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간은 태어나서 생을 마칠 때까지 평생에 걸쳐 학습 한다. 사전적 의미의 학습은 '배워서 익힘'인데, 연습이나 경험의 결과로 일어나는 행동의 지속적인 변화를 일컫는다. 태어나서 뒤집기를 하고 배밀이와 기어 다니는 것을 시작으로 걷고 말하며 우리 인간은 계속 성장해 나간다.
 아기가 걷기 위해서는 2,000번을 넘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렇게 반복학습을 통해 걸음마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학습을 표현하는 단어는 굉장히 많다. 체험학습, 가정학습, 반복학습, 평생학습 등인데 안전이라는 분야는 어떤 학습이라고 봐야 할까?

 필자가 생각할 때는 안전은 이 모든 학습영역에 모두 포함이 된다고 판단된다. 체험을 통한 안전교육과 훈련, 가정에서의 안전생활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부터 시작해 직장에 이르기까지 안전교육의 반복,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안전문화가 우리 인간에게 있어 끝없이 배우고 실천하도록 하는 학습의 효과를 말해준다.
 이처럼 여러 형태의 학습을 통해서 행동의 변화가 있어야 재난이라는 고통에서 우리 삶이 자유로울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화재의 경우 부주의로 인한 발생건수가 지난해 전국 화재건수 4만4,432건 중 53%인 2만3,516건이었다.
 이러한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생활 속에서 안전을 아무리 강조해도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무감각하게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안전불감증이 안전학습의 효과를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현대 사회에서 화재피해의 저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의식수준 향상이 우선돼야 한다.
 그 중에서도 요즘 '소방차 길터주기' 운동이 중요시 되고 있는데, 협소한 도로에 양면 주·정차는 물론 소화전 주변 5m 이내에 주·정차를 하지 않아야 한다. 또 주행 중에 긴급차량이 출동하면 좌우측으로 피양해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전국의 소방관서에서는 매월 소방차 길터주기 캠페인과 공익광고를 통해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도로 위의 현실은 소방차량을 배려해 주지 못한다.
 주행 중 운전미숙으로 비켜주지 못하는 것과 고의적으로 비켜주지 않는 것은 차이가 많은데 간혹 소방차량의 주행선으로 추월을 해 들어오거나 교차로에서 우측으로 일시정지하지 않아 출동을 지연시키는 경우가 있다. 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명이나 재산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도로에서 긴급하게 사이렌을 울리고 출동하는 소방차량의 5분이 왜 중요한지부터 우린 알아야 한다. 화재나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현장 도착이 5분을 넘어가면, 화재는 초기진압의 중요한 기회를 놓쳐 화재가 발생한 지점 주변의 온도가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연소 확산속도와 피해면적이 증가하게 되고 인명검색과 구조를 위한 구조대원의 옥내진입이 쉽지가 않게 된다.

 심정지환자의 경우도 심정지로부터 4분이 지나면 생존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보통 '4분의 기적'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현장에서 최초 목격자가 119상황실의 의료지도를 통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만 자동제세동기와 병원으로의 이송에 있어 단 1초가 생과 사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지켜내야만 한다.
 울산의 경우 지난해 화재통계를 살펴보면 화재현장 5분 이내 도착이 667건으로 전체의 874건 중 76% 였다. 북구와 울주군 일부의 출동거리가 멀어 10~30분 정도가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예전에 비해 많이 출동시간을 줄인 것이다.
 소방차량을 우선 통행하게 하려면, 교차로나 일방통행로의 경우는 오른쪽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를 하고, 편도 1차선 도로에서는 오른쪽 가장자리로 비켜 운전하거나 일시정지 해야 한다.

 편도 2차선 이상의 도로는 긴급차량이 1차선으로 통행할 수 있도록 2차선으로 양보하고 편도 3차선 이상의 도로는 긴급차량이 2차선으로 통행하도록 1차선과 3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해서 양보해 주어야 한다. 보행자의 경우도 횡단보도에서 사이렌이 울리거나 긴급차량을 발견하면 잠시 멈추면 되겠다.
 문득 1995년에 개봉한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다이하드 3'의 한 장면이 기억난다. 꽉 막힌 도로에서 '가장 빠른 것은 응급차량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다'라는 명대사와 함께 모세의 기적이 연출된 적이 있었다.
 꼼짝도 하지 않을 것 같던 도로가 열리면서 응급차량이 시원하게 달리는 장면이었는데 화재가 발생한 곳이 우리 집이라면, 응급환자가 우리 가족이라면 망설일 필요도 없이 우린 길을 열어줄 것이다. 사이렌 소리를 듣고 10초만 잠시 멈춰서고 아주 조금이라도 갓길로 비켜선다면 모세의 기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체험학습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