확인된 것과 관련, "유병언 미스터리가 숱한 괴담과 의혹을 낳는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을 요구했다. 그는 "유병언 체포를 직접 챙긴 대통령이 의혹과 불신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직접 설명해주셔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직접 무엇을 설명하라는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치공세라 외면한다 해도 이거야 원, 공당의 대표가 대통령에게 괴담을 해명하라는 요구는 정치수준을 까발려 보자는 식이다. 하기야 더 까발릴 것도 없는 대한민국 정치수준이지만 이런 야당이 존재하다보니 새누리당 같은 얼치기 정당이 40%대의 국민지지를 받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정치권은 7·30 재보선을 앞두고 가능한 세상의 모든 일을 선거에 이용하려고 하는 형국이다. 당연히 세월호 특별법은 뒷전이다. 야당은 '성역 없는 진상 조사를 위한 특별법을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가로막고 있다'고 책임을 삿대질하고 이익이라 생각한다. 여당은 야당이 세월호를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며 보수의 결집을 외치고 있다. 찾지 못한 10명의 시신이나, 목청을 높였던 국가개조는 염천 더위에 땀만 뻘뻘 흘리고 100일의 세월만큼 망각의 만병통치약이 약성을 발휘하기를 기다릴 뿐이다. 패대기를 쳐도 분이 안 풀릴 인사들은 직책과 직급의 선긋기로 면죄부에 이름 석 자 올리는 일에 열중이다. 어쭙잖은 깃털들만 요란하게 콩밥을 먹고 있는 것이 국가개조의 현주소다.

 사정이 이쯤 되니 유병언 괴담이 효력을 발휘한다. '거대한 세력'이 유병언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였다는 이야기부터 별별 소설 같은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그러데 말이다. 괴담은 대체로 거짓말이다. 거짓말은 목적을 가진 상황의 조작이다. 단순한 말장난 수준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위기의 상황을 넘기기 위한 조작이기에 우선은 상황 자체를 조작해야 한다. 기가 찰 노릇이지만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은 괴담을 생산하는 쪽에  너무나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얼치기 경찰에 설치기 검찰까지 죽을 맞춰주니 '괴담생산자' 쪽은 재미가 쏠쏠하다. 아버지가 죽자 아들이 잡히고, 아들이 잡히자 음모론이 고개를 든다.

 그런데 말이다. 문제는 이런 따위의 말장난이 아니다. 핵심은 세월호 참사에 있고, 그 참사의 책임 규명에 있다. 사이비 교주이거나 악덕 민간업자나 모두가 '돈'을 쫓는 욕망의 버러지를 키우는 족속이기에 불법이든 사고든 죽음이든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돈버러지 잣대'로 살아왔고, 아마도 그런 생각의 바탕은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돈버러지' 앞에 숨죽인 국가기관이고 권력이다. 지난 100일간 정의의 힘으로, 진실의 목소리로 외쳐온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눈감고 둘러치고 봐주고 챙겨먹은 사회를 도려내겠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적폐청산이었다. 하지만 주객은 전도됐고 온통 거짓말과 의혹이 난무하는 세상이 됐다.

 책임은 언론이다. 적폐청산이거나 진실규명이라는 어깨띠를 두른 채 카메라가 쫓아가는 지점은 '호기심 천국'이다. 가능한 센세이셔널하게, 되도록 자극적이게 렌즈를 들이대고 노트북 자판을 두들긴다. 때론 모자라는 '팩트'를 보완하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고 짜깁기와 인용을 전가의  보도로 휘두른다. 결과는 대박이다. 유병언이거나 구원파이거나 '어쩌구' 엄마니 '저쩌구' 호위대장이니 하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이 쏠린다. 그런 따위의 보도, 그런 수준의 언론이 무슨 적폐청산이나 국가개조이야기를 할 수 있겠나 싶다. 그저 뒤만 쫓다 지붕 쳐다보기를 반복할 뿐이다. 여론을 주도하고 진실의 꼭짓점을 바라보게 하는 힘은 언론이다. 언론이 방향을 잃은 사회엔 괴담이 판을 친다. 그러니 방송은 괴담을 재탕하고 신문은 적폐의 깃털만 세고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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