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반가운 사람을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는 것을 '하당영지(下堂迎之)'라 표현한다. 2002년 이후 13년만에 울산에 나타난 황새를 그렇게 반겼다. 지난달 7일 오전 5시께 강당대숲을 숙영지로 활용하는 백로류(왜가리·중대백로·중백로·쇠백로·해오라기·흰날개해오라기)와 숙영지 주변 조류 및 개체수 조사를 위해 선바위교에 도착했다.

 오전 6시 18분 2통의 메시지가 수신됐다. 1통은 '박사님 오랜만입니다. 태화강에 이런 새가 있어서 찍었는데 새 종류를 알고 싶습니다. 홍길순 배상'. 다른 한 통은 사진이었다. 사진을 보니 황새였다. 홍선생과 황급히 통화해 동천과 태화강의 합수 지점인 것을 확인했다.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6시 40분.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육안으로 보아도 틀림없는 황새는 중구쪽 동천강 모래톱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망원경으로 확인했다. 긴 다리 양쪽에는 하늘색 식별링을 끼고 있었다. 야생 황새는 아니였다.

 신문사에 제보하고 돌아와 컴퓨터를 마주하고 데이터를 정리했다.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았으나 푸른색 가락지는 어느나라 식별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9시 10분 황새생태지킴이로 활동하는 도연 스님과 통화했다. 얼마 후 그는 일본 효고현 도요오까시에서 방사한 'J0094'라고 알려주었다. 이 글은 지난달 7일부터 31일간 황새 관찰을 통해 수집한 다양한 빅데이터(Big Data)이다.

 9월 7일부터 14일까지 8일간 태화강 하류에서 서식한 황새는 14일 오후 6시경 인위적 영향이 있은 직후 날아서 명촌교 다리 가로등 위에서 한동안 쉬었다. 이윽고 모래톱 위를 날아다니다 남쪽으로 자취를 감췄다. 15일 화요일 아침 6시 하류에서 황새를 찾았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16일 오전 9시부터 황새를 다시 찾아 나섰다. 천상-태화강 하류-여천3교-외황강 하류-회야강 하류-발리천-회야강 중류-회야댐-통천생태습지-대암댐-UNIST-사연-사일-망성-선바위-천상 등 누적 거리는 93㎞였다. 그 시각 황새는 56㎞ 떨어진 낙동강 을숙도에서 발견됐다. 18일 16시 10분 황새는 다시 하류에서 발견됐다. 다시 27일까지 10일간은 하류에 머물렀다. 28·29일은 또다시 하류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30일 오전 8시 5분 다시 나타났다. 이번달 3일 낙동강 출현 이후 4~7일(울산과 낙동강에서 출현 안함)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황새 관찰에 동원된 차량은 1ℓ 휘발유로 14.8㎞를 주행하는 950㏄ 경차다. 매일 황새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아침 6시 30분경 태화강 하류에 도착한다. 오전에 발견되지 않으면 오후에 다시 현장을 찾는다. 황새 확인을 위해 하루 차량 운행 거리는 일일 평균 30㎞의 23일과 60㎞의 8일이다. 총 1,038㎞를 운행했다. 소비한 휘발유는 70ℓ, 돈으로 환산하면 10만 2,760원이다(ℓ당 1,468원 경우). 하루 평균 3시간이 소요된 일수는 23일×3시간= 69시간, 일이며 6시간 소요된 일수는 8일의 48시간이다. 총 117시간이 소요됐다. 31일 동안 8일간은 울산에 없었다. 그 중 3일은 56㎞ 거리에 있는 을숙도에서 발견됐다. 황새는 백로류와 같이 주식이 물고기이다. 황새가 태화강에서 한 달가량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먼저 먹이가 해결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런 점에서 어떤 새가 어떤 환경에 얼마나 있는 가는 그 지역 생태계 자연성의 지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풍부한 먹이는 유혹의 대상일뿐 안정성을 보장 받을 수 없기에 언제든 장소를 이동할 수 있다. 황새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큰 새이다. 200여m까지는 육안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황새뿐 아니라 모든 새는 경계심이 많다. 살기 위해서다. 현재는 황새를 텃새로 정착시키기 위한 어떤 액션도 금물이다. 보호가 급선무이다. 지속적인 관찰은 물론이며 동천교 쪽의 낚시 장소를 200m정도 상류 쪽으로 이동시키거나, 강변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시민들에게 양해 알림표를 붙여 한시적으로 운동을 중지하거나 장소 이동 등 실천할 수 있는 것, 또한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실행돼야 한다.

 수 백억 원을 들여 수십년째 종 복원을 하고 있는 일본 효고현 도요오까시와 올해 충남 예산에서 황새를 방사(8마리)했으니 태화강을 찾을 가능성은 높아졌다. 그렇다고해서 투자와 시간, 노력이 없는 무임승차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황새에 대한 관심은 일본이 앞선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노력을 안한 것도 아니다. 한국교원대, 충남 예산 등에서 열심히 개체수를 늘리고 있다. 두루미 또한 경북대 조류생태환경연구소에서 개체 수를 늘리고 있다.

 울산이 과거 학과 관련된 '학의 고장' 학성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가족의 구성원으로 무리생활을 하는 두루미와 달리 번식 때만 암수가 함께하며 나머지는 단독 생활을 하는 황새는 울산에서, 태화강에서 최장 기간 체류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울산에서 관찰된 야생 황새는 1987년 외황강 하류 1마리, 2000년 태화강 하류 1마리, 2002년 태화강 하류 1마리 등 모두 3마리이다. 야생 황새는 보통 1~2월에 관찰됐다.

 31일간의 황새 관찰을 통해 다양하게 수집된 빅데이터의 확보는 현재도 다양한 분석으로 유용하지만 미래 후학을 위한 사전 준비이기도하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