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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대화에 불쑥 초등학생이 끼어드는 경우가 있다. 어른들의 대화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 딴청을 부리다가 호기심 가득 찬 눈망울로 '그게 무슨 말이예요'한다. 이때 생각지도 않은 끼어듦에 어른들은 순간 얼음이 된다. 얼음은 결코 오래가지 않으며 대화는 계속된다. 학생의 두어번 반복 질문에 엄마는 성가시다는 듯이 '좀 가만히 있어라. 어른들 말하는데 버릇없이 끼어들지 마라'고 오히려 핀잔을 준다. 세심하게 살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설명은커녕 질문의 궁금증을 오히려 무시한다. 초등학생은 어른들의 대화를 관심 있게 모두 듣고 있었던 것이다. 초등학생시기에는 무슨 말이든지 의미를 알고자하는 호기심이 발동하는 시기임을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한번쯤 어린아이의 물음을 되새김질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말의 출처에 흥미를 가지면 어떨까. 어른도 때로는 생활에 자주 사용되는 말의 어원이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길 때가 있는데 하물며 말의 의미를 알고자하는 어린이 입장에서는 오죽하랴.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의 특별한 언어 이언(俚言) 혹은 민간어원 설 등 몇몇 용례를 통해 자질구레한 말을 펼쳐본다. 

 '더운 여름 찬물에 밥 말아 오이 지 하나면 만사해결이다', '푸른 콩잎도 좋지만 누른 콩잎을 따서 소금물에 지 담아 푹 삭히면 좋은 밑반찬이 된다', '마늘 장아지' 등에서 '지'라는 말이 등장한다. 무슨 의미일까. 이리저리 궁리한 결과 아마도 한자 담글 '지(漬)'일 것이다.

 살풀이에서 살은 살(殺) 혹은 살(煞)로 적는다. 살은 삿된 기운으로 낄 수가 있고, 맞을 수가 있다. 때문에 살은 푸는 것이 아니라 쫓거나 막아야한다. 살풀이라는 말이 어색하며 살막이 혹은 살축(煞逐)·살구(煞驅)가 합당할 것으로 본다. 무용이라 해도 살풀이춤이 적절한 표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흔히 민간에서 이사를 하거나 개업을 할 때 손 있는 날과 손 없는 날을 가리게 된다. 이때 손이란 무엇일까. 우선 음력으로 음력 1일과 2일은 동쪽 방위에 손이 있다하며, 3일과 4일은 남쪽 방위에 손이 있다고 한다. 5일과 6일은 서쪽 방위에 손이 있다하고, 7일과 8일은 북쪽 방위에 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9일과 10일은 어느 방위에도 손이 없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손의 본질은 무엇일까. 아마도 '손해를 본다'는 손재수(損財數)의 한자어를 줄여 '손(損)'일 것이다.

 어른들이 아이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보면 제발 '머리 단정하게 쪽 지져라'는 말을 한다. 머리를 쪽짓다의 '쪽'은 한데 모은다는 한자어 족(簇)을 찾을 수 있다. 족두리 역시 모아서 장식한 것을 말하며 복조리의 조 역시 복을 모으다의 족에서 연유할 것이다.

 음식물을 먹은 다음 반드시 권장하는 양치질의 '양치'는 어떻게 쓸까. 불교적으로 버드나무가지를 씹는다는 작양지진언(嚼楊枝眞言)이 있다. 지금도 인도에서는 버드나무가지로 이를 닦고 있다. 아마도 버드나무 가지로 이를 닦는 행위인 양지질(楊枝作)에서 연유했을 것이다.

 몸집이 큰 사람이 어리석은 짓을 할 때 흔희 '껌대는 큰 것이 하는 짓은 엉망이다'고 말한다. 여기서 껌대는 무엇을 말할까. '껌때'를 겉으로 나타난 모습을 일컫는 허우대로 볼 때 아마도 걸대(傑大)의 된소리 곧 강세어일 것이다.

 처용무 명칭중 양손에 수건을 잡고 오른손을 쳐 올리면 왼손이 내려오는 동작을 번갈아 반복하는 것을 수양수(垂揚手)라 하는데 이러한 동작은 여항에서 어린이들이 상대방을 향해 무언의 욕을 할 때 취하는 행동과 유사하다. 이러한 명칭은 말을 타고 공놀이는 하는 격구(擊毬)의 동작에도 사용한다. 수양수는 한자어에 동작의 모습이 연상된다.

 섬뜩한 말 '작살을 낼 거다'의 작살은 도끼 혹은 창으로 쪼개거나 찔러 죽이는 것을 말할 것이다. 물고기 잡는 도구의 이름도 작살이다. 작살(斫煞) 혹은 작시(斫矢)라는 한자를 쓰며 작살로 부를 것이다.

 총각(總角)과 처녀(處女)는 젊은 청춘남여인데 왜 하필 남자를 총각이라 부르며 여자를 처녀라 부를까. 총각은 머리의 모양새에서 처녀는 생리적으로 가임(可姙) 여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울산의 지신밟기 가사에 '잡구잡신은 물알로 만복은 이리로'에서 '잡구'와 '물알'은 무슨 의미일까. 잡구는 잡귀(雜鬼)로 보면 될 것 같으나 물알은 무엇을 의미할 까. '물 아래' 즉 물에 띄어 보낸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할 것 같다. 그러나 벽사와 진경의 의미로 접근하면 물에 띄워 보낸다는 의미보다 아예 잡귀잡신은 지신밟기하는 성역의 장소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한자어 물알(勿閼)의 쓰임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잡귀잡신을 물리치고 만복 즉 진경(進慶) 불러들인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질구레한 말을 접하고 한번 웃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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