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나간 옛추억은 언제나 그립다. 청춘의 한낮은 어찌 그리도 빨리 흘러 가던지 마치 까만 밤하늘에 쏘아 올린 폭죽놀이때의 불꽃들처럼 황홀하고도 아름답게 지나 가고야 말았다.
 청춘이 아름다운 것은 짧기 때문이다. 언제나 청춘이기만 하다면 아마도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의 열병으로 가슴이 터져 죽고야 말 청춘들도 많으리라. 꽃이 피고 시들듯 청춘의 사랑도 피고 진다. 우리의 인생도 피고 지고 또 피고 지고의 연속이다. 청년, 중년, 노년의 우리 삶을 아우르는 인생사를 울산 연극제 두 번째 참가작 극단 '무'의 연극' Coffee and days'는 완성도 높은 극적 구성으로 짜임새있게 그려 내고 있다.
 연극 'Coffee and days'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겪는 희노애락과 살며 사랑하고 또 때론 이별해 가는 과정을 마치 커피향을 따라 떠나는 추억의 시간 여행처럼 그윽하게 재구성해 그려내고 있다.
 과거로의 여행은 언제나 설레고 낭만적이다. 7,80년대의 음악다방을 그대로 무대위로 옮겨 놓은듯한 무대 구성과 의상, 추억의 팝송들이 또한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열애중인 청춘 남녀의 그 시절 만남의 장소는 단연 음악 다방였고 커피를 마주 놓고 마시며 정담을 나누던 것이였다.
 캠퍼스 커플로 만난 극중 미연(진정원 분)과 영우(전민수 분)는 Coffee and days라는 음악 다방에서 만나고 사랑을 나누며 프로포즈와 결혼식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중년이 돼 영우의 실직으로 가정내에 갈등은 깊어만 간다. 급기야 미연과의 애정도 식어만 가고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오랜 동창우들의 도움과 영우와 미연의 옛추억을 더듬는 시간 여행을 통해 Coffee and days에서 재회하게 되고 사랑을 회복해 재결합하게 된다.
 이 연극은 김행임 작가의 오랜 재구성으로 이번 연극제때 새롭게 각색되고 전명수 연출자로 인해 극적 갈등 구조와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와 연출력이 돋보였었다. 그로인해 연극적 완성도를 높인 작품으로 재탄생 됐다.
 세소래 극단의 울산 연극제 마지막 출품작 '아무것도 하지마라'는 가부장적인  가족사의 붕괴를 통해 오늘날 아버지의 자화상을 재조명한 작품이다. 대가족 사회의 해체는 가족간의 애정의 부재로 이어져 결국 쓸쓸한 노년의 마지막 모습들로 귀결돼 가는 과정들을 적나라게 그려 내고 있다. 결국 우리 모두가 맞이할 노년의 모습이 아닌가하는 씁쓸한 마음을 갖게 했다.
 올해 제18회 울산 연극제의 출품작 세 편은 모두 울산 출신의 작가와 연출가, 배우들이 만들어 낸 순 토종 창작품들이다.
 필자도 30여년 가까운 연극 활동을 통해 울산 연극계를 봐오고 있다. 연극 활동을 하려는 인구수는 늘어나지 않았지만 현역 작업자들의 내적인 역량은 날이 갈수록 그 기량과 내공이 쌓여만 가고 있다. 필자와 비슷한 연대에 시작했던 선,후배 연극인들의 나이도 어느새 중년을 훌쩍 넘겨 40대 50대가 주된 나이들이다. 배우는 오래 묵을 수록 무대위에서 더 빛을 발하는 법이다.
 울산 연극인들은 그동안 힘겨운 여건들 가운데서도 꾸준한 활동들을 변함없이 해왔다. 그로 인해 올해 연극제 무대위에서 한껏 그 기량을 발휘해낸 모습들을 보며 연극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개무량하고 뿌듯했다.
 올해 제33회 전국 연극제가 삼삼오오 모여라는 슬로건으로 오는 6월1일부터 20일까지 울산에서 개최된다.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극단들과 연극인들을 비롯해 연극 매니아들이 울산으로 모여 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양한 볼거리들과 시민들을 위한 흥미진진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어느새 우리를 맞이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전국 연극제 상황본부는 몇 개월 전부터 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시외와 해외에서 울산을 찾는 손님들에게 따뜻한 미소와 친절로서 맞이 해주길 울산 시민들에게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이번 전국 연극제의 성공적인 개최로 타 광역도시들에는 있지만 유독 울산만 시립 극단이 없다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발전적인 기회가 되길 간절히 바라며 울산 시민의 관심과 응원을 바란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