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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가 된 아빠 표지.

아기가 된 아빠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노경실 역/ 살림어린이

우리 울산에도 '그림책 읽는 아빠들 모임'이 생기면 좋겠다.
 배불뚝이 아빠, 대머리 아빠, 노랑머리 아빠, 빨강머리 아빠, 청바지 아빠, 쫄바지 아빠, 슬리퍼 아빠, 구두 아빠, 운동화 아빠 등…. 개성 만점 아빠들이 모여 읽는 그림책 맛은 꿀맛일 것이다.
 육아에 무관심했던 아빠 시대는 갔다. 두 팔 두 다리까지 둥둥 걷어 부친 아빠들이 유치원, 학교, 도서관, 문화센터 등지로 달려야하는 때다. 자녀교육의 가장 좋은 지침서는 누가 뭐래도 독서일 것이다. 이왕 읽을 책이라면 그림책을 강추하고 싶다. 아이의 심리가 거울 보듯 보이는 그림책에 아빠들 자신이 먼저 변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울산 그림책 읽는 아빠들 모임'이 결성된다면 가장 먼저 추천하고픈 책이 '아기가 된 아빠'다.
 아내와 아들은 뒷전, 외모 가꾸기에만 빠져 사는 철부지 존의 아빠! "어머! 나이보다 젊어 보이시네요" 이웃들의 찬사에 눈귀가 멀어버린 아빠를 어쩌랴. 왕자병에 단단히 걸려있는 아빠가 엄마의 눈 밖에 날 결정적인 언사를 날린다. "여보, 당신도 좀 젊게 꾸며보는 게 어때?" 스타 연예인 뺨치는 패션 감각과 헤어스타일로 허세를 부리는 아빠의 모습이 앤서니 브라운의 매력적인 그림으로 영상화 된다.

 조금만 감기 증상이 있어도 큰일 나는 아빠다. 체온계를 물곤 침대 속에서 꾀병을 피워대는 게 영락없는 아기다. 엄마는 이런 아빠를 '다 큰 아기'라고 부른다. 자기 몸밖에 모르는 '다 큰 아기'가 급기야 대형 사고를 친다. 어느 날 퇴근길에 사온 건강 음료 '젊음을 돌려드립니다'를 병째 들이마신 것이다. 엄마에게 똥 싼 기저귀 처리를 맡기고 있는 아기! 아기 의자에 묶여 이유식을 퍼먹는 아기! 공갈젖꼭지 문 채 사람들이 붐비는 동네 공원을 산책 중인 아기! 어른만큼 큰 변을 보는 통에 아기용 변기로 추방당한 다 큰 아기! 독자들로 하여금 깔깔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장면들이다.

▲ 남은우 아동문학가
 전형적인 판타지 기법을 구사하며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그림책이다. '돼지책'과 곁들여 읽으면 더욱 좋다. "제발 어른 좀 돼라!" 잔소리 독침을 퍼붓는 아내들이여! 모르는 척 침대 머리맡에 이 책을 둬 보라.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호텔로비처럼 거실을 광내놓고 갓 구워낸 토스트에 모닝커피를 받쳐오는 애인이 혹, 있을지 모르니까.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얻은 수확치곤 크다. 영원히 자라지 않는 '다 큰 아기'를 둔 비운(?)의 아내에게 효능 확실한 위로제가 되었다. '동물원' '고릴라'등과도 빨리 만나고 싶다.  남은우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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