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중공업이 조선 해양 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수주 및 양산사업을 한 울타리에서 함께 운영해 왔으나, 조선 위주의 사업 운영으로 비효율이 발생했고, 매출 비중이 적은 사업은 소외되어 독자 경쟁력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현대중공업이 사업 분할을 결정하게 된 데에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장 상황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올해 3분기까지 흑자를 내기는 했지만, 이는 장사를 잘 해서라기보다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산을 팔아서 이익이 난 이른바 불황형 흑자다. 반면 앞으로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예상할 수 있게 하는 수주 실적은 그야말로 참담할 정도다. 3분기까지 약 54억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다.

내년부터 심각한 일감 부족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결정은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위기극복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심 끝에 내린 조치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사회 결정이 알려지자마자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이사회와 경영진을 규탄하고 또다시 '반대를 위한 반대'에 나섰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번 분사뿐 아니라 지금까지 흑자전환의 원동력이 된 회사의 각종 자구 노력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로 일관하며 수 십 차례의 파업까지 벌여왔다.

하지만 노조는 자구 노력에 반대만 할뿐이지, 과연 유례가 없는 지금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말대로 구조조정을 중단했다면 모든 게 좋아졌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지 모를 일이지만 아마도 구조조정을 제때 하지 못해 사실상 망한 대우조선해양과 다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대우조선 노동조합이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채권단의 '고통분담 확약서 제출' 요구를 외면하고, 주식 감자(減資)에 따른 직원들의 손실을 보상해달라며 떼를 쓰고 있어서다. 회사 살리기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동참해도 모자랄 판에 노조의 이런 주장은 모럴해저드라는 비판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우조선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지금처럼 회사의 자구 노력에 무조건적인 반대만 하다가는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수긍할 부분은 수긍하고, 협조할 부분은 협조해 회사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