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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현대차 하내하청 울산지회장에 대한 재신임 투표에서 조합원 과반수가 "현 지회장을 재신임한다"고 답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결과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 이유는 먼저 이번 투표의 실시배경 때문이다. 앞서 있었던 22일의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는 박빙의 차이로 부결되었다. 그러자 잠정안 도출에 참여했던 지회장이 "그렇다면 나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며 일종의 승부수를 던졌다.
 이에 대해 노동전문가들조차 "잠정안을 반대했으니 지회장도 불신임한다는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이는 현 지회장에 대한 리더십에 대해서는 일단 신뢰를 보낸다는 의미다. 아울러 파국을 막기 위한 마지막 보루만은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는 조합원들의 신중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불행 중 다행이고, 조합원의 보다 성숙한 의식의 일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두 번째로 지회장에 대한 재신임 결정으로 '특별협의' 중요성이 재확인됐다는 것이다. 하세월이 소요될 소송전 보다는 현실을 감안한 해결책을 찾자는 게 특별협의를 시작한 목적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 4,000명이 현대차 직원으로 특별채용되었다. 이에 더해 현대차는 앞으로도 2,000명을 추가로 채용하겠다고 했다.
 또 나머지 잔류인원에 대해서도 기존 정규직 퇴직인원에 맞춰 사내하청 직원을 우선으로 하는 선순환방식의 채용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뿐만 아니라, 추가소송비용과 20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금 등 개개인이 짊어져야 할 비용도 해결하겠다고 했다. 특별협의를 시작할 때로 되돌아가서 보면 이 같은 성과는 기대이상의 진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이어 두 번이나 잠정안을 부결시킨 조합원들의 심리는 1심 승소에 대한 지나친 믿음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외부세력의 부추김도 크게 작용했다는 말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하지만 법전문가들조차 재심과 삼심이 1심과 똑 같은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환상이라고 지적한다.

 즉 1인에 대한 판결과 달리, 수백 명에 대한 판결을 할 때는 개개인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쌍둥이조차도 체격과 성격이 다르다. 하물며 공정별로 수백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로 나뉘는 근로형태를 일괄적으로 재단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흔히 다툼이 생겼을 때 "법대로 하자"는 말을 종종한다. 언뜻 듣기엔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옳은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막상 법적 판단을 받아보면 원고 패소도 숱하게 나온다.
 일반상식과 법적판단이 반드시 일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 역시 앞으로 수년이 소요될 법적 판결에만 올인하겠다는 것은 자칫 소중한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조합원 과반수가 "지회장을 재신임한다"는 쪽에 표를 준 것은 위험한 도박 대신 주변현실을 감안한 실리적인 대안을 찾아보라는 조합원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므로 특별협의 5주체는 이번 결과가 사내하청 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리고 같은 입장이면서도 잠정안에 이미 찬성한 아산·전주지회의 입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다.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다시 살펴보면 잠정안에 부결표를 던진 조합원들을 이해시킬 대안이 나올 수도 있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다자간 협의체인 특별협의는 어느 일방에만 100% 만족을 시켜주기 위한 협의체가 아니다.
 자동차산업이 처한 심각한 위기상황을 감안하고, 평생일터로 삼을 곳이 현대자동차라고 여긴다면 지나친 욕심과 환상은 절대금물이다. 조합원들도 특별협의를 마지막 보루라는 인식을 재확인한 만큼 하루 빨리 대안을 찾기 바란다. 시간도 없고, 이 문제에만 매달릴 한가한 시기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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