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TV만 켰다 하면 어디서든 쿡방·먹방이 나온다. 요리·음식 관련 프로그램이 선풍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셰프들이 연예인 이상의 유명세를 얻고 있다.
 과거에도 요리 프로그램은 없진 않았지만, 최근에는 전문 요리프로그램이 아닌 이른바 버라이어티 쇼 형태에서 다양한 형태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일반 연예인들이 나와 하루 세끼 요리만 하는 프로그램은 기본이고 연예인들의 냉장고를 공개하고 그 재료로 요리하는 프로그램, 전문 요리가 아니라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집밥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유명 맛집을 순회하며 평가하는 프로그램 등등 각양각색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다양한 해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인들의 먹방과 쿡방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에서 먹방과 쿡방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한국사람들이 식사를 여유롭게 즐길만한 시간이 부족하며 먹방 쿡방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제대로 된 식사를 즐기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우리는 바쁜 생활과 변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집에서 밥 한끼 제대로 챙겨먹기 힘든 세상이다.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었던 식사가 새삼 '먹방' '쿡방'이라며 회자되는 것을 보면, 소중한 일상을 지키는 것이 힘들어진 우리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생각마저 든다.
 개인화, 핵가족화되고 있는 사회, 제한된 집과 방에만 한정되어있는 현대인들에게 유명 연예인의 집과 요리하는 모습, 다른 집 아이들과 아빠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하거나 동질감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필자도 먹방 프로그램에서 한적한 시골 여행지에 가서 유명스타가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고 같이 식사하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동화되기도 한다.
 먹방·쿡방이 열풍이라 하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모여 함께 밥을 먹으며 하루동안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작지만 삶의 활력소가 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도시에 거주할 수록 이런 작은 행복을 느끼는 가정이 점차 줄고, 외롭게 혼자 식사를 하거나 끼니를 거르는 등 건강을 헤치는 생활습관이 늘어 국민건강이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한 '2014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사람의 비율은 64.9%에 그쳐 3명 중 1명은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지 않았다.
 저녁 가족동반식사율은 조사가 시작된 2005년 76.1%에서 2008년 68.6%·2010년 67.7%·2012년 65.7%로 줄곧 낮아졌다.
 출근·등교 등으로 바쁜 아침에는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비율이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기준 아침 가족동반식사율은 44.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가족 구성원이 학교나 직장에 있는 점심 가족동반식사율은 16.5%로 가장 낮은 수치가 ㎖나왔다.
 지역별로 보면 도시라 할 수 있는 동 지역에서는 아침·점심·저녁 가족 동반식사율은 42.7%·14.8%·63.6%로, 읍·면 지역의 가족동반식사율 54.1%·24.4%·71.1%와 비교하면 10%p 정도 낮았다.
 도시로 갈수록 가족과 함께 식사하지 못하고 혼자 식사하는 이른바 '혼밥(혼자 밥먹기)족'의 비율이 높다는 의미다.

 인터넷에는 '혼밥 레벨'을 1단계에서 최대 9단계까지 정리한 목록도 올라와 있다. 가장 낮은 레벨은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먹는 수준이다.
 호텔 레스토랑이나 한정식집, 뷔페, 고깃집에서 혼자 먹기는 어려운 축에 속한다.
 1단계 분식집에서 먹기, 2단계 고기 집에서 먹기, 3단계 뷔페에서 먹기, 4단계 술집에서 먹기, 마지막 '혼밥의 신' 단계에는 나들이 장소에서 혼자 도시락 먹기였다.
 장기불황으로 혼밥족이 넘쳐 나는 시대, 먹방과 쿡방이 대세를 이루는 시대. 먹고 사는 것조차 고단하기 그지없는 우리시대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