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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된지 20년이 흘렀다. 내년에는 성년 광역시를 맞아 울산시가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으로 시작된 울산의 근대화는 조국근대화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상징이 됐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울산은 광역시 승격 20년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울산은 3대 주력산업 위기와 노사갈등,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라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울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의 대안찾기는 그래서 더욱 중요해 졌다. 본지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울산의 미래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편집자

조국 근대화 주역이었던 대한민국 산업수도
경기침체에 노사분쟁 발목잡혀 벼랑끝 위기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 탈피 신성장동력 매진
폐쇄적 공해도시 이미지도 이제는 벗어날 때

# 위기의 울산, 곳곳에서 이상신호

공업탑
최근 울산과 관련한 몇 가지 이상조짐을 전하는 보도가 나왔다. 그 첫째는 수출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울산의 수출 실적이 이제 두 자릿수 하락폭을 고착화 하고 있다는 통계였다. 지난해 울산의 수출은 730억 달러로 5년 전인 2010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하락폭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울산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은 '골든타임'을 놓쳤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정도의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지역사회의 인식이다. 위기가 왔고 그 위기의 돌파구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다.

 정부는 창조를 외치고 울산도 울며 겨자 먹기로 창조를 인테리어 하고 있지만 제조업 중심도시, 수출중심도시에 창조경제의 옷을 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울산은 제조업 69.0%, 서비스업 23.9%, 건설업 4.3%의 산업구조를 가진 도시다. 제조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지만 이것이 울산의 현실이다.

울산석유화학공단
 울산의 주력산업이 흔들리면 지역경제 전체가 휘청일 수밖에 없다. 그 흔들림의 진폭이 갈수록 지축을 흔들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위기에 대한 인식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소비자가 외면하고 수주에서 밀리는 상황인데도 노사 문제에 발목이 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지금 울산 주력산업의 현주소다. 올해는 공동투쟁에 연대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시기에는 하나의 목표로 매진했지만 1990년대 이후 울산의 주요기업들은 사사건건 노사분쟁이 되고 돌아서면 협상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최근에는 그 정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위기라고 하지만 그건 회사의 문제일 뿐, 내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초래한 결과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물론 그런 인식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사정이 다르다. 당장은 회사의 위기지만 오래가지 않아 바로 우리 모두에게 그 위기가 현실이 된다는 의미다.

# 울산에 대한 오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울산을 잘살고 배부른 도시로 인식한다. 돈벌이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니 모든 가치기준이 경제적인 효율성에 맞춰져 있는 게 울산이라는 천박한 지적도 한다. 그 인식은 곧바로 잘산다고 활기가 넘치는 도시는 아니며 퇴폐문화가 넘치고 이혼율이 전국 어느 도시보다 높은 불편한 도시가 울산이라고 폄하까지 한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울산이 다른 이들의 눈에는 돈벌이만 잘하고 시민들은 천박하기 짝이 없는 도시 정도로 비치는 현실이다. 이런 주장에 울산시민들은 억울하다. 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자. 과연 불편한 진단이 아무런 근거 없는 비방에 불과한 것일까.

현대자동차 선적 부두
 울산을 오가는 많은 이들이 울산에서 보고 간 것 중에 가장 충격적인 것은 태화강이다. 공해도시, 굴뚝도시로 알려진 울산을 찾아 직접 도시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울산에 대한 오해는 사라진다. 십리대숲과 굽이친 태화강의 청명한 물길이 눈부실 지경이다. 바로 그 지점이다.

 울산을 사람이 모이는 도시,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도시로 만드는 일은 속살을 보여주는 일이다. 제대로 보지 않으니 보이질 않는다. 보이지 않으니 대충 알고 있는 것을 짜깁기해서 사실처럼 떠벌린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울산을 천박한 도시로 끌어내린 주범은 잘못된 공해도시 이미지와 유흥문화, 그리고 미래를 볼 줄 모르는 오피니언 리더들이다. 비행기로 울산을 찾는 이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울산은 굴뚝이다. 석유화학공단 상공을 추락할 듯 하강하는 공포와 함께 울산과 마주한다. 어쩌다 굴뚝위로 검은 연기가 솟구치는 불연소의 순간을 목격했다면 대단한 모험담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와, 울산에 갔더니 굴뚝에서 불꽃이 올라오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는데, 장관이더라"는 식이다.

 기차 타고 울산을 찾는 이는 과거 태화강 역의 화려한 모텔촌과 함께 울산과 마주했다. 지금은 KTX 울산역이 울산의 관문이 됐지만 그쪽은 아예 "안녕하세요, 여기는 공해도시 울산입니다"라며 서너곳의 굴뚝이 일제히 희뿌연 연기를 뿜으며 환영인사까지 하는 중이다.

현대중공업 독
 울산은 축제가 많은 도시다. 그 축제를 들여다보면 요란함이 첫째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한 결 같이 가수들이 등장하고 요란한 불빛과 불꽃놀이가 밤을 새운다.

    태화강에도 대공원에도, 아니 정자나 간절곶 바닷가까지 모두가 하나같이 짜 맞춘 듯 일관성을 유지한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그것뿐이다. 보여줄 것이 그 뿐이고 즐기게 할 것이 그 뿐이니 딱히 다른 것들로 행사를 채울 수 없다는 말이다.

 잘 나가는 가수를 불러 흥을 돋우고 요란한 불꽃으로 마무리 하면 적어도 행사에 볼 것이 없다는 말은 듣지 않으니 주최 측의 심정도 이해할 법하다. 그러니 공연기획 회사들은 울산이 호구다. 바꿔야 한다. 아예 없애자는 말이 아니라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요란하면 천박해진다. 내공이 없으니 소리만 지르다 지칠 때를 기다린다. 시간이 가고 몸이 지치면 불평도 사라지니 못해도 본전이다. 천박함이 문화일 수는 있어도 역사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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