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동명의 TV프로그램도 있었지만, 그 요건 중 하나는 서로 돕고 사는 마음, 다른 이의 처지를 헤아릴 줄 아는 '공감력'이 아닐까.
 '천재 시인' 백석의 국내 최초 동화시 '개구리네 한솥밥'은 그래서 더욱 이 시대 아이들, 어른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특히 요즘처럼 일찍 경쟁사회로 내몰리는 아이들에게 책 속 개구리의 여정은 그대로 했다간 부모에게 딱 핀잔 듣기 좋은 행동이다. 빨리 형 집에 쌀 한 말을 얻으러 갔다 와야하는데, 가는 길에 누군가는 아프고, 길을 잃어 울고 있다. 그런 이들을 무작정 모른채 하고 내 갈 길만 갈 것인가. 아니면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도와주고 갈 것인가. 개구리는 후자를 선택한다.
 발을 다친 소시랑게를 치료하고, 길 잃은 방아깨비에게 길을 가르쳐 준다. 풀대에 걸린 하늘소를 구해주고, 끝으로 물에 빠진 개똥벌레까지 구해주고 나자, 이미 날은 저물었다.
 다음 장면은 누구나 연상하듯 거꾸로 개구리가 모두에게 도움을 받는 장면. 특히나 방아깨비가 벼를 찧고, 소시랑게가 거품을 내며 밥을 지어주는 장면은 시인만의 동화적 상상력이 백미인 장면이다. 이들은 마지막에 멍석을 깔고 둘러 앉아 한솥밥을 먹는데, 생김새와 행동이 저마다 다른 그 모습이 우리 사회에 모두가 필요한 존재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덥적덥적' '뿌구국' '소시랑게' 등 정겨운 평안도 사투리와 나직이 전개되는 어투 역시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색채를 더한다.
 책을 읽고 어떤 회원들은 "김 기자, 정말 자식에게 이렇게 하라고 가르칠 수 있어?"라고 반문했는데, 진심으로 난 이렇게 살라고 아이에게 얘기할 것이다.
 처음엔 손해보는 장사 같지만, 오히려 그게 더 큰 도움으로 돌아옴을 지금까지의 짧은 경험으로, 누군가의 간접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오디션 인기프로그램에서 가수 박진영도 그런 말을 해서 참 공감을 했던 적이 있다. 박진영은 너무 혼자 알아서 잘하고, 재빠른 애들보단 '순둥이'들이 항상 더 도와주고 싶더란 얘길 했다. 나 역시 너무 자기걸 잘 챙기는 계산적인 사람보단 다른 사람 생각에 조금씩 손해를 보거나 인간적인 사람에게 더 후한 경향이 있다.
 불통 대통령과 비례해 오히려 빈 여백이 많았던 故김영삼 대통령 사후 그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던 것 역시 사람의 그런 마음이 반영돼서이지 않을까. 이른바 '인간성' 말이다. 그리고 그 인간성에 가장 필요한 공감력을 갖추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로 이같은 작품들을 많이 읽는 것이라 믿는다. 김주영기자·초록목도리 회원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