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 남구의 이름난 장소 가운데 하나가 '왕생이들'이다. '왕생이들'은 '임금이 날 만한 곳'을 일컫는 울산 고유 지명이다. 여기에 얽힌 지역 설화가 재미있다.
 옛 조선시대 중엽에 국풍(國風)이라는 한 풍수지리가가 울산에 왔다. 그가 은월봉에 올라 동서남북을 두루 살펴보더니 당시 갈대만 무성했던 달동으로 내려갔다. 그는 우거진 갈대를 헤치고 나가더니 준비한 쇠말뚝을 박고 '왕생혈(王生穴)'이라 칭했다. 그 후 이곳에 토사가 쌓여 들을 형성하니 사람들은 '임금이 날 곳'이라고 해 '왕생이 들'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남구의 '왕생이길'은 이 같은 지리적 요소와 설화적 의미를 담고 있는 거리다. 남구가 이곳을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흥미롭고 희망찬 스토리로 거리 공간을 구상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다시 찾을 수 있는 특화거리로 조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구는 남구청사거리~뉴코아아울렛 간 535m 전 구간 조성공사를 이달 중 끝낸다. 지난해 9월 사업 시행에 들어간 지 1년만이다. 도로 구조의 기본방향은 지역의 맥락적 요소인 '삼산이수'를 모티브로 해 중앙광장 3개소를 '삼산'으로 하고, 양쪽 차선을 '이수'로 해 특색있게 조성했다.
 도로에 어지럽게 늘려있는 전선 및 통신선도 지중화 해 도시미관을 개선했고, 이동을 목적으로 하는 보행자 동선과 휴식을 원하는 휴게공간을 분리하는 중앙광장(휴게 공간) 형태의 효율적인 도로구조로 만들어 놓았다. 거리에 어울리는 상징조형물과 경관조명, 편의시설 등도 한창 마무리 작업에 있다.
 특히 뉴코아 아울렛 주차장 벽면과 하부 공간 등에 '산업수도' 울산발전에 기여한 명장 상징물을 설치하고, 왕생로 보도에는 명장 핸드프린팅을 설치해 할리우드 '명예의 광장'이나 홍콩 '스타의 거리' 못지않은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더욱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이곳의 간판개선 사업이다.
 2015년 행정자치부에서 시행한 '간판개선 시범사업' 공모에 선정돼 벌이는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하겠다.
 행정자치부의 간판개선 시범사업은 도시미관 향상과 지역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역 특성이 반영된 선도적 모델을 창출하고자 시행하는 사업이다. 남구는 이에 따라 획일적인 간판디자인을 탈피해 업소의 특색에 맞는 각양각색의 개성있는 간판으로 제작해 왕생로 특화거리를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17년 행정자치부 간판개선 시범사업'에 '바보사거리 디자인거리 간판개선 사업'이 지난 9월초에 최종 선정돼 국비 2억 원과 시비 1억 원을 지원받게 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10년 바보사거리가 '디자인거리'로 조성된 이후 현재 이 곳 주변으로 형성된 상가의 간판들이 대다수 노후화 돼 있거나 대형 간판들로 이루어져 있어 가로 경관을 저해하거나 디자인거리 조성효과를 반감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청소년들과 젊은 층들이 많이 찾는 울산의 대표적인 대학로인 바보사거리가 이번 2017년 행정자치부의 간판개선사업에 선정됨으로써 이 일대의 노후·불량간판과 유해간판들이 일제 정비돼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아름답고 쾌적한 거리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고로 뿌리 없는 나무에 잎이 필 수 없는 노릇이라 했다. 원인이 없이는 결과가 없다는 얘기다.
 남구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거리환경개선사업을 통해 보행자 편리성 증대뿐 아니라 도시경관 향상에 매진해 지역상권 활성화를 도모할 것이다. 시민들에게 더욱 사랑받을 수 있도록 아름답고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사업 등을 몸소 실천해 '미래를 향해 변화하는 희망찬 행복남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