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가 선거를 불과 6일 앞두고 '성희롱'이라는 대형 악재에 휩쓸렸다. 본인이 이를 단순 실수로 해명을 하고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까지 했지만 여론은 일파만파로 치닫고 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서울 사당 뉴타운 건설과 관련, 질문을 하는 여기자에게 "다음에 하자"면서 손으로 볼을 두 번 툭툭 쳤다는 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전부다. 이를 정 후보는 "어깨를 친다는 것이 청중들에 밀려 손이 위로 올라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피해를 입었다는 여기자는 그 자리에서 "지금 성희롱하신 것이다"고 즉각 항의를 했고, 그런데도 아무런 사과 없이 자리를 빠져나갔다며 반박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 기자의 소속사가 정 의원의 직접사과를 요구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가게 됐다. 언론보도는 또 기름을 붓고 있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의 말까지 인용하면서 마치 의도적인 성희롱 사건인 것처럼 확대 보도했다. 이를 접한 정치권, 특히 야당이 그냥 넘길 리 만무했고 자연 이번 총선의 최대 정치쟁점으로 떠올랐다. 야당은 일제히 정 후보의 공개사과와 후보사퇴를 요구했다. 심지어 한나라당에 정 후보의 제명까지 요구하는 지경으로까지 가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온 나라가 아동 납치사건, 성범죄 사건으로 들썩이고 분노하고 있는데 정 후보가 지금 제 정신이냐"며 "한나라당은 정 후보를 즉각 제명하라"고 몰아붙였다. 현재 국민들이 가장 가슴아파하는 부분을 서슴없이 걸고 나왔다. 더욱이 민주노동당은 덮어놓고 "충격적이고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면서, 정 후보에 날을 세웠다. 무엇이 기가 막힐 일인지, 또 말이 안 나올 만큼 충격적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정말이지 정치인의 문제라고 해서 이렇듯 막가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은 정 후보가 성희롱 의도를 갖고 있었느냐, 아니냐에 있다고 본다. 성희롱 의도가 없었다면 정 후보의 주장과 같이 단순 실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현장 상황에 비춰 성희롱 의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백주대낮에 그것도 자기 부인이 옆에 있는데 성희롱 마음을 먹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겠는가. 물론 현장의 여성으로서는 순간적으로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볼을 툭툭 건드린 것을 만지는 것으로 오해했다면 여성으로서 당연한 반응이 아니겠는가. 정 후보도 이 때문에 경위를 따지지 않고 해당 여기자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 보통사람의 판단이다. 그런데 정치권은 아닌 모양이다. 선거 때는 없는 것도 있다고 하는 '마타도어'가 횡행하는 정치권이라 그저 또 그러려니 할 뿐이다. 또 피해여성이 현장에서 성희롱이라는 표현을 했다고 해서 언론과 정치권이 무조건 받아 옮기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성희롱이란 용어가 법률적으로는 극히 제한된 범위 안에서 적용되고 있다. 지난 1998년 제정된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서 성희롱을 "업무, 고용 기타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등으로 명시되어 있다. 즉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상대 여성에게 심한 성적 굴욕감을 유발하는 언동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업무나 고용 관계에 있지 않은 기자와 취재원 사이에 '성희롱'은 성립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한 표라도 아쉬운 후보자가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하면서 성희롱과 같은 정신없는 짓을 하겠는가.


 따라서 이번 사건은 언론과 야당에서 너무 오버한 측면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또 무슨 구실만 있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공격일변도로 가는 정치권의 행태를 일반 국민들은 결코 좋게 보지 않는다. 세상에는 제발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바로 단적인 증거가 아니겠는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말실수를 '탄핵'이란 극약 처방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국정발목이나 잡는 '몰이꾼의 소굴'로 심판하는 성숙된 정치의식을 보여줬다. 이것이 역풍(逆風)이다. 또 구체적이고 분명한 물증이 있었던 과거의 성희롱사건과 이번 해프닝을 억지로 결부시키려 하다가는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국민의 눈높이를 너무 얕잡아 보다가는 큰 코 다친 전례를 잊지 말아야 할 때다. 특히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이 이 문제에 집착할 경우 스스로 묘혈(墓穴)을 파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적당히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정 후보나 한나라당도 이번 일을 거울삼아 말과 행동에 더욱 진중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