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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도 막바지로 가고 있다. 이번 주말만 지나고 나면 공식선거운동은 꼭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승세를 굳히고 있는 후보자들과 달리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후보자 진영에서는 분, 초도 쪼개 운동을 해야 할 만큼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다. 득표에 도움만 된다면 무엇이고 마다할 처지가 아니다. 정책선거를 위한 '매니페스토'운동은 그저 구호로만 그치고 있다. 유권자들의 입맛이나 감성을 자극,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잔꾀가 난무한다. 특히 상대의 능력이나 정치철학 등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오직 자기중심으로 상대에 대한 공격 빌미를 찾는데 더욱 혈안이다. 이 가운데 '정치철새' 시비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래서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 사전을 찾아봤다. 정치철새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서다. 그러나 인터넷포털 사전에는 이 말이 아직 등재되어 있지도 않았다. 정치라는 키를 치면 '정치브로커'니 '정치테러', '정치조작' 등 숱한 조어(造語)들이 쏟아졌지만 정작 찾고자 했던 정치철새는 없었다. 그런데도 선거철이면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이 정치철새다. 선전용어들도 섬뜩하다. '정치철새 박멸'을 비롯해 '정치철새 퇴치', '정치철새 씨를 말린다'는 등 온갖 흉측한 용어는 총 동원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4일 울산을 찾은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은 자신의 방문 이유를 "정치철새를 쫓으러 왔다"고 했다. 그는 이 말로 울주군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채익 후보의 득표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만은 분명한 듯이 보였다. 그는 이어서 "저는 시종일관, 당적을 옮기는 정치철새는 공천을 해서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는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일관된 입장이다"고까지 강변했다. 그럼 인 위원장은 "쫓아내러 왔다"는 표현을 할 만큼 경멸하는 강길부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할 때는 어디 있었는가. 인 위원장이 공천심사에 맞춰 영입됐다면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강 의원이 지난 1월 한나라당에 입당할 때도 그 서슬 퍼런 윤리위원장 벼슬을 하고 있었다. 지금의 논리라면 그때 입당을 당연히 막았어야 했다. 하지만 강 의원은 인 위원장이 눈감아 준 덕분에 입당을 했고 총선을 맞아 소속 당에 공천신청을 하는 너무도 자연스런 행보를 취했다. 이렇다면 강 의원이 정치철새로 비난받을 것이 아니라, 정치철새에 대한 평가 잣대를 고무줄처럼 멋대로 하고 있는 인 위원장이 비난받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특히 울주군에 연고도 없는 이채익 후보가 자신의 고향에 출마한 강 의원을 철새라 욕할 수 있는지가 더욱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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